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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의 법칙'이 잡은 눈다랑어, 얼마나 귀한 생명체일까?
SBS ‘정글의 법칙’, 지난해 태국 대왕조개 채취에 이어 눈다랑어 포획 논란
 
은동기 기자   기사입력  2020/02/02 [23:32]

특정 매체가 시청률 제고를 목적으로 제작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희귀생명체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진행되고 있어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지난해 7월 4일, SBS의 '정글의 법칙'이 태국의 천연기념물인 대왕조개를 채취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2019년 6월 29일 방송된 SBS '정글의 법칙 in 로스트 아일랜드' 장면  © SBS 화면 캡처

 

‘채널원’ 등 태국 현지 언론들은 SBS의 ‘정글의 법칙’ 프로그램에서 태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대왕조개’를 사냥하는 장면이 방송됐으며, 방송이 끝난 후, 예고를 통해 대왕조개를 시식하는 모습이 공개된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대왕조개는 태국 농림부가 발표한 희귀 동물 또는 멸종 위기에 놓인 수생 동물로 낚시나 보트로 잡을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이 논란은 제작진이 태국 현지 공기관(필름보드, 국립공원)의 허가를 얻었고 그에 따른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촬영을 했다는 SBS측의 해명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가 지난 1월 15일 ‘정글의 법칙’이 방송심의규정 ‘법령의 준수’를 위반했는지 심의한 결과,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 때 반영되지 않는 행정지도인 ‘권고’를 결정했다. 

 

이로써 이 논란은 적어도 국내적으로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이지만, 태국 경찰은 현재 이 사건을 수사 중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정글의 법칙', 대왕조개 채취 논란에 이어 눈다랑어 포획 논란

 

‘정글의 법칙’ 프로그램이 지난번에 이어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생명체를 포획하는 자극적인 목표로 기획된 ‘정글의 법칙’이 ‘눈다랑어’(Bigeye)를 포획한 후, 출연진이 기뻐하는 모습과 함께 ‘눈다랑어’의 머리를 잘라 놓은 장면을 방영했다.

 

IUCN 멸종위기 취약종 눈다랑어를 포획한 SBS  '정글의 법칙' 출연진  © 정글의 법칙/환경운동연합

 

‘눈다랑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and Natural Resources. IUCN) 레드리스트(Red List)가 지정한 취약 등급 생명체이다.

 

‘정글의 법칙’은 친절하게도(?) “‘눈다랑어’가 ‘참다랑어’와 함께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지정한 참치계의 로열패밀리로 분리된다”라는 문구를 넣어 참치 중에서도 귀중한 참치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출연진이 포획한 눈다랑어  ©  정글의법칙/환경운동연합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안타깝게도 정글의 법칙 제작진들이 로열패밀리라고 부른 눈다랑어는 잡고서 그저 기뻐할 수만은 없는 어종”이라며, “세계자연보전연맹 레드리스트에 따르면 눈다랑어의 멸종위기 등급은 멸종의 위협을 받는 취약등급(VU)으로 간단하게 비교하면 자이언트 판다와 같은 등급”이라고 지적하고, “자이언트 판다는 개체 수가 증가추세지만 눈다랑어는 감소 중”이라고 강조했다.

 

 눈다랑어(Bigeye Tuna)와 자이언트판다는 세계자연보전연맹 레드리스에서 지정한 취약 등급 생명체이다.  © IUCN/환경운동연합


잡기엔 너무 귀하고 어린 멸종 위기 종 ‘눈다랑어’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눈다랑어는 몸길이 평균 180cm, 몸무게 평균 120kg까지 성장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평균적으로 180cm의 눈다랑어가 잡히는 것을 고려하면 정글의 법칙에서 잡은 눈다랑어는 50cm 정도의 체장으로 보인다.

 

생물학적으로 매우 어린물고기다. 학자들의 연구를 배제하더라도 성인 평균 키를 넘기는 참치 평균 몸길이를 고려하면 너무 작은 참치다.

 

 세계자연보전연맹 레드리스트에 취약등급으로 지정된 참다랑어 © IUCN/환경운동연합

 

정글의 법칙에서 설명한 대로 눈다랑어는 참다랑어와 함께 귀한 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는 멸종위기 취약등급 생명체다. 참다랑어(Bluefin Tuna) 역시 IUCN 취약등급 생명체다.

 

전 세계 해양 활동가들과 학자들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을 보호하는 협약(CITES)에 참다랑어를 포함하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하고 있지만, 수산업계의 입김으로 매번 실패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환경을 정복하고 지배하는 사고가 생명체 멸종 부추겨

 

환경운동연합은 “생명체를 포획하는 자극적인 목표로 기획된 프로그램에서 포획대상에 대한 기본 조사는 필수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한 문명이 환경을 정복하고 지배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고가 지금의 생태계 파괴, 환경오염 그리고 공존하던 생명체의 멸종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글의 법칙 촬영지인 미크로네시아 폰페이는 오래전부터 어업계획에 따라 상업적 어업을 주시하고 있으며, 특히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와 함께 급감 어종인 눈다랑어, 황다랑어, 가다랑어의 어업량을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살생의 미화’가 아닌 ‘생명체에 대한 공존과 공생의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글의 법칙’으로 인해 제기된 상기의 두 사례를 통해 이 논란들이 남긴 씁쓸함은 인간에 의한 환경 파괴로 이미 멸종되었거나 멸종 위기를 맞고 있는 지구 생명체들에 대해 실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정글의 법칙’이 인간이 정글이라는 자연 속에서 생존하는 모습을 통해 자연친화적 측면을 강조하려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꼭 멸종위기의 생명체까지 살상해야 했을까. 백번 양보해서 그 귀한 멸종위기의 수생동물을 채취한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시식하는 장면이나 잔인하게 머리를 자른 장면까지 방영했어야 했는가에 대해서는 꼭 환경운동가들만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되새겨봐야 할 일이다. 귀한 수생동물을 잡는 기쁨만 만끽하고 그냥 놔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뜩이나 지구가 인간의 문명과 과학기술의 발달, 지구 온난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시청률을 의식한 무분별한 프로그램으로 이 같은 소동이 일어난데 대해 다시 한 번 사려 깊은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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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2/02 [23:32]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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