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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NGO가 새정부에 바란다 7] "재개발·재건축 사업 실패 반복하지 말아야"

참여연대, 과거 뉴타운 사업 문제점 분석 이슈리포트 발표
재정착률 저조, 투기장 변모, 전세난 급증, 분양가 상승 지적
새정부와 서울시에 '지속가능한 정비사업' 추진 주문

  • 기사입력 2022.04.11 16:53
  • 기자명 정성민 기자

윤석열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처럼 각종 개혁과제가 쏟아지는 가운데, 시민사회에서도 윤석열정부의 개혁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한국NGO신문>이 'NGO가 새정부에 바란다' 시리즈를 취재.보도한다. 오늘은 '재개발 재건축 관련 정책'을 다룬다

▲ 1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에서 '과잉·과속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문제점'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참여연대 제공]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올해 들어 안정세를 보였지만, 대선 직후부터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4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 이름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 규제 대폭 완화를 추진한 데 이어 새정부의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 기대심리까지 반영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용적률 상향,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완화, 과도한 기부채납 방지, 안전진단 기준 완화, 분양가 규제 합리화 등의 공약을 발표했다. 

  

이에 시민사회는 재개발·재건축 사업 규제 완화 드라이브가 자칫 재정착률 저조, 투기장 변모, 전세난 급증, 분양가 상승 등 과거 뉴타운 사업의 폐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새정부와 서울시에 '지속가능한 정비사업' 추진을 주문했다.

"과거 서울시 뉴타운 사업은 실패로 귀결" 

참여연대는 1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과거 뉴타운 사례를 통해 본 과잉·과속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문제점'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온라인(https://youtu.be/dBadZapvjj4)을 통해서도 생중계됐다. 

이미현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이 사회를 맡아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소현민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박효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 이강훈 변호사(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등이 발표를 이어갔다. 

먼저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반복되는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사업과 무분별한 규제완화는 부동산 가격 불안, 투기 조장, 주거 안정성 훼손, 자산불평등 심화, 사회적 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과잉·과속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문제를 개선할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기자회견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소현민 변호사는 서울시 정책문서, 국정감사, 언론보도 등을 기반으로 과거 뉴타운 사업의 문제점을 분석·발표했다. 앞서 뉴타운 사업은 2002년부터 서울 전역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뉴타운 사업이 과잉·과속 측면에서 추진되며 10년 후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고 소 변호사는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소 변호사는 과거 뉴타운 사업이 중대형 고가아파트 중심으로 건설, 원주민과 세입자가 쫒겨나는 문제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뉴타운 사업지구 26곳에서 사업 이전보다 인구는 3%, 세대 수는 10% 줄어들었다는 것.

실제 한 언론이 길음 뉴타운 2구역의 조합원 명부를 분석한 결과 1997년 조합 설립인가 당시 주민(원주민) 798명(전체조합원 1233명)에서 2005년 4월 입주 주민은 82명(10.3%)에 그쳤다.

소 변호사는 "개발 지역에 거주하는 영세 가옥주와 세입자의 능력과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채 고가의 중대형 아파트 건설 위주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투기수요만 자극할 뿐 자금력에 한계가 있는 무주택자들을 위한 것도 아니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형저가주택과 임대주택 건설비율을 확대하고, 보상세입자의 자격요건을 완화하며, 철거세입자 등에게 주택자금 저리 융자를 제공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뉴타운 사업으로 주택가격, 전세가격, 주변 집값 일제히 상승 

다음으로 소 변호사는 주택가격 상승, 전세가격 상승, 주변 집값 상승 초래를 문제삼았다. 소 변호사에 따르면 은평 뉴타운의 경우 2002년 250만원 땅이 뉴타운 지정 후 1350만원으로, 한남 뉴타운은 350만원에서 1300만원으로 급상승했다.

또한 왕십리 뉴타운지역의 경우 전셋값은 이주 전 평균 4353만원에서 이주 후 평균 7176만원으로 63% 폭등했고, 노무현 정부 시절 강남3구와 용산·성동 등의 지역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활발하자 고분양가가 주변 집값 상승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소 변호사는 "주택가격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 개발이익을 철저하게 환수해야 하며, 저소득층 세입자가 입주가능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확대하고, 분양가상한제를 통해 분양가를 무주택자가 부담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이주 수요 증가로 전세 가격이 폭등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순차적, 단계적 개발을 추진해야 하고 고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상승시키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현재 서울과 수도권 일부지역에서 시행하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전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소 변호사는 과거 뉴타운 사업이 용적률 인센티브와 개발이익 극대화로 투기 수요를 부추겼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시계획 관점 하에서 적정 수준으로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과도한 개발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공이 개발이익을 철저하게 환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재개발·재건축은 주거 환경 개선 목적에 맞게 충실하게 제도 운영

박효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과거 뉴타운·정비사업 지정이 무분별하게 추진되며 주민들의 갈등과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박 간사는 "과거 서울시는 신도시(330만m²) 6곳을 건설할 수 있는 면적 1953만m², 총 292곳을 뉴타운 사업 지구로 지정했다"며 "여기에 주택 재개발사업 503곳(2172만m²), 재건축(단독·공동·아파트)사업 396곳(1741m²)을 포함하면 서울 주거지 면적의 약 27%에 달하는 규모가 공사 대상지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서울지역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436곳(2022년 2월 기준)에 공공재개발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신통기획, 모아주택 사업지역 99곳을 더하면 총 535곳에서 주택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과거 무분별하게 재건축·재개발 지구를 지정, 뉴타운 광풍이 불던 시기(1191곳)에 비하면 정비구역이 절반 수준이지만 이조차도 적지 않은 수이고 앞으로 정비사업 구역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여 과거 뉴타운 사업의 후과가 재현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강훈 변호사는 투기 세력 근절을 주문했다. 정비사업을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투기 세력이 있기 때문에 재건축·재개발을 둘러싸고 온갖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

이 변호사는 "재개발·재건축은 본래 오래되고 낡은 주택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따라서 주거 환경 개선이라는 목적에 충실하게 제도를 운영하면서 투기를 억제하고 적절하게 개발이익을 환수해 나가면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아울러 사업성이 떨어지는 일부 지역은 공공재개발 등을 통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주거와 도시 환경의 개선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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