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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에 발목 잡힌 2020 도쿄 올림픽

그린피스 “일본은 선수, 관중, 일본 시민 모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 기사입력 2020.02.18 09:16
  • 기자명 은동기 기자

-가장 최근 수행한 <그린피스 조사 결과 보고서> 올해 3월에 발간 예정

방사능 재앙이 계속되고, 수만 명의 일본 국민이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주최한다는 일본 정부에 대해 후쿠시마 현의 방사능 공포가 여전하며, 주변 지역을 잠식한 방사능 오염으로 인해 노동자들과 피난민을 포함한 후쿠시마 주민이 위험에 노출되는 등 인권 침해를 겪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숀 버니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수석 원자력 전문가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 기고한 기고문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3년에 후쿠시마 제1 원전 사태가 충분히 통제되고 있다고 선언하며 이번 올림픽을 '재건 올림픽'이라고 명명한 후 7년이 지났지만 원자력 발전소와 주변 지역은 여전히 방사능 위험 지역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원자력 위험과 피해를 알리기 위해 매년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 그린피스

장기저장 방법 있는데도 경제적 이유로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추진하는 일본.

2011년 3월 11일, 지진과 쓰나미라는 대재앙으로 1만8천 명의 목숨이 숨졌고 14만 명의 주민이 집과 재산을 버리고 대피한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의 후유증이 2020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세계의 원자력 학자들은 후쿠시마가 안전해지려면 적어도 50년의 방사능 자연저감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일본정부는 후쿠시마 원자로를 식힌 오염수 수백 톤씩을 날마다 알게 모르게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

급기야 일본 경제산업성 오염수처리대책위원회 전문가 소위원회는 지난 10일 일본 정부에 약 120만t에 달하는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권고하는 방사능 오염수 처리에 대한 최종보고서를 제출했다. 방사능 오염수 장기저장 방법 있는데도 경제적 이유로 손쉬운 해결책인 해양 방류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도쿄전력이 지난 1월 31일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다핵종제거설비’를 통해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 이른바 ‘처리수’에 , 세슘, 스트론튬, 코발트60 등의 고독성 방사성 물질이 제대로 제거되지 못한 채 고스란히 남아있음을 알 수 있다.

2019년 12월 기준 보관 중인 오염수 약 110만 톤의 72%가 기준치 이상의 고독성 방사성 물질들을 포함하고 있었고, 15%의 오염수에는 고독성의 방사성 물질들이 기준치 10배~100배가 포함되어 있었다.

가장 심각한 것은 백혈병과 골수암을 일으키는 스트론튬을 기준치의 100배 ~20,000배 포함한 방사능 오염수가 65,000톤이 보관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관련기사>

그린피스 “방사능 재앙, 도쿄올림픽 전 진지하게 다루어져야”

2020년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불안하다. 일본 정부는 1964년 도쿄 올림픽 개최 이후 일본경제가 도약했다는 사실을 들어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같은 희망을 갈망하고 있지만, 일본을 둘러싼 상황은 녹녹치 않다. 아니 심각하다는 표현이 더욱 정확하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촉발된 일본 열도의 방사능 오염은 2020 도쿄올림픽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다. 아베가 올해 도쿄올림픽 개최를 '후쿠시마 재건'의 기회로 삼고, 국제 사회에서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후쿠시마를 짓누르고 있는 방사능 공포는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숀 버니는 사고 현장에 남아 있는 100만 톤이 넘는 오염수와 880톤에 이르는 용융 핵연료를 어떻게 안전하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뾰족한 해답이 없는 상태지만, 더 큰 문제는 주변 지역을 잠식한 방사능 오염으로 인해 노동자들과 피난민을 포함한 후쿠시마 주민이 위험에 노출되며 인권 침해를 겪는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후쿠시마 나라하에 위치한 J빌리지 위성 사진. 그린피스는 201년 10월 진행한 현장 조사를 통해 J빌리지에서 핫 스폿을 발견했다. J빌리지는 2020 도쿄올림픽 성화 출발지이다.  © 그린피스

이 문제는 지난 1월 28일 미국 케이블 채널 HBO가 방영한 시즌 26의 첫 회 주제로 다루어졌다. 이 프로그램은 스포츠 에미상을 33차례(스포츠 저널리즘 최고상 19차례 포함)나 받은 바 있는 매우 정평 있는 스포츠 저널리즘 프로그램이다.

숀 버니는 “방사능 재앙이 계속되고 수만 명의 일본 국민이 그로부터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주최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고 “이 프로그램은 바로 이와 같은 질문을 던졌으며, 올 여름 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 진지하게 다루어져야 할 문제임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2019년 10월부터 11월까지 약 4주간 후쿠시마 현장 조사를 진행한 그린피스는 이 조사 결과를 오는 3월 상반기에 보고서 형태로 발간할 예정이다

숀 버니는 “그린피스는 올림픽 정신과 가치를 존중하며, 동시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대회가 열리는 지역의 환경을 보호하고 올림픽을 주최하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유산을 남길 책임이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면서 “IOC는 올림픽 정신의 세 번째 축인 '환경'의 정신을 구현하며 지속 가능성 촉진에 기여할 기회를 갖고 있다. 바로 도쿄 올림픽을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모범 사례로 삼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개최함에 있어 참여 선수와 외국 관중들, 일본 시민 모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가 도쿄 올림픽 기간 중 후쿠시마에서 두 가지 주요 스포츠 행사를 진행함에 있어 방사능 노출과 관련한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올림픽 성화는 후쿠시마 현의 모든 지자체를 순회하게 되며 여기에는 그린피스의 방사선 방호 전문가 그룹이 핫 스폿(방사선 고선량 지점)을 발견한 바 있는 이타테, 나미에, 오쿠마가 포함된다. 핫 스폿은 일본 정부가 새로 조정한 기준으로 봐도 방사능이 지나치게 높은 지점으로, 해당 지역에서는 주민 퇴거 구역뿐 아니라 비규제 구역에도 발견되었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올림픽을 유치해 선수와 방문자들을 초청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라고 우려와 의문을 제기했다.

숀 버니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관련해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개인의 건강에 미치는 위험의 정도를 분명하게 판단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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