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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건' 사회공헌활동 전문가 꿈을 향하다

시각, 청각 장애인 어머니 어려운 형편 속 꿋꿋한 ‘효자’

  • 기사입력 2015.07.16 07:02
  • 기자명 유진혁 기자
[한국NGO신문] 유진혁 기자 = 그 나라의 미래를 예측하게 하는 대학생들의 활동, 대학생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취업을 위해 ‘스펙’을 하나라도 더 따려고 바쁘게 사는 것이 오늘날 대학생들의 현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똑같은 삶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열정과 철학을 갖고 살아가는 대학생이 있다. 지난 달 5일 MBC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주관한 ‘무한도전’장학금의 수혜자인 원종건 군(24, 경희대 언론정보학과)이다.
▲원종건군 @유진혁
그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CSR : Corporate Social Relationship 기업의 사회적 관계)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그가 특히 주목을 끄는 이유는 10년 전, MBC예능프로그램 ‘느낌표 - 눈을 떠요’에서 시각, 청각 장애인인 어머니를 모시고 어려운 형편 속에서 꿋꿋이 살아가는 ‘효자’로 소개 되어 당시 국민들의 감동을 자아냈었던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사회로부터 받은 만큼 사회에 보답하고 싶다는 그를 직접 만나보았다. 감사, 보답하고 싶어.... 기업체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

-최근 ‘무한도전’ 장학금을 받고, SNS에서도 ‘10년 전 종건이’는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하며 관련 게시물이 종종 올라오는데,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우선 아직도 저를 잊지 않고 기억해 주시는 분들을 보면 고맙습니다. 지난 1년간은 휴학을 하고 다음카카오 사회 공헌 팀에서 인턴으로 일하다가 정규직을 제의 받았지만 아직 끝마치지 못한 학교를 다니기 위해 다시 복학을 하였습니다. 복학을 해서는 LG에서 하는 CSR 관련 대외활동을 하고 있고, 작년 한 해 동안 인턴으로 근무했던 다음 카카오에서 현재 외신기자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 NGO단체인 ‘환경재단’에서 올해 주최하는 피스&그린보트 행사에 참여할 계획입니다. 제가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다양한 주제를 접하려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듣기로는 대학교 입학 후 굉장히 많은 사회공헌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들을 해왔는지 궁금하다.

대학입학 후 부터 본격적으로 해 왔다기보다는 그 전부터 늘 사회공헌활동에 관심이 있었고, 학창시절에는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했습니다. 그 예로는 헌혈을 꾸준히 해서 40회 이상 했던 것과 장기기증 서약을 한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좀 더 적극적인 활동을 할 수 있었는데, 앞서 얘기했던 것과 같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위한 대외활동에 많이 참가를 하였습니다. 현재 2기까지 진행 중인 LG기업의 CSR 서포터즈 ‘러브지니’ 1기로 활동하였고, 유엔 산하 ‘글로벌 컴팩트’에서는 CSR단체를 관리하는 일도 경험해 봤습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경희대학교에서 해외대학과 연계하는 글로벌 CSR해외연수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주최하는 공유가치창출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이수했습니다. 또 삼성증권에서 하는 해외봉사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네팔에 다녀온 적도 있습니다.
▲ 2005년 당시 MBC예능프로그램 ‘느낌표’에 출연했던 당시의 모습, 사진제공 MBC ©윤종혁
-굉장히 많은 일을 해왔는데,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삼성증권 해외봉사 프로그램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사진기를 잘 다루던 특기가 있어서 사진특기자로 참가하였습니다. 제 본래 역할은 네팔 현지의 학교를 찾아가 봉사하는 프로그램 진행상황을 촬영하는 것이었는데, 저는 그렇게 사진만 찍는 것보다 더 구체적으로 이들을 위한 일들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아이디어를 하나 냈습니다. 네팔은 인프라가 워낙 열악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자신들의 사진 한 장도 제대로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보며 저는 이 학생들이 자신의 사진 한 장만이라도 제대로 갖고 있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일이 수백 명의 학생들 사진을 찍은 뒤, 네팔 수도까지 가서 인화하여 그들에게 사진을 전달해주고, 사진이 있는 출석부도 만들어주었습니다. 제가 했던 이 일은 그해 2013년 삼성그룹 자체 CSR AWARD 사진부분 수상을 하였습니다.

