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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 기사입력 2021.05.09 08:53
  • 기자명 이오장
▲ 시인 이오장  

 

어머니

 

                                         이오장

 

백중 땡볕에

콩잎 우거지는 것이

소나기 때문이라 누가 말했나요

포기포기 적신 어머니 땀방울

아직도 밭고랑에 촉촉한데

괭이자루 지팡이 삼고

호미발 칼날 삼아

풀포기와 다투시며 흘린 땀에

알알이 영글어 된장이 되고

부뚜막 그스름에 얼굴 비벼가며

자식들 주린배 채워주신 어머니

물항아리 언제나 찰랑거리고

빨래줄에 옷가지 비운적 없어도

저녁노을에 마루는 빛나고

장독대 항아리는 거울 같았지요

소털보다 많은 나날을

구부러진 길만 걸어오신 어머니

밤을 낮 삼아 베틀 위를 걸으시고

낮을 밤 삼아 달빛 엮은 그 은혜

무엇으로 갚으리까

어느 때나 보답 하리까

가시던 길 위에 통곡으로 고개 숙여도

콩밭에 뿌리신 땀방울만 하오리까

아궁이에 지피신 장작불만 하오리까

뼈마디 갈고 갈아 뿌려대도

다시 못 뵐 어머니

가슴치며 부르고 목 터지게 불러도

무심한 이밤은 깊어만 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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