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스포츠를 즐기면서 자신이 댄스를 하는 사실을 자신있게 밝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극도로 숨기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 댄스스포츠가 건전한 스포츠이며 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남들이 어떻게 볼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체 사진을 찍을 때 보면 앞줄에서 화사하게 나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지못해 뒷줄에 서서 앞 사람에 가리도록 서 있는 사람도 있다. 아예 안 찍겠다는 사람도 있다.
댄스도 꽤 열심히 하고 사람도 좋아 인기가 높은 대학교수가 있었다. 댄스가 너무 좋긴 한데 만약 자신이 댄스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곤란해질 수 있다며 한사코 사진 찍는 것을 거부했다.
댄스동호회를 운영하던 시절, 단체 사진으로 달력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었다. 그러나 반대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것도 자신의 얼굴은 빼고 만들라는데 난감했다. 그러려면 처음부터 사진은 찍지 말아야 했다.
필자가 신문이나 방송에 나오는 일에 녹화를 하려고 녹화팀이 댄스학원에 오면 다른 회원들이 싫어했다. 나 이외에 자신들은 절대로 나오면 안 된다는 토를 달기도 했다.
댄스파티나 댄스 대회에 가면 오는 사람들이 화려한 의상을 입기 때문에 사진을 많이 찍는다. 그러나 이런 사진을 허락 없이 SNS에 사용하면 큰일 난다. 그만큼 거부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좀 있다.
필자의 경우는 싱글이며, 댄스계에서는 이미 인지도가 있는 형편이라 댄스한다는 사실은 물론, 댄스스포츠 전도사라는 칭호까지 받으니 거리낌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역시 아직은 댄스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덜된 편이고 커플 댄스라 남녀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체감했다.
한번은 양평체육관에서 장애인 댄스 대회가 있었다. 당시 교제하던 여성에게 양평대회에 가야 하니 대회에 참가하고 나서 곧바로 데이트 가자고 나선 것이다. 이날 필자가 장애인 파트너와 한바탕 춤을 출 때 교제하는 여성은 객석에서 그 광경을 다 봤다. 댄스 파트너도 그 여성이 같이 왔으면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날 장애인 파트너는 물론 교제하는 여성과도 결별해야 했다. 댄스스포츠가 건전한 춤이라는 것은 알지만, 막상 다른 여성과 춤을 추는 것을 보니 마음이 허용하지 않더라고 했다.
또 한번은 또 다른 시각장애인 파트너와 댄스 대회에 참가했는데 그날이 마침 필자의 생일이었다. 아들딸이 생일파티 해 준다고 경기장에 왔다. 대회가 끝나고 같이 식사하는데 딸의 표정과 태도가 뭔지 시무룩하고 말도 없었다. 왜 그러고 있느냐고 묻자, 아빠가 다른 여자와 춤을 추는 모습이나 같이 식사 자리까지 하는 것이 왠지 불편하고 내키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유교문화권이라 ‘남녀 7세 부동석’의 관습이 여전히 남아 있다. 댄스스포츠의 건전함은 이해하지만, 정작 자신과 관계가 깊은 사람이라면 거부반응이 생기는 모양이다. 댄스에 대한 인식도 많이 좋아진 편이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아는 사람일 경우 문제가 달라 보인다. 단체 사진에 얼굴이 나왔다가 구설수에 몰리면 피곤해진다는 것도 이해가 된다. 모르는 게 약이다. 세대가 바뀌고 세월이 좀 더 지나야 커플 댄스에 대한 인식에서 거부감이 없어질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