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우리 겨레를 위한 신의 한 수 판소리 장단

  • 기사입력 2021.04.04 19:20
  • 기자명 이용수 / 판소리수궁가이수자, 서울외대 교수
▲ 판소리가 이용수     

요즘 BTS에 이어 작자 미상인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는 판소리 풍 댄스 유튜브가 전 세계적으로 3억 뷰를 돌파하는 또 하나의 한류 예술로 떠오르고 있다.본래 판소리 수궁가 중 ‘범 내려온다’의 엇모리장단과 자진모리장단의 빠른 템포를 그대로 옮겨다가 거기에 알맞게 특유의 댄스를 입혀놓은 것인데, 전 세계 젊은이들이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 본바탕에는 우리 민족의 판소리가 있다. 

독특한 엇박자로 흥을 일으키는 엇모리장단

여기에 사용된 엇모리장단은 어느 나라에도 없고 오직 우리 민족만이 가지고 있는 흥을 일으키는 독특한 장단이다. ‘엇갈려 몰아간다’는 의미로, 정상적이며 순리대로 나가는 장단이 아니고 정상에서 약간 이탈하면서 흥을 일으키는 장단이다. 마치 2002 한일월드컵 때 응원구호였던 “대-한민국!”하고 외친 후 “따단 따 단따” 하고 박수를 5번 쳤듯이 박자를 일정 속도로 치는 게 아니라 ‘따단’ 치고 나서 잠시 쉬었다가 ‘따단따’를 치는 것과 같은 장단이다.

엇모리 장단은 본래 ‘합/궁딱/ 궁/딱쿵’ 하고 마치 옛날 어린이들이 깨금발로 ‘땅따먹기’ 하며 뛰어놀 때 발을 나란히 양발로 섰다가 왼발, 다음 오른 발식으로 순서대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왼발, 또 다시 왼발로 뛰면서 절뚝거리거나 넘어질 듯하면서도 넘어지지 않음으로써 흥을 돋우는 장단이다. 

비범한 장면에서만 사용되는 엇모리장단

 이는 우리 판소리에만 있는 특유한 장단으로서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가슴으로 느껴지는 우리 민족의 흥을 잘 나타내는 장단이다. 그러면서 이 장단은 매우 고급스럽고 이질적인 장단이기에 함부로 쓰지 않고 아주 아껴서 3, 4시간의 판소리 한바탕에 겨우 한두 번 들어가는 장단이다. 하늘에서 도사나 천사, 산신령, 도승 등이 내려올 때나 영험한 산짐승인 호랑이가 나타날 때, 또는 관우나 조자룡 같은 무서운 장수가 조조 앞에 나타날 때와 같이 비범한 인물의 등장이나 거동 등 신비스러운 장면을 묘사할 때 쓰인다. 다시 말해 아주 상서로운 일이 생길 때 쓰이는 장단인 것이다. 

 지난 2002 한.일 월드컵 때는, 우리 배달나라의 14세 환웅인 치우천왕의 얼굴을 비록 도깨비 형상으로 만들어 조상에 대한 큰 결례를 하였지만, 그 치우천왕의 도움으로 월드컵에서 4강까지 가는 기적을 만들었다. 그때도 이 엇모리장단으로 응원 박자를 쳤는데, 이번 ‘범 내려온다’에서도 같은 판소리 장단으로 노래를 만들었으니 상서로운 일이 생겨날 징조이기도 하다.

▲범 내려온다 앨범 자킷

‘영혼의 음악’으로 한류가 되어야 할 판소리

  필자가 공연할 때나 저술을 할 때마다 ‘21세기는 독창적인 문화로 먹고 사는 시대이고,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정신문화를 일깨우고 정신건강을 위해 세계문화유산인 판소리의 세계화 내지 판소리를 전 우주를 위한 영혼의 음악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부르짖는다. 

일본은 우리 배달나라의 치우천왕과 헌원 등의 전쟁에서 짐승을 길들여 싸우는 등의 각종 신화적인 내용을 몬스터만화 콘텐츠로 하여 51조의 국부를 챙겼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중국의 신화 속에 나오는 인물’이라며 신화화하기에만 급급하는 등 판소리 속에 ‘다른 민족에게는 없으면서 느낌으로는 전달되는’ 무궁무진한 21세기 콘텐츠가 숨어있다는 것을 모르니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서 작년 초에 발간된 필자의 <블랙홀에서 온 사나이>에서 위험한 순간에 우주인들을 감동시키는 데 이 엇모리장단을 사용하는 것으로 서술했지만, 우리의 판소리는 우주의 도덕과 우주질서를 유지하는 영혼의 음악이다. 따라서 엇모리장단 외에도 영혼을 순화시키는 내용이 많으므로 장례문화에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바로 이런 내용을 찾아내어 새로운 한류로 전파시키면 우리 겨레에게 내려진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사회
경제정의
정치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