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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동 누나와의 무상연애' 어때?

  • 기사입력 2021.11.13 21:39
  • 기자명 김승동 대표 기자
▲ 대표 기자 김승동 

이른바 한때 '쥴리 벽화' 논란이 일었던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중고서점 외벽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내용의 벽화가 다시 등장해 시비거리가 되고 있다.

벽화가 다시 등장했다는 했다는 소식에 모처럼 시간을 내 13일 오후 민노총 집회로 교통이 혼잡한 서울 시내를 헤집고 기자가 찾아본 현장은 학원가와 술집,유흥가가 뒤섞여 있는 관철동의 한 뒷골목으로 벌써 소문을 듣고 온 유튜터들과 시민들로 북적였다.

문제의 외벽은 노란색으로 칠해진 바탕 위에 윤석열 후보가 무속 논란을 일으켰던 손바닥 '王(왕)'자, 사과 희화화 논란이 일었던 '개 사과' 그림이 중앙에 그려져 있었다.

또 좌우측에는 중년여성과 남성이 각각 그려져 있는데 누가 봐도 윤 후보의 장모와 전두환 전 대통령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장모로 여겨지는 중년 여성은 눈 부위가 검은색으로 가려져 있어 마치 사형수 등의 중범죄자를 연상케 했다.

벽화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닌볼트(43.지성진 씨)'라는 작가가 지난 11일부터 이틀 동안 그렸다고 한다.

▲문제의 벽화 앞에서 만난 GP기획사 김민호 대표와 그옆에서 유튜버들과 촬영중인 이번 벽화를그린 그래피티 아티스트 닌볼트(지성진씨)[한국NGO신문 사진}

현장에서 만난 '닌볼트'의 소속사 대표 굿플레이어(GP) 김민호(51) 씨는 "선거와 진영 논리로 그린 것이 아니라”고 했다. “낡은 외벽을 예술의 경연(배틀)장이 되도록 해 보자는 의미에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작품 내용도 전적으로 작가 소관으로 자신은 일체 개입하지 않았다“며 이념 논란에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이념 논란을 의식한 듯 김 대표는 ”노란색 벽면이 절반 비어있는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비판하는 작품을 그리는 것도 허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년 6월까지 외벽 대여 계약을 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지금도 이 외벽의 벽화에 관심있는 여러 작가들의 연락이 오고 있고 자신도 수준이 되는 작가들을 찾고 있다고 했다.   

잠시 현장에서 취재하며 느낀 것이지만 뭔가 순수하지 않고 편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기획 냄새가 나는 사건으로 다가왔다.

벽화를 그린 작가나, 변화 전시 기획을 자처하는 1인 기획사 대표도 만나 차를 마시고 했으나, 이번 전시에는 ‘보이지 않는 감추어진 손’이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 변화가 그려져 있는 중고책 서점내에서 잠시 티 타임중인 김민호 대표와 그래피티 아티스트 닌폴트[한국NGO신문 사진]

이번 벽화 내용도 순수한 예술이 아니라 한쪽 이념과 진영을 대변하고 투영하는 내용으로 가득찼는데 단지, 바뀐게 있다면 지난번 줄리때 와는 달리 이번엔 벽화 기획을 건물 주인이 아닌 문화·예술 기획사가 주도했다는 것 뿐이다.

주지하다시피, 남의 벽에 그림을 그리기란 결코 쉽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고 하는데 이 힘있는 건물주의 허락이 없이는 안되는 일이다. GP김민호 대표는 벽면 임차계약을 했다면서도 계약은 서류로 했나? 구두로 했나? 임대료는 얼마냐?는 등의 질문에 ”건물주가 불편해 한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길 거부해 더 의문이 들었다.

그는 단지, 자신은 예술의 경연장으로 활용할 뿐이며,비지니스 차원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의문이 든다. 골목속 남의 빌딩 벽에 그림을 그린다. 그것도 자신 스스로가 아니라 화가를 동원해 돈을 주고 그릴건데 벽화 보여 준다고 골목에 입장료를 받을 거도 아닌데 어떤 수익 구조가 있을까? 아무리 위험한 장사가 많이 남는다고 하지만, 1등 한 명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다 죽어야 되는 험난한 대선 전쟁속에 돈을 얼마나 번다고 작은 기획사가 혈혈단신으로 이렇게 위험한 비즈니스에 왜 뛰어들까? 걱정이 되고 궁금증만 가득하다.

건물주도 그렇다. 땅값이 보통 비싼게 아닌 서울 종로 바닥의 4,5층 짜리 건물주가 요즘 상가가 어렵지만 기껏 푼돈을 벌려고 세간의 위험한 주목을 무릅쓰고 조그만 골몰에 있는 건물 외벽을 임대하려고 할까? 아마 그건 아닌 것 같다.

지난번 쥴리 벽화를 통해 이념 투쟁을 하다가 거센 시비와 여론에 밀려 잠시 작전상 후퇴했던 건물주가 기획사를 꼭두각시로 내 세워 놓고 지난번 쥴리 때와 같이 표현의 자유와 예술을 빙자한 이념 전쟁을 벌이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나만의 느낌이고 생각일까?

그러다가 성공하면 그 건물과 종로는 진보 유튜버들 사무실과 문화공간이 들어서는 등 이념 선전장의 놀이터가 될 것이고, 문화 반역에 실패하면, 아마 이번 벽화 전시도 길게 가지 못하고 여론 등을 보다가 당장 페인트로 덮어 버리거나 크리스마스 풍경으로 대체를 하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36계 작전을 쓸 것 같다.

혹시 나의 생각이 기우라면, GP 김대표의 주장처럼 후미진 골목의 벽면을 예술의 경연장으로 승화시키고 싶다면, 진정으로 이념투쟁의 장이 아니라면, 지금 그려져 있는 4컷에 필적할만한 작품 구상을 하나 추천하고자 한다. 

바로 그것은 ‘옥수동 누나와의 무상연애’ 장면을 생동감 있게 그려주면 어떨까? 단언컨대, 이번 배틀(Battle)의 우승작이 분명할 것이다. 그러면 희대의 명화(名畫)를 보기 위해 전국은 물론 한류 바람속에 해외에서도 관람객들이 몰려들면서 종로 상가도 살아날 것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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