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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절벽이 환하다

  • 기사입력 2021.01.26 16:10
  • 기자명 이오장
▲ 시인 이오장     

캄캄절벽이 환하다

        채재순 (1964년~ )

 

아흔 노모의 귀는 캄캄절벽이다

친구분과 맛나게 이야기 나누시길래

무슨 얘기 하셨냐니까

서로 제 얘길 했다 하신다

고래고래 소리 지르지 않는

캄캄절벽끼리의 말씀

벽 만드는 일이 없다

마주 보며 웃는다

절벽끼리 말이 말랑말랑하다

서론 다른 말을 가지고서도

저토록 웃을 수 있는 천진난만한

밀고 당기는 일 없는 캄캄절벽이 환하다

문은 안과 밖을 가르는 도구다. 나를 가두고 남을 경계하는 인위적인 물건으로 열기도 하지만 닫히기도 하여 소통과 불통의 이기적인 역할을 한다. 사람의 이목구비 중에서 귀는 문의 역할을 하는 중요한 신체다. 듣지 못하면 말하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면 불통으로 이어져 나를 가두고 남을 경계하게 된다. 그러나 자연적으로 귀가 닫히면 어떻게 될까.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닫힌 문이라면 소통과 불통의 경지를 넘게 되고 내면 가득히 추억의 꽃밭이 펼쳐져 아름다움으로 삶의 뒷길을 보게 된다. 채재순 시인은 늙으신 어머니의 일상에서 인생의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발견하였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도 고개 돌리지 않고 고래고래 소리치면서 몸짓으로 설명해야 알아채는 어머니가 친구와의 대화에는 연신 웃는 모습에서 사람 사이의 소통은 마음과 마음의 끈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벽을 만들지 않는 삶이 참된 인생이고 내 안의 즐거움이 있어야 남에게 웃음을 준다. 이러한 진리를 깨우치는 사람은 많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인생사에서 자연의 벽끼리 만나 말랑말랑하게 부딪쳐 참된 불꽃을 이뤄내는 장면이 눈에 선하여 독자들의 시선을 모아 큰 감동을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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