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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사장 공모에 주거빈곤, 세입자 지원···주거시민사회단체, "기성 전문가는 부적격 후보"

LH, 사장 사임 이후 사장직 공모 진행···쪽방주민, 고시원 거주자, 반지하 청년세입자, 공공임대주택 대기자 등 지원

  • 기사입력 2022.09.20 15:32
  • 기자명 김진태 기자
▲ 주거시민사회단체 제공

김현준 사장이 자진사퇴하며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신임 사장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 정부 내부에서는 새정부의 중점 과제 '주택 270만호 공급'을 차질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전문가가 신임 LH 사장으로 선임돼야 한다는 분위기다. 이에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를 비롯해 김경환 전 서강대 교수, 이한준 전 경기도시공사 사장, 정창수 전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1차관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쪽방주민·고시원 거주자·반지하 청년세입자·공공임대주택 대기자 등 주거빈곤·세입자 4명이 LH 사장 공모에 지원, 주목받고 있다. 특히 주거시민사회단체가 "기성 전문가들은 모두 부적격 후보자들로 반대한다"고 밝히며 주거빈곤자·세입자 4명을 지원사격하고 나섰다. 

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 동자동사랑방,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홈리스행동, 빈곤사회연대, 민달팽이유니온, 전국세입자협회, 나눔과미래, 빈민해방실천연대(전국철거민연합·민주노점상전국연합), 주거권네트워크, 집걱정없는세상연대 등 주거시민사회단체는 20일 LH수도권특별본부앞(KDB생명타워앞·용산구 한강대로 372)에서 '주거빈곤·세입자 당사자의 LH 사장 공모 지원'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은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가 사회를 맡았으며 ▲취지 발언(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 ▲LH 사장 지원자 발언1(공공임대주택 대기자, 박재혼 용산역텐트촌 강제철거 피해자) ▲LH 사장 지원자 발언2(쪽방 주민, 백광헌 동자동공공주택사업 추진 주민모임 부위원장) ▲LH 사장 지원자 발언 3(고시원 거주자, 나경동 아랫마을 홈리스야학 학생) ▲LH 사장 지원자 발언4(반지하 거주 청년 세입자, 박도형 민달팽이유니온 운영위원·세입자114 간사) ▲지지/연대발언1(김소연 전국철거민연합 조직위원) ▲지지/연대발언2(이정민 집걱정없는세상연대 간사) ▲지원자 지원서 접수 등이 진행됐다.

기자회견에서 LH 사장 지원자들은 각각 LH 사장 지원 배경과 LH 사장의 역할 등에 대해 피력했다. 먼저 백광헌 동자동공공주택사업 추진 주민모임 부위원장은 "2021년 국토부와 LH는 동자동 쪽방을 공공주택사업으로 정비, 모든 주민들이 쫓겨나지 않고 지금 자리에 건설되는 임대주택에 다 들어가게 해 주겠다고 발표했다"면서 "저를 포함해 모든 주민들은 소식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고 하루하루 그날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 물거품처럼 다 사라졌다"고 말했다. 

백 부위원장은 "그래도 다시 한번 희망을 갖고 다시 노력해 공공주택사업이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 LH 사장 직에 응모하게 됐다"며 "선이주-선순환의 쪽방촌 공공주택 사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 전국 쪽방촌으로 확대해 쪽방 주민들의 주거권이 보장돼 안전하고 안정적인 집에 살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 봉사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나경동 아랫마을 홈리스야학 학생은 "작년 8월 LH는 임대주택을 선택하라고 했다. 그러나 가 보니 앞 순번에 있는 분들이 선택하고 제가 고를 수 있는 남은 집은 관리비만 8~9만원이 되는 도시형생활주택밖에 없었다"면서 "저는 기초생활수급자인데 관리비는 주거급여에서 나오지 않아 집을 선택하면 50만원 조금 넘는 생계비에서 매달 꼬박꼬박 관리비를 내야 하니 집을 선택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임대주택에 가지 못하고 다시 진드기 나오는 고시원에서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처럼 고시원 같은 열악한 곳에 살면서 임대주택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오래 기다리지 않고 그때그때 들어갈 수 있게 임대주택을 많이 짓기 위해 LH 사장이 됐으면 한다"며 "가난한 사람들 모두에게 LH의 임대주택을 제공, 좋은 집에 들어가 살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도형 민달팽이유니온 운영위원·세입자114 간사는 "LH 사장직에 지원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도시를 떠날 수 없는 저에게는 언제나 공공임대주택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면서 "제가 부담 가능한 가격의, 쾌적한 주택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는 한 번도 공공임대주택에 살아보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우리를 LH 사장으로 뽑든가, 그렇지 않다면 좀 제대로 된 자를 사장으로 앉혀 달라"며 " 집 없는 자들과 힘없는 자들, 빼앗긴 사람들의 주거권을 이야기하고 적어도 이들과 공감하고 대화할 수 있는 사장이 나타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박재혼 용산역텐트촌 강제철거 피해자는 "정책 대상자의 말부터 듣고 현실과 맞지 않는 잘못된 부분들을 고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공공임대주택를 확대, 고시원이나 텐트 같은 곳에서 오래 기다리지 않게 해야 한다"면서 "거리이건, 텐트이건 열악한 거처에서 사는 사람들이 임대주택 신청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토지주택공사(LH)[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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