-이렇게까지 보통의 대학생들이 관심 쏟는 것 이상으로 사회공헌활동을 열심히 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다.

10년 전 2005년에 ‘느낌표-눈을 떠요’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4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하나 뿐인 여동생을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서 해외로 입양을 보내고 시각, 청각 장애를 가진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몸이 좋지 않으시지만 저를 키우기 위해 빈병과 휴지를 주워가며 생활을 이어나가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머니를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저의 어려운 상황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어머니가 눈을 뜨실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저의 삶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우선 어머니의 장애가 해결 될 수 있었고, 방송이후에 저한테 관심을 보내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세상에 대한 감사’,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줌으로써 얼마나 많은 것이 변할 수 있는지’를 느꼈기 때문에, 제가 받은 만큼 사회에 돌려주고 싶어 사회활동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것입니다.
▲ 봉사활동때의 모습 ©유진혁
-그래도 그렇게 항상 남들을 위한 삶을 살아가다 보면 지치고 힘들 때도 있을 것 같은데, 열정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저는 항상 지금이 제 인생에 최고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 겪었던 어려움에 비하면 지금 제가 누리고 있는 것들은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또 제가 이렇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은 주변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제가 힘든 것 보다 세상에 대한 감사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마음으로 저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을 누군가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사진특기자로 참가한 삼성증권 해외봉사가장 기억에 남아

-그렇다면 종건 군이 생각하는 ‘사회공헌활동’이란 무엇인가? 지금 하는 활동들을 보면 기업이 주최한 활동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네 저는 기업이 할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시민단체의 소속이 되어 활동을 할 수 도 있겠지만, 저는 기업이 가진 역량을 사회에 환원하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그 기업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잘 하는 일’로 ‘가장 필요한 곳’에 일 할 수 있도록 이바지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예를 들어 두산중공업 같은 대기업이 가진, 바다를 식수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을 이익창출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식수가 부족한 나라에 식수를 공급하는데에 사용될 수 있도록 활동을 펼치고 싶습니다. 물론, 기업이 하는 CSR활동이 생색내기에 불가하고, 공익을 위한 척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저는 기업이 다른 주체들보다 더 큰 역량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놓고 보았을 때, 기업의 CSR활동으로 사회적으로 관심이 필요한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기업의 CSR활동이 사회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이뤄진다면, 실질적인 도움을 더 극대화 할 수 있고,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을 다소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 6월5일 MBC M라운지에서 진행된 ‘무한도전’ 대학생 장학금 전달식,

사진제공 MBC

-그렇게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이 있었기 때문에, 다음카카오라는 기업에서도 정규직 제의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은데, 학교로 돌아온 현재 남은 1년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계획인지

저는 항상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해야지’ 하고 순서를 정해 놓지 않습니다. 그때그때 ‘제 가슴이 떨리는 일’들에 집중하며 눈앞에 닥친 일들에 제 열정을 다해 왔습니다. 제가 받은 만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큰 방향성은 있지만,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에서는 제가 ‘행복’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실행하며 살아왔습니다. 따라서 저는 앞으로도 ‘제 가슴이 떨리는 일’들에 집중할 것이며 그것이 무엇이 될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에 관심이 생긴 주제는 대학교 졸업 전에 사회적 기업을 한번 창업해보거나 NGO단체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떤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제가 관심이 생기는 것이 생기면 그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배우고, 익히며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해보고 졸업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인터뷰 마지막에 5년 혹은 10년 후,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은지 이야기 해달라고 질문을 했었는데, 종건 군은 “내가 그때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 알 수는 없다. 지금 보다도 더 초라한 모습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는 언제나 나의 지향점을 향해 가고 있는 중 일 것이다. 그 당시 나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나를 평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고 말했다. 언제나 자신이 도움 받은 만큼 세상에 대해 돌려주려는 열정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 종건 군. 그는 오늘날 남들이 하는 대로 ‘기본 스펙’을 갖추기에 급급해 하는 대학생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었다. 앞으로도 어떤 일을 하게 될지. 그의 ‘가슴 떨리는 삶’이 어떻게 나아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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