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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여·야 구분없는 토건동맹, 국가계약법 개악 규탄한다”

법 통과로 연간 예산 낭비 규모 최소 5,240억원 최대 3조 3,680억원 추정

  • 기사입력 2020.01.09 08:25
  • 기자명 은동기 기자

지난해 10월 말 국회가 100억원 미만 공사 입찰시 순공사원가(재료비‧노무비‧경비)의 98% 미만 입찰자를 배제시키는 <국가계약법>을 통과시킨데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공공입찰에서 가격 경쟁을 무력화시킴으로써 국민혈세를 민간 건설사에 퍼주자는 악법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경실련은 정성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 대해 ‘공공입찰에서 가격 경쟁을 무력화시키는 법안으로, 국민 혈세를 민간 건설사에 퍼주자는 악법’이라고 규정하고, “영리법인의 일방적인 주장을 아무런 검증 없이 수용해 개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킨 것”이라며 “정치인들과 건설업계의 유착관계가 없다면 이런 법안은 발의될 수도, 통과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100억원 미만 공사 입찰 시 순공사원가의 98% 미만 입찰자 배제 ▲예정가격 산정 근거 명시 ▲공기연장 간접비에 불가항력 사유 인정 등의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100억원 미만 공공공사는 표준품셈으로 공사비를 책정한다.

경실련은 수차례에 걸쳐 표준품셈은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단가보다 훨씬 부풀려져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고, 정부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면서 “누수되고 있는 공사비(혈세)를 막아도 시원치 않을 판에 국회가 나서서 국민 혈세를 영리법인 건설업체 주머니에 꽂아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표준품셈이란 1970년경 당시 박정희 대통령 특별지시에 따라 도입된 세계 유일의 공사비 적산(積算)방식으로 일본의 보괘(步卦)를 본 따 도입되었으며, 전세계에서 일본과 우리나라만 사용하는 공사비 산정방식으로 공사비 부풀림(=예산낭비)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표준품셈은 예산낭비와 아울러 기술개발 저해 등의 문제점을 야기시킨다는 이유로 정부는 1993년 9월경 표준품셈을 폐지하는 공사비 적산제도 개선방안 로드맵을 설정한바 있다.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여‧야는 한 몸으로 움직이며 영리법인 건설업체에게 혈세를 퍼주자는 법안들을 다수 발의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공사비 인상’ 관련 법안은 10여 건이다. 박명재 의원(자유한국당)을 필두로 김한정 의원(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이찬열 의원(바른미래당) 등이 공사비 인상을 골자로 하는 법률 개정안을 냈다. 10월 31일 통과된 개정안 역시 박명재 의원, 정병국 의원(바른미래당), 추경호 의원(자유한국당), 정성호 의원, 이찬열 의원, 이원욱 의원(더불어민주당), 김관영 의원(바른미래당) 등이 비슷한 개정안을 발의했고,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1개 법률안으로 통합?조정하여 위원회 대안으로 내놓은 안이다.

                     순공사원가 98% 낙찰배제 적용시 추가 예산 추정 (단위: 10억원)

 

경실련의 분석에 따르면 개정된 낙찰배제 조항으로 중앙정부(공기업 포함) 공사는 약 5,240억원의 추가 예산 투입이 추정된다. 만약 지방정부에 적용되는 지방계약법률에도 동일한 조항이 신설되면 추가 예산은 약 1조 4,620억원으로 급증한다. 하지만 개정된 법안에는 부대의견으로 100억원 이상 공사에 대하여도 확대 적용가능성을 명시했다. 300억원 미만 적격심사공사에 모두 적용할 경우, 중앙정부 공사에서만 약 1조 2,080억원이, 지방정부 공사를 합치면 약 3조 3,680억원의 추가 예산이 매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실련은 국민 안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이는 건설업계가 공사비 인상을 주장하며 제시하는 이유와 대동소이하다”고 지적하고,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입·낙찰 시점의 공사비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계약체결 이후 시공단계에서 안전관리체계가 제대로 가동되느냐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건설현장은 안전과 품질, 그리고 건설노동자 고용 등이 모두 하도급업체에게 맡겨져 있어 안전사고는 발주방식 또는 원도급업체에게 공사비를 얼마나 책정해 주느냐에 상관없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경실련의 의하면 정부가 아무리 많은 공사비를 원도급업체에게 지급한다 하더라도, 건설노동자와 장비노동자에게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며, 원도급업체의 부당이득만 증가시킬 뿐이다. 우리나라 건설공사 생산구조는 다단계착취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원도급 업체의 원감절감 방안은 기술개발이 아니라 안타깝게도 하도급가격 무한경쟁이 유일하다.

그러면서 “원도급업체의 공사비가 올라가면 건설 일자리가 창출되고, 건설노동자의 처우가 개선된다는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선전구호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건설업계의 주장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는 국회의원의 행태는 대놓고 원도급 건설사의 이윤 확대를 주장할 수 없어, 약자를 핑계로 여론을 호도하는 비겁한 처사”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에 경실련은 법안을 대표발의한 정성호 의원에게 19년 11월 11일에 이어 올해 1월 6일에도  2차로 공개질의를 통해 ▲건설업체는 ‘일반관리비 및 이윤’ 없이도 건설업을 영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표준품셈을 통해 공사비가 부풀려져 있으므로, 순공사원가 98% 보장 시, 동 금액으로 ‘일반관리비 및 이윤’을 충분히 충당할 수 있는가 ▲표준품셈으로 산정된 공사비(예정가격)가 부풀려져 있으므로, ‘일반관리비 및 이윤’ 비목을 삭제하는 입법계획이 있는가 ▲낙찰배제 하한율 98% 적용 시 하도급 적정성심사 통과를 위해 이면계약이 다시 기성을 부릴 것인데, 낙찰배제 조항 폐지 개정안 제출계획을 알려달라 ▲예산심의의결권을 가진 국회라면 예산낭비 주범으로 지목되는 표준품셈 폐지(실적공사비 도입)에 앞장서야 한다. 표준품셈 폐지를 위한 정성호 의원의 계획을 알려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한편,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정성호 의원은 “예산 낭비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경실련은 여전히 남는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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