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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 초등생에 전국석차 알려주는 대형 사교육 업체 고발

교육 정책에 반하는 반교육적 행태, 줄 세우기’식 상품 개발·홍보 즉각 중단해야

  • 기사입력 2020.02.13 21:57
  • 기자명 은동기 기자

초등학생들에게 평가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는 일부 특정 사교육업체의 프로그램이 정부의 교육 정책에 반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공동대표 정지현, 홍민정. 이하 ‘사교육걱정’)은 13일, 줄 세우기 교육을 조장하는 사교육 업체의 상품, 광고를 비판한 보도자료를 통해 ㈜아이스크림에듀의 ‘홈런모의고사’와 ㈜천재교육의 ‘내전석(내 아이 전국 석차)’이라는 사교육 서비스가 정부의 교육 방향에 역행한다며 이들 두 사교육업체를 고발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부터 ‘줄 세우기 없는 교육 캠페인’의 일환으로 교내외 성적순 차별, 진학결과 현수막 게시 등 성적과 학벌로 아이들을 획일적으로 줄 세우는 그릇된 관행들을 적발하고 시정을 요구함으로써 약육강식의 정글과 같은 교육 현장을 바로잡는 데 앞장서 온 사교육걱정이 이번에는 초등학생들에게 평가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는 ‘홈런모의고사(아이스크림에듀社)’와 ‘내전석(내 아이 전국석차 : 천재교육社)’이라는 사교육 서비스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홈런모의고사(아이스크림에듀社)’와 ‘내전석’(천재교육社)’의 평가 신뢰도 의심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교육걱정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들은 학년에 따라 온라인으로 평가 문제를 제공하고, 학생이 문제풀이 후 제출한 결과를 채점과 더불어 시스템을 통해 학업성취 결과를 자동으로 분석해주는 상품이다. 두 업체들은 모두 결과분석에서 문제를 푼 학생이 전국적으로 100명의 학생 가운데 몇 등이나 하는지를 알려주는 정보인 ‘전국 백분위’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주요하게 광고하고 있었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교육걱정은 업체들이 실제로 예시한 결과분석 페이지에는 ‘전국 상위 몇%’와 같이 상대평가 결과가 산출되는 백분위 정보가 버젓이 제공되고 있었으며, 단 몇 문항의 문제를 온라인으로 풀게하고 채점 결과로 현재 전국적으로 줄을 세웠을 때 몇 등 수준인지를 초등학생과 그 학부모에게 적나라하게 노출하고 있으며,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상품 광고를 통해 포털사이트, 블로그 등에 버젓이 게재하고 있었다. 천재교육의 경우 해당 상품의 배너 광고를 심지어 천재교과서를 사용하는 학교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교수지원 사이트에까지 실었다.

사교육걱정은 사교육 업계에서도 규모가 큰 아이스크림에듀·천재교육社는 다년간의 업력으로 전국적인 학생 성적·문항 DB들을 다량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전국에서 몇 등인지 상대평가 결과를 자동화 시스템으로 산출하는 서비스를 구축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업체가 선별한 단 몇 문항의 풀이 결과 분석으로 나온 백분위가 과연 의미있는 학업성취 지표인지에 대한 평가 타당도 문제뿐 아니라, 표본 특성이나 오차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업체에서 제공하는 전국 백분위를 과연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의 평가 신뢰도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분위는 상대평가 정보로서 학습 내용을 제대로 잘 배웠는지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다른 학생보다 얼마나 더 잘했는지에 대한 정보”라고 강조하고, “따라서 결과가 좋든 나쁘든 학생과 학부모에게 안도감보다는 무한경쟁 의식과 불안감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 관점에서 매우 신중하게 제공되어야 할 지표”라고 주장했다.

사교육걱정은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업체인 아이스크림에듀社의 교육 콘텐츠들은 다수의 초등교사들이 학교 수업과 평가에 활용하고 있고, 천재교육社 역시 오래도록 학교 수업용 교과서를 출판해왔던 업체로 두 곳 모두 사교육 기업이기는 하나 공교육과 밀착도가 높아 교육 현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논리만이 아니라 막중한 교육적 책임을 담보한 사업을 전개해야 마땅하다면서 ‘시험이 없어져 객관적 수준을 알 수 없다’며 전국 석차를 알려주는 퇴행적 방식으로 상품을 생산하고 광고하는 소비자 현혹 행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교육걱정은 지난 10여년 동안 교육 당국이 일제고사 시행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일관된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며 지난 2011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초등학교의 중간·기말고사의 사실상 폐지와 2013년 초등학교 일제고사 폐지 및 2017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수평가에서 표집평가로 전환한 점을 사례로 들어 “이는 정부 차원에서 서열화된 성적 산출을 통한 경쟁?입시 중심의 획일적이고 줄 세우기식 교육을 종식하고, 학생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는 교육을 추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이스크림에듀와 천재교육 등 사교육 업계에 대해 “이러한 교육적 흐름을 역행하는 반교육적 행태를 멈추고, 학업 성취에 대한 열패감·불안감을 자극하며 경쟁을 과열시킬 우려가 큰 ‘줄 세우기’식 상품 개발 및 홍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교육부에 대해서도 “고액·불법 사교육 단속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줄 세우기 교육을 조장하여 공교육 정상화를 저해하는 사교육 상품 및 광고에 대해서도 강력한 지침을 내리고 규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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