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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마지막' 무연고 사망자 매년 증가…지난해 2880명

4년새 58% 증가…65세 이상 고령층이 최다

  • 기사입력 2021.03.28 17:45
  • 기자명 차수연 기자
▲ 14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2020 홈리스 추모제에서 무연고 사망자들을 추모하는 '홈리스 기억의 계단'이 전시돼 있다.[연합뉴스]

생(生)의 마지막 순간이 지난 뒤 아무런 연고 없이 홀로 남겨진 '무연고' 사망자가 해마다 꾸준하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도 곁에 없이 맞이하는 죽음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지 이미 오래지만, 현재 분명한 기준에 따라 정밀하게 집계된 통계조차 없는 데다 관련 정책 역시 미흡한 수준이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고영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무연고 시신 처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무연고 사망자는 총 2880명이었다.

무연고 사망이란 사망 후 연고자를 찾지 못한 경우를 뜻한다. 연고자가 아예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경우, 연고자가 있지만 사회·경제적 능력 부족, 가족관계 단절 등 다양한 이유로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경우까지도 모두 포함한다.

최근 몇 년간 무연고 사망자는 꾸준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무연고 사망자는 2016년 1천820명, 2017년 2천8명, 2018년 2천447명, 2019년 2천536명, 2020년 2천880명 등으로 해마다 늘었다. 지난해의 경우, 2016년과 비교해 4년 새 58.2%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 가운데 남성은 2천172명으로, 여성(601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연령대별로 보면 65세 이상 노인이 1천298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45.1%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50∼59세(623명), 60∼64세(499명), 40∼49세(256명) 등이었다. 20대, 30대 등 젊은 층을 포함한 40세 미만의 사망자도 전국적으로 97명이나 됐다.

그러나 이런 수치마저 정확하지 않거나 현장 상황과는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영장례를 돕는 비영리단체 '나눔과나눔'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으로 서울의 무연고 사망자는 연간 665명으로, 복지부가 밝힌 서울 지역 사망자(561명)와는 100명 넘게 차이가 있다. 다른 지자체 역시 비슷한 사정이다.

박진옥 나눔과나눔 상임이사는 무연고 사망자 통계와 관련해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통계 자체가 없다"면서 "현재 지자체 자료를 취합해서 합계를 내고 있는데 숫자의 신뢰성에도 의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서울시의 무연고 사망자 통계에서는 2018년 566명에서 2019년 486명으로 감소했는데, 나눔과나눔 측이 공영 장례로 지원한 사망자는 같은 기간 389명에서 434명으로 늘어난 바 있다.

국가 차원에서 고독사 문제를 예방하고 실태 조사에 나서기 위해 마련된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고독사예방법)이 내달 1일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게 현장 지적이다.

무연고 사망과 고독사는 엄밀한 의미에서 다르기 때문이다. 고독사예방법에서는 고독사를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ㆍ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이라고 규정한다.

박 상임이사는 "그간 현황을 보면 무연고 사망자의 약 30%가 고독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기준이 명확하지 않거나 모호하다면 고독사에 대한 통계조차도 불분명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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