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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삭 나흘만에 하이선이 할퀸 한반도 동쪽…또다시 '만신창이'

제주와 부산 거쳐 경상·강원 동해안 강타한 '하이선' 동해로 진출

  • 기사입력 2020.09.07 17:08
  • 기자명 이경 기자

제9호 태풍 '마이삭'에 이어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연이어 할퀴고 지나간 제주와 부산, 경상과 강원 동해안 곳곳은 또다시 터지고 잠겨 만신창이가 됐다.

▲ 태풍 하이선이 북상 중인 7일 오전 부산 광안리 일대에 높은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불과 나흘 전 태풍 '마이삭'이 낸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시간당 70㎜의 폭우와 강풍을 동반한 하이선이 강타하면서 피해는 더 컸다.

만조와 겹쳐 쏟아진 폭우가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주택과 상가 등의 시설은 맥없이 물에 잠겼다. 저수지 범람 우려 등으로 주민들은 안전지대로 대피하기도 했다.

하늘길과 뱃길은 물론 철도와 도로까지 끊기거나 잠겨 운행 중단 사태가 속출했다.

경주 월성원전 터빈 발전기 2기가 정지하는 등 공공시설 피해도 잇따랐다.

급류에 휩쓸려 1명이 실종되는 등 전국적으로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수만여 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 빗물에 휩쓸려 40대 남성 실종…강풍에 날린 간판에 머리 맞아 부상

강원 동해안은 태풍 하이선이 빠져나가면서 시간당 70㎜에 달하는 폭우를 쏟아내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 7일 경북 경주시 감포항 주변이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거칠어진 파도와 높아진 수위로 밀려든 바닷물과 쏟아진 폭우로 물에 잠겨 바다와 육지의 구분이 안 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23분께 삼척시 신기면 대평리에서 석회석 업체 소속 40대 남성이 빗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 남성은 동료 10여 명과 석회석 채굴작업 후 철수하던 중 도로 유실로 인해 배수로에 빠져 물에 휩쓸린 것으로 전해졌다.

양양에서는 불어 난 물을 피해 옥상으로 대피한 주민 5명이 구조되고 삼척시 조비동에서는 70대 노부부가 고립됐다가 출동한 119 구조대원 등에 의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강원에서는 150가구 313명의 주민이 사전 대피한 데 이어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진 고성지역에서는 저수지 5곳과 하천의 범람 우려돼 한때 주민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부산은 태풍이 가장 근접한 오전 8∼9시께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오전 9시 15분께 남구 유엔로에서 한 남성이 강풍에 세워둔 간판에 머리를 맞아 크게 다쳤다.

해운대구 중동 한 고층건물 로비에서 환경미화원이 강풍에 넘어져 머리 부위를 다쳤고, 동래구 온천동 한 육교 엘리베이터가 정전으로 멈추면서 안에 갇힌 57세 남성이 119에 구조되기도 했다.

지난 7월 폭우에 물에 잠겼던 동구 자성대 아파트 18가구는 이번 태풍에 침수 피해를 겪었다.

▲ 7일 경북 경주시 감포항 주변 상가 골목에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거칠어진 파도와 높아진 수위로 밀려드는 바닷물을 상인들이 막고 있다.  

◇ 정전 피해 속출·태화강 범람 우려…거제 아파트 앞산이 '와르르'

경남에서는 3만7천664가구의 정전 피해가 나 이 중 980여 가구만 복구됐고 나머지는 복구하고 있다.

거제 문동동에서는 아파트 절개지가 '와르르' 붕괴해 인근 주민 60여 명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거제시, 양산시는 도로 침수로 시내버스 운행을 중단한 상태다.

양산시 어곡동 한 도로는 성인 남성의 무릎 높이만큼 물이 들어차 차량 진입이 통제됐다.

창원시 성산구 성주동 안민터널 입구 하천이 범람했으며 남산동 창원터널 고가도로 출입구 일부가 침수돼 차량이 서행하면서 정체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양산 삼호동 한 주차장 앞에 물이 들어차면서 승용차 여러 대가 물에 잠겼다.

울산에서는 태화강에 홍수주의보가 내려지고 정전, 도로 통제, 항공기 결항 등 피해가 속출했다.

태화강에는 한때 하천 범람이 우려돼 홍수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정전 피해가 10여 건 접수돼 기업, 아파트, 주택 등 피해가 이어졌다.

울산 남구 황성동 일대 130여 가구, 남구 무거동 일대 2만4천여 가구 일부가 정전됐다고 연이어 신고했다.

울주군 서생면 진하리 일대에서는 4천100여 가구가 전기가 오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현대자동차 울산5공장과 현대모비스가 일시 정전으로 조업을 한때 멈췄고, 울주군 정전 지역 일부 중소기업은 직원 모두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다.

도로 통제도 이어져 북구 속심이보, 제전보, 상안잠수교, 시례잠수교 4곳 하상 도로 등 도로 통제도 잇따랐다.

부산 남구 용호동 일대 580여 가구에 정전이 발생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오전 경주에서는 월성원전 2호기와 3호기의 터빈발전기가 잇따라 자동정지되기도 했다.

월성원전 측은 "태풍의 영향으로 전력 설비에 이상이 발생함에 따라 발전소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설계적 특성으로 터빈발전기가 자동정지했다"고 밝혔다.

▲ 태풍 '하이선' 영향으로 7일 경남 거제시 한 아파트 주차장 인근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승용차, 아파트 입구 등이 파손됐다. 

◇ 제주공항 항공기 결항 잇따라…토사와 산사태에 전국 도로 곳곳 유실

태풍이 가장 먼저 할퀴고 지나간 제주의 피해도 컸다. 이날 제주국제공항에 운항 계획이 잡혔던 241편의 항공편이 결항했다.

전날도 태풍의 영향으로 오후 늦게부터 항공편 운항이 취소돼 17편의 항공기가 결항했다.

또 우수영·목포·녹동·완도·부산·가파도(마라도) 등을 잇는 제주 기점 9개 항로 15척 여객선 운항이 모두 통제됐다.

태풍 북상에 따라 한라산 등산도 전면 통제됐다. 설악산·오대산·치악산·태백산 등 도내 국립공원 탐방로 69곳이 통제됐다.

서귀포시 대정읍에서는 498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겨 응급 복구가 진행됐다.

이날 아침 출근 시간대 제주시 한북로 제주대사거리∼아라요양병원 구간 도로가 침수돼 차량 통제를 했다.

부산 강서구 미음 터널 주변은 사면이 붕괴해 창원∼부산 간 도로가 전면 통제됐고, 침수된 남해고속도 진입도로는 강처럼 변했다.

이밖에 경남과 경북, 부산 등을 중심으로 등하교시간을 조정하거나 원격 수업으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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