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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정부는 시민권법 철회하고 집회·시위 자유 보장하라”

인권·평화단체들, 한국정부도 모디 정부의 반인권적인 정책에 입장 표명해야

  • 기사입력 2020.01.01 17:09
  • 기자명 이경 기자

민변, 참여연대, 팔레스타인평화연대 등 20개 인권·평화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12월 27일 주한 인도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도 정부에 대해 무슬림을 차별하는 시민권법 개정안을 규탄하고 무슬림들에 대한 차별 정책 중단을 촉구했다.

 20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해 12월 27일, 주한 인도대사관 앞에서 최근 인도정부가 통과시킨 시민권법 개정안과 이를 반대하는 시위대에 대한 폭력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연대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 정부는 지난해 12월 11일, 인도 시민권법 개정안(Citizenship Amendment Act)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인도 인접국에서 2014년 12월 31일 이전에 인도에 도착한 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법이다. 문제는 이 법의 적용 대상에 무슬림들은 배제되어 “모든 시민에게 기본적인 평등권을 제공한다”는 인도 헌법 제14조와 “모든 종교를 공평하게 대우한다”는 인도 헌법의 세속주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체들은 이 법이 통과되면 스리랑카에서 이주해온 약 15만 명의 타밀족과 4만 명의 로힝야 난민을 포함한 상당수의 무슬림 난민들이 차별과 억압을 당하게 될 것이라며 13억 5천만 인구 중 2억 명에 해당되는 무슬림들은 이미 모디 정부가 강화하고 있는 힌두 민족주의로 인해 억압과 차별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법마저 통과된다면 무슬림에 대한 탄압이 더욱 강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인도 현지의 상황은 실로 심각하다. 현재 분노한 무슬림들을 비롯, 인도 국경 지역의 주민들은 이 법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현재 4천명 이상이 구금되었고, 인도 정부가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면서 수십 명의 시위대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심지어 인도 정부는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인도 동북부 지역과 가장 강력한 시위를 벌인 이슬람 대학교가 있는 델리 일부 지역의 인터넷까지 차단하고 있다. 이러한 인터넷 차단은 이미 인도 정부가 영토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카슈미르 지역에서 수 개월째 지속해온 조치이기도 하다.

대학은 이번 시위와 저항의 상징이 되었다. 무슬림 학생들이 다니는 공립대인 자미아 밀리아 이슬라미아(JMU) 대학에서는 12월 15일 경찰이 도서관 안까지 들어와 최루탄을 터뜨리며 침탈했고, 이 과정에서 한 학생이 시력을 잃었다. 같은 날, 북부 우타프라데시주의 알리가르 무슬림 대학교(AMU)에서는 기숙사까지 쳐들어 온 경찰이 던진 최루탄에 맞은 한 학생이 결국 왼손을 절단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12월 20일에는 시위대 14명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인도 경찰은 실탄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SNS에는 경찰이 실탄을 발포하는 영상들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집권당인 BJP가 통치하는 우타프레디쉬 주의 저항이 격렬한 것은 특히나 이곳에서 무슬림들에 대한 탄압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단체들은 힌두 민족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는 모디 총리가 2014년에 집권한 이후부터 무슬림을 비롯한 인도의 소수자들은 힌두 극우세력들의 폭력에 노출되어왔으며, 여기에 더해 이렇게 노골적인 무슬림 차별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인도 헌법은 물론 집회 시위의 자유 보장을 명시한 국제인권조약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한국의 시민사회는 모디 정부의 이러한 반인권적인 정책과 행태를 우려하고 비판해왔으나, 한국 정부는 모디 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심지어 2019년 3월에는 모디 총리에게 서울평화상을 수상하는 일도 있었다”고 지적하고 “모디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서울평화상 수상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 역시 현재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질타했다.

한국의 시민사회는 무슬림을 비롯한 소수자들을 차별하고 이들을 추방, 배제하려는 모디 정부의 반인권적인 폭거에 맞서 싸우는 인도의 시민들을 지지한다. 아울러, 통신을 차단하고 시민들의 안전을 무시한 채 폭력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인도 정부의 시위 진압을 강력히 규탄한다. 헌법을 부정하는 법안 통과를 획책하고 공동체를 파괴하려는 모디 정부의 정책은 즉각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단체들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인도 정부에 대해 무슬림 차별하는 시민권법 개정안과 카슈미르를 포함하여 인도 전역의 집회 및 시위 금지와 통신차단을 철회할 것과 무슬림들에 대한 차별 정책을 중단하고 모든 시민들과 이주민들을 차별없이 대우하고 보호할 것을 요구하고, 한국정부에 대해서도 모디 정부가 벌이는 반인권적인 정책들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고, 모디 정부와의 협력을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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