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의 살며 사랑하며

소음에 무감각한 사람들…‘소음 절제’는 타인에 대한 배려

2025. 04. 09 by 강신영 굿네이버스 여행칼럼니스트
▲시끄러운 도시를 떠나 여행을 가는 이유 중 조용한 곳을 찾는 목적도 있다. 필자
▲시끄러운 도시를 떠나 여행을 가는 이유 중 조용한 곳을 찾는 목적도 있다. 필자

전철이나 버스 안에서 껌을 딱딱 소리를 내며 씹는 아줌마들이 종종 있다. 무아지경이다. 나도 껌을 씹어 보지만 한 번도 내보지 못한 소리다. 재주다. 그런데 상당히 귀에 거슬린다.

노인들이 혈액순환에 좋다며 손안에 호두 두 알로 비비는 소리도 마치 이를 가는 듯 귀에 거슬린다. 혼자의 건강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의 신경을 건드리는 행위다.

사무실은 직장인들이 대부분인데 구두를 질질 끌며 소리를 내는 여성들이 종종 있다. 본인은 그 소음에 무감각한 듯하다.

집 건물에 옆집 사람들이 현관문을 닫을 때 벽이 울리도록 쾅쾅 닫는다. 어렸을 때 문을 몰래 열고 다닌 추억이 없는 모양이다. 배려의 문제다.

층간소음으로 아래층 사람은 고통을 겪는데 정작 위층 사람은 내 집에서 내 마음대로 하지도 못하느냐며 사생활이라고 우긴다. 살인까지도 번지는 일인데 역시 무감각하다.

동유럽 여행을 갔을 때 가이드가 자동차 경적이 들리는지 관찰하라고 했다 신기하게 조용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경적이 요란하다. 그 때문에 신경을 곤두서는 경우가 많다. 집 앞에서 오토바이 시동을 켜 놓아 동네가 시끄러운 때도 있다. 동네 도로인데 신호도 무시하고 폭음을 내며 과속하는 수퍼카 탄 사람, 오토바이 질주하는 사람은 가다가 충돌사고라도 나라고 악담하고 싶을 정도로 밉다.

대중음식점에 가면 종업원이나 주인이 수저를 정리하느라고 잡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다. 주방에서도 집기 다루는 소리가 크다. 그래야 제 딴에는 일 좀 하는 것 같은 모양이다. 손님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손님도 소음 유발자다. 서양 음식점은 오래전부터 소음 처리에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천장이 높고 창문도 소리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굴곡을 만든 경우가 많다. 반면 우리나라 음식점들은 천장도 낮은데 밋밋한 벽에 흰 페인트만 칠해 놓으면 좋은 줄 안다. 대중 소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탓이다.

비슷한 경우로 공사판에서도 큰 소리가 나는 자재를 내려놓을 때 천천히 내려놓으면 소리가 덜 나는데 마치 내 던지듯 해서 큰 소리가 난다. 무겁기도 하지만, 역시 일 좀 한다는 표시인지 모른다.

공공장소에서의 휴대전화 통화 소리는 아예 포기했다. 치유 불능이고 워낙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어폰을 꽂고 마치 비 맞은 중처럼 중얼대는 사람들을 보면 불쌍해 보인다.

당구장이나 술집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도록 시끄럽게 하는 사람들도 본인들은 자신이 분위기를 재미있게 하려고 일부러 애를 쓴다고 생각한다. 고급 술집에 가면 조용한 이유와 비교해 보면 된다. 고급 당구장은 이미 정숙이 기본으로 바뀌었다. 등산 갔다가 술 한잔하고 얼굴이 불콰하면 아예 입장을 거부한다. 플레이 중에도 떠들면 곧바로 퇴장 조치한다.

음식점이나 당구장도 문 열고 들어갔는데 시끄러우면 이젠 내가 피한다. 다른 집으로 가면 되기 때문이다.

전철 안이나 사무실에서 유튜브를 소리 내서 시청하는 사람들도 많다. 통화도 스피커폰으로 해 놓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불쌍한 인간이라고 치부한다.

자신의 목소리 톤이 얼마나 큰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두세 명이 대화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다 들리도록 악을 쓰는 사람도 있다. 본인은 모르고 있는 것이 더 문제다. 귀가 잘 안 들리거나, 중성지방으로 배가 잔뜩 나온 사람은 소리통이 크다. 목소리 톤 조정이 어려운 이유로 지방 사투리에 인토네이션이 들어가 어쩔 수 없이 톤이 올라가는 예도 있다.

소음에 대한 절제는 남에 대한 배려다. 개인적으로도 갖춰야 할 매너다. 선진국이 됐다는데 하는 행동은 후진국이면 오히려 조롱거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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