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서 게·소라 등 바다 밑바닥에 사는 해양생물 서식처도 북쪽으로 크게 이동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해양수산부는 '국가 해양생태계 종합조사 3주기'(2015∼2020년) 주요 결과를 28일 공개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온도가 상대적으로 늦게 올라가는 해저 바닥에 사는 해양생물의 생태까지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소라는 2011년 조사 당시 북위 35도 정도인 남해안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관찰됐으나, 최근에는 경북 울진 부근인 북위 37도까지 서식처를 확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해안에 사는 달랑게는 포항 북구에서 울진으로 서식처를 넓혀 약 80㎞ 정도 북쪽으로 이동했다. 기수갈고둥은 울진에서 강원도 삼척까지 20㎞ 정도 북쪽으로 이동했다.
해조류의 경우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다에 사는 열대·온대 혼합성 해조류가 국내 전해역에 걸쳐 종수와 분포를 확대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따뜻한 대마 난류권의 영향을 받는 해역에 출현하는 어류 112종 중 난류종 어종은 77종으로 확인됐다. 이 난류성 어종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5년 52.0％에서 지난해 68.8％로 16.8％p(포인트) 증가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서 해양생물들이 생존할 수 있는 한계선이 북쪽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해수부는 기후변화가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면밀히 파악하고자 아열대화 현상이 관찰되는 제주도와 남해안 해역에 대한 해양생태계종합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해수부는 이번 조사를 통해 한국 해역에 출현하는 해양생물 7천919종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직전 조사(2006∼2014년)때 확인한 4천906종보다 61.4％ 늘어나 성과를 거뒀다고 해수부는 전했다.
세계적으로 희귀종인 기수갈고둥(Clithon retropictum)가 경남 창원에 약 3천700㎡로 국내 최대 서식지를 형성하고 사는 것도 확인했다. 이 지역에서 발견한 기수갈고둥은 모두 11만개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 취약종인 노랑부리백로(Egretta eulophotes)가 서·남해 갯벌에서 다수 서식하는 사실도 확인했다.
해수부는 한국 해양생태계의 건강성과 다양성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종도 발굴했다. 지표종이란 수질이 깨끗한 1급수에서만 사는 가시고기와 같이 해당 지역의 환경 수준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생물을 의미한다.
해수부는 해역별로 서해의 눈콩게(Scopimera bitympana), 남해의 부챗말(Padina arborescens), 동해의 긴꼬리도약옆새우(Trinorchestia longiramus), 대마난류 영향권의 삼각따개비(Balanus trigonus) 등을 발굴해 지표종으로 선정했다.
앞으로 지표종을 활용해 국내 해양생태계의 건강성을 진단하고 훼손된 해양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지표로 활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