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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우리도 교복입고 당당하게 투표해요”

청소년인권연대, 만 18세 선거권 쟁취 자축, 기자회견

  • 기사입력 2019.12.31 23:19
  • 기자명 은동기 기자

2019년 한해가 저무는 31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는 청소년들이 선거권 연령이 만 18세로 하향된데 대해 자축하는 행사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청소년들은 “내년 총선에 교복을 입고 투표를 할 수 있게 됐다”면서 장미꽃을 나누고 기쁨을 나눴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지난달 31일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만 18세 선거권 쟁취를 자축하고 있다.   

청소년 참정권 보장과 학생인권법 및 아동청소년인권법 제정을 위해 전국 370여개 시민사회·교육·청소년·인권단체들로 구성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이하 청소년인권연대)는 올해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 2시에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만 18세 선거권 쟁취를 자축하며 새해에 투표에 임하는 각오를 다졌다.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만 18세 투표권이 통과한데 대해 청소년들이 장미꽃을 나누며 기쁨을 함께 하고 있다. 

청소년인권연대는 2018년 3월 3명의 청소년들이 선거권 연령 하향과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삭발을 하고, 43일 동안 노숙 농성을 했고, 수 백 명이 모인 집회도 열었다. 지난 11월 18일에는 만 18세 당사자들이 국회를 찾아 선거권 연령 하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12월 1일에는 선거권 연령 하향을 요구하는 청소년 1234명의 선언을 국회 앞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이 기쁨과 성취감이 청소년 참정권 운동의 다음 발걸음을 딛게 할 것”

2018년 3월, 국회 앞에서 삭발하고 43일 동안 농성에 참여했던 김윤송(17)양은 “비록 생일이 늦어 내년 총선에 투표는 할 수 없지만, 다른 친구들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뭔가 바뀌었다는 걸 느낀다”면서도 “아직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18세 선거권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 청소년 참정권 확대로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국회의원들은 이번 선거연령 하향을 자신들이 이뤄낸 성과인양 뻐기지 말고 이제야 통과시킨데 대해 책임을 느끼기 바란다”고 말했다. 

 2018년 3월 국회 앞에서 삭발하고 43일동안 농성에 참여했던 김윤송 양. 

2020년에 투표권을 행사하게 됐다는 ‘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최유경 대표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의 권리로 당연히 주어져야 하는 투표권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것이 이상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어떤 도약을 했다는 기쁨 자체는 외면하고 싶지 않다”면서 “이번 선거연령 하향이 19금의 구역이라는 정치의 경계를 부쉈으며 이 기쁨과 성취감이 청소년 참정권 운동의 다음 발걸음을 딛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최유경 대표.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내놔라 선거권 들어라 목소리’ ‘청소년의 목소리에 더 많은 권리를 부여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청소년들의 의사표현의 자유가 허용될 때 편향교육에 대한 우려도 불식될 것”

교사 조영선씨는 “선거 연령 하향으로 교실이 정치화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학생들은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에서 박근혜 탄핵까지 이미 정치에 많이 참여하고 있었다”면서 “이번 선거연령 하향은 학생들을 갑자기 정치에 물들게 하는게 아니라 이미 정치를 해왔던 청소년들의 목소리에 권위를 부여하는 것이며, 청소년들이 행동해왔던 역사에 비하면 지금의 선거연령 하향은 굉장이 늦다. 학생들이 준비가 안 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사회가 학생들의 목소리에 권위를 부여하는 것이 준비 안 된 것을 ‘우려’라고 표현한게 아닌지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교사 조영선씨 

조 교사는 또 교사의 정치편향 발언에 대한 사회적 우려에 대해 “가장 확실한 대책은 학생들의 정치적 발언에 권한을 확실하게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투표하는 것뿐만 아니라 왜 선생의 견해에 찬성하고 반대하는지 학교 안에서 자유롭게 토론하고 대자보를 붙이고 집회를 하는 등 의사표현의 자유가 허용될 때 그런 편향교육에 대한 우려도 불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대책은 학교 안에서 더 많은 학생들이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이번 선거연령 하향이 단순히 국회의원 선거뿐만 아니라 앞으로 교육감 선거를 통해 각 지역에서 주춤하고 있는 학생인권정책이 좀 더 힘을 받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참교육학부모회 이윤경 서울지부장은 “내년에는 교복입고 투표하는 모습을 보겠구나 하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오른다”면서 “벌써부터 지역에서는 국회의원 후보들이 유권자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접촉을 해오고 있는데, 이제는 청소년들에게도 정치인들이 찾아갈 것이며, 그렇게 되면 교실의 목소리가 선거공약에 담겨지지 않을까 하고 기대한다. 이번 18세 선거권 하향이  우리나라 교육이 바뀌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 벅차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만 18세 선거권 쟁취를 자축하고 있다. 

뒤늦은 만 18세 투표권 부여, 정치권의 무책임 탓

비록 늦었지만, 새해 벽두에서 가까스로 문턱을 넘은 만 18세 투표권은 1987년 체제 이후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활화산처럼 분출되고 있는 건강한 시민의식을 고려한다면 만시지탄이다.   

  

OECD 36개국 중 투표권 행사연령이 19세인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오스트리아는 16세, 북한도 17세이다. 오스트리아, 아르헨티나, 오스트리아, 니카라과, 에콰도르, 브라질 등 6개국은 선거권행사 연령이 16세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만 17세가 되면 주민등록증이 발급되고 ,만 18세가 되면 민법상 결혼이 가능하며, 도 로교통법상 운전면허 취득도, 병역법상 군 입대도, 공무원임용령상 8급 이하 경찰직, 소방관, 일반직공무원도 가능하며 14세부터는 범법행위에 대해 형사상의 책임도 지게 되어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향후 선거권을 17세로까지 하향해야 한다는 요구는 거의 필연에 가깝다. 

한편, 우리나라 40세 미만 유권자는 36%인데 비해 300명 국회의원 중 40세 미만 국회의원은 단 2명 뿐이다.  북유럽 복지국가들의 40세 미만 국회의원은 1/3이 넘으며, 덴마크의 경우 41%에 달한다. 선거 연령 하향이 젊은 국회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며, 정치권의 책임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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