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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간 신냉전 도래, 다양한 정책적 옵션 점검, 대응책 마련해야”

세종연구소 이성현 중국연구센터장, 미국의 ‘대중국전략보고서’ 분석

  • 기사입력 2020.05.28 01:00
  • 기자명 은동기 기자

한국이 미중 신냉전에서 지정학적 ‘암흑시대’를 피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적 옵션을 점검, 상황 악화 시나리오마다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세종연구소 이성현 중국연구센터장은 27일자 <세종논평>을 통해 정부에 대해 "기존의 미중관계를 바라보는 보편적 패러다임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이 같이 제언했다.

이 센터장은 지난 20일 트럼프 행정부가 공표한 ‘대중국전략(접근)보고서’(United States Strategic Approach to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를 분석하고, 중국에 대한 ‘경쟁적 접근’ (competitive approach) 이상의 사실상 미중 신냉전의 ‘공식 선포’(formal announcement)로 볼 수 있다면서 정부의 대미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미국의 대중국전략보고서> 전문 보기

보고서에서 미국은 중국이 미국에 대해 경제, 가치, 안보 세 부분에서 도전하고 있으며, "이중 가장 주목할 부분은 ‘가치에 대한 도전’(Challenges to Our Values)"이라며 미중 갈등의 성격을 ‘가치 갈등’이라고 적시했다. 

이 센터장은 미국 내 중국전문가그룹에 제기한 호칭관련 문제를 받아들여 시진핑 주석을 평소처럼 ‘President Xi’라고 하지 않고 ‘General Secretary Xi,’ 즉 ‘공산당 총서기’라고 호칭함으로써 중국이 공산국가임을 강조했으며, 심지어 ‘중국’이란 주어가 들어갈 자리에 미국이 ‘북한’과 같은 나라를 지칭할 때 쓰는 표현‘인 regime’(정권)이 사용되기도 했다고 미국의 의도를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한 "자본주의는 소멸할 것이며 사회주의가 궁극적으로 승리할 것"(资本主义最终消亡、社会主义最终胜利)이라는 2013년 시진핑의 내부 발언을 인용, “중국이 겉으로는 개방된 글로벌 무역체제를 주창하면서도 물밑에서는 오랫동안 서방과 ‘이데올로기 경쟁’을 진행하고 있었고, 민주주의의 대안으로 공산주의를 세계에 조장하고 있으며, 심지어 서방의 민주주의보다 ‘더 잘 작동’(functioning better)하는 정치제도로써 장려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더불어 시진핑이 주창하는 '인류운명공동체'(人類命運共同體) 슬로건이 실제적으로는 공산당 주도의 '이념적 순응' (ideological conformity)을 고취하는데 이용되고 있고, 이는 중국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을 심는데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대중국전략보고서  © 미국방성(US Dept. of Defence)

미국의 ‘대중국전략보고서’는 미중 냉전의 시작 알리는 또 하나의 ‘X 파일’“

이 센터장은 경제전선에서의 미중 간 디커플링(decoupling. 비동조화)과 관련, 논란이 있다면서 “미중 간 디커플링이 “꽤 오랫동안 진행돼 온 것”이라는 맷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의 발언을 소개했다.

포틴저 부보좌관은 ‘만리장성 방화벽’ 예를 들며 중국에서 서방 인터넷 사이트의 제한 등 기술적 비동조화 뿐만 아니라 종교억압, 소수민족 탄압 등 인류 보편적 가치가 중국에서 존중받지 못하는 것도 포함된다며, "사실상 디커플링은 중국이 먼저 시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센터장은 이번 보고서가 미 정부 내 여러 파벌의 중국에 대한 이견이 하나로 수렴된 결과이기도 하다면서 △정부 내 온건파가 강경파로 수렴됐고, △백악관 내 ‘선거용 강경파’(‘China Bashing을 선거에 이용)가 ‘이념적 강경파’(중국공산당을 본질적으로 미국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다고 보고, 중국의 부상을 좌절시키려고 함)로 수렴됐으며, 코로나 사태에서 중국이 보여준 행태는 여러 파벌의 통합에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결론에서 본 문건이 미국의 중국에 대한 ‘근본적인 재평가’ (fundamental reevaluation)라 명시했다. 

이 센터장은 “신냉전은 과거 미소가 대립했던 냉전시대와 다르다”며 “이 보고서로 이제 그 패러다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종합하면 역사는 이 보고서를 미중 냉전의 시작 (onset)을 알리는 또 하나의 ‘X 파일’(the X Article)로 기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중 신냉전은 한국에게 있어 지정학적 ‘암흑시대’의 도래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최상의 전략은 현실을 직시하고 험난한 앞날을 위해 미중 간에 헤징(Hedging), 가치사슬 다변화, 한국의 독자적 생존 모색 등 다양한 정책적 옵션을 모두 점검하고 상황 악화 시나리오마다 한국의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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