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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찬의 시마당>새벽 바람에

  • 기사입력 2020.01.16 22:47
  • 기자명 안재찬 시인
▲ 안재찬 시인 

     

        새벽 바람에                                       

                                        박두진

칼날 선 서릿발 짙푸른 새벽,
상기도 휘감긴 어둠은 있어,

하늘을 보며, 별들을 보며,
내어젓는 내어젓는 백화(白樺)의 손길.

저마다 몸에 지닌 상처에
헐덕이는 헐덕이는 산길은 멀어…….

봉우리엘 올라서면 바다가 보이리라.

찬란히 트이는 아침이사 오리라.

가시밭 돌사닥 찔리는 길에,
골 마다 울어예는 굶주린 짐승…….

서로 잡은 따사한 손이 갈려도,
벗이여! 우린 서로 부르며 가자.

서로 갈려 올라 가도 봉우린 하나,
피 흘린 자국마단 꽃이 피리라.

어둠이 짙을 때 서릿발 새벽은 온다. 자작나무 우듬지는 하늘을 향하여 별을 향하여 손짓한다. 기도한다. 어둠을 거두어 달라고. 시인이 백화를 소재로 한 것은 백의 민족과 일제와 분단의 아픔을 집약하여 상처의 표징으로 삼았다. 추운지방, 북방 산골짝에서 뿌리내려 사는 나무를 우리 민족으로 표상하고 있다. 북은 북대로 남은 남대로 저마다 상처가 깊어 치유가 힘들다고 탄식하는 시인. 그러함에도 산봉우리에 오르면 바다가 보이고 동이 트고 하룻날 에너지가 대지로 번져 온다고 힘을 북돋운다. 살아 있음은 울음이 말해준다. 굶주린 짐승처럼 울음에서 길이 열린다. 부딪히고 찔리고 피흘리는 현장에서 삶은 역동적으로 펼쳐진다.

시인은 민족족 비애와 사회적 분열의 불안감을 하늘, 별, 봉우리, 바다 등 자연을 매개로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과거나 현재나 갈라진 나라, 갈라진 내부로 지금 이 땅은 열병을 앓고 있다. 그래도 이대로 멈출 순 없다고, 가야 한다고. 실천적 행위로 서로 이름 부르며 봉우리는 하나 오르다 보면 피로써 피워올린 꽃송이 향기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노래한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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