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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망설존(齒亡舌存) 리더십(42회) 누구를 승진시켜야 하나? 피터의 법칙(Peter's Principle)

'승진은 자기가 잘하던 일에서 못하는 새로운 일로 옮겨가는 과정'

  • 기사입력 2021.03.09 16:28
  • 기자명 김승동
▲ 김승동 

누구를 승진시켜야 하는 걸까? 대개 승진의 첫 번째 기준으로 현재 담당 업무와 직책에서 상대적으로 성과가 뛰어난 사람을 승진 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성과를 기준으로 하는 승진은 사원에서 대리나 과장 정도까지의 초급 간부 승진에 적용하면 되는 기준이지 고위직 등 모든 분야의 승진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초급 간부로의 승진은 대상자가 워낙 많은데다 인사부처나 CEO가 각 개인에 대해 깊숙한 곳까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눈에 뛰는 성과와 인사고과를 위주로 승진을 시키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만약 이러한 기준만으로 전 분야에 승진을 시킬 경우 과장답지 않은 과장과 부장답지 않은 부장 또는 임원이 되기에는 2% 모자라는 임원과 사장이 되기에는 뭔가 부족한 사람이 사장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승진에는 보상적 성격도 강하기 때문에 현 직위의 일을 잘하는 사람을 승진시키는 것이 그렇지 아니한 경우보다는 낫긴 하겠지만 오직 실적과 성과만을 적용할 경우 각각의 새 직위에 부적합하거나 함량 미달인 사람이 그 직위를 꿰차고 앉아 기대 이하의 성과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흔히 스포츠 분야에서 선수시절에는 탁월했으나 감독을 맡겼더니 너무 기대 이하의 성과를 내는 경우를 지칭해 훌륭한 선수가 훌륭한 감독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말이 있듯이 단순히 한 분야의 성과만을 기준으로 조직의 관리로 승진시키면 이른바 ‘피터의 법칙’이 발생해 부하 직원들에게 누가 되고 조직 발전에 저해가 된다는 것이다.

‘피터의 법칙(Peter's Principle)’은 특정 분야의 업무를 잘해 낼 경우 그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하게 되는데 직위가 높아질수록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영역까지 관리하다 보면 오히려 능률과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급기야 무능력한 수준에까지 이르게 된다는 법칙이다. 

캐나다 출신의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 ‘로렌스 피터(Laurence J. Peter)’에 따르면 조직에서 자신이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좋은 실적을 내게 되면 그 사람은 실적에 대한 좋은 평가 때문에 승진을 하게 된다. 하지만 승진한 지위에 오르게 되면 그 사람은 새로운 일에 대해서는 전혀 경험과 지식이 없는 신임이 된다. 

그러다가 다시 열심히 일을 익히고 배워서 그 일에 능숙해지면 그 사람은 다시 또 승진하게 되어 업무의 능률이 떨어지는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결국 ‘승진이라는 것은 자기가 잘하던 일에서 못하는 새로운 일로 옮겨 가는 과정’이라는 모순을 피터의 법칙은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승진을 시킬 때 피터의 법칙으로 인한 저주와 해독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현 직위에서의 성과만 아니라 오히려 현 직위에서의 성과는 좀 좋지 못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일이나 다른 분야의 일이라면 더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을 골라낼 수 있는 미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현 직위에서의 성과는 승진의 필요조건일 뿐이고, 충분조건은 ‘상위 직위에서의 성과 창출 능력’인 것이다.

특히 고위 임원이나 경영자를 승진시킬 경우는 자신이 일을 잘해서 탁월한 성과를 내는 것보다 자신의 휘하 임직원들이 일을 잘해서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조직 전체가 상대적으로 탁월한 성과를 내도록 할 수 있고 조직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리더십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잘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공(功)이 있는 사람에게는 상(賞)을 주고 능력(能力)이 있는 사람에게는 자리를 주라”는 말은 논어(論語)에 나오는 공자의 말씀이자 동서고금의 인사원칙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직장에서 일을 잘해 성과를 많이 낸다고 해서 줄 상이 승진 외에 뭐가 있느냐? 공이 있는 사람에게 줄 상이 없으니까 승진을 시켜 줄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반문(反問)을 할지 모르나 당사자에게 보너스를 대폭 준다든지 금전적인 배려를 하는 길도 있다고 본다.      

물론 성과를 많이 낸 직원이 승진에도 걸맞은 요건을 갖추었다면 승진도 시키면 되는 것이다. 단지 성과를 많이 내고 실적이 좋다고만 해서 다 승진을 시키는 경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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