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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시민사회도 램지어에 분노 "일본의 대변인…역사 부정말라"

  • 기사입력 2021.02.17 13:37
  • 기자명 김진태 기자
▲ 하버드대 로스쿨 아태학생회 주최 온라인 세미나[줌 화상회의 캡처]

위안부를 '매춘부'로 규정하는 논문을 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를 향해 위안부 문제에 천착하는 미국의 시민운동가들이 일제히 비난을 쏟아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3) 할머니가 원격으로 참석한 16일(현지시간) 하버드대 아시아태평양 법대 학생회(APALSA) 주최 온라인 세미나에서다.

'위안부 지킴이'로 유명한 마이크 혼다 전 연방 하원의원은 세미나에서 "우리가 할 일은 그 교수직에 대한 자금 지원을 끊고 하버드대가 미쓰비시로부터 더 돈을 받지 않도록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램지어 교수가 일본의 전범기업 미쓰비시의 후원을 받는 석좌교수직으로 임용됐다는 사실을 겨냥한 발언이다.

혼다 전 의원은 "그가 일본법의 전문가라면 그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일본 역사에 관해 그는 문외한이다. 뭔가를 하라고 돈을 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 고등법원 판사 출신인 릴리언 싱 위안부정의연대(CWJC) 공동의장도 "100% 동의한다"면서 램지어 교수와 같은 사람들이 "일본을 위한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싱 의장은 "그들은 편파적이고 일본의 수정주의 정부를 위해 일하고 있다"면서 "일본이 역사를 말살한 뒤 다시 새롭게 쓰고 세탁하는 일을 돕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신들은 역사를 부정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싱 의장은 "램지어는 뻔뻔하게도 위안부 이슈에 관한 글을 쓰면서 피해자와 대화하거나 인터뷰하거나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다"며 "램지어가 오늘 행사를 시청해 할머니들의 고통을 느끼고 이해하는 동정심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램지어 교수의 주장에는 위안부 문제가 여성에 대한 전쟁범죄라는 기본적인 관점이 결여돼 있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싱 의장은 "대부분이 위안부 이슈를 한일 문제로 오해하는데 이는 사실 일본이 침략한 모든 나라가 관여된 문제"라면서 "우리는 이 문제를 인권, 여성의 시민권, 저항의 역사로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위안부를 매춘부와 매춘업자 사이의 자발적 계약으로 이해한 램지어 교수를 향해 "계약 문제의 관점에서 이 현안을 규정하지 말라"면서 "여성 권리, 인권, 국가 간 분쟁, 그리고 전시에 벌어지는 여성 착취의 문제로 넓게 규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참석자들은 램지어 교수를 물밑에서 후원하는 일본 정부를 향해서도 경계의 시선을 보냈다. 2007년 위안부 관련 결의안 통과를 주도한 혼다 전 의원은 과거 공화당이 하원 외교위를 주도할 때 일본 정부의 영향력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소개한 뒤 "그들은 거짓말하고 있다"며 일본 측을 비난했다. 혼다 전 의원은 일본 측의 거짓 주장을 되풀이하는 이들을 가리켜 "그들은 1월6일 의사당 난입에 참여한 트럼프 지지자들과 다르지 않다"고도 비유했다.

싱과 마찬가지로 판사 출신인 줄리 탕 CWJC 공동의장은 "일본의 로비는 매우매우 강력하다. 수백만달러를 갖고 있으며 정부와 비정부 단체들까지 동원된다"라고 우려했다. 탕 의장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도 "모든 위안부와 참전군인들에게 매우매우 나쁜 합의였다"며 "할머니들의 끔찍한 고통을 나라 사이의 외교적 술책으로 활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램지어 교수의 논문 '태평양 전쟁에서 성매매 계약(Contracting for sex in the Pacific War)'이 '국제법경제리뷰(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s)' 3월호에 실릴 예정이다. 온라인에서는 현재 확인할 수 있다. 
 
램지어 교수는 논문에서 태평양 전쟁 당시 '매춘업자(brothel owner)'와 '예비 매춘부(potential prostitute)'가 이해관계 충족 계약을 맺었고, 이를 '게임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램지어 교수는 계약에 따라 매춘 여성은 통상 매춘 계약 기간보다 짧은 1∼2년 단위 계약을 맺고 고액의 선지급금을 받았으며, 수익을 충분히 올리면 계약 만료 전에 떠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램지어 교수는 논문에서 당시 일본 식민지였던 한국에서 끌려와 성노예 생활을 했던 여성과 일본 여성을 모두 '매춘부'로 규정했다. 램지어 교수는 "한국이나 일본 정부가 여성에게 매춘을 강요하지 않았으며, 일본군이 매춘부 모집업자와 협력한 것도 사실이 아니다"면서 "군대를 따라다니는 매춘부들은 전쟁의 위험 때문에 일반 매춘부보다 돈을 더 많이 받았고"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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