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의 살며 사랑하며

허례허식 또는 색다름? 요즘 결혼식

2025. 05. 10 by 강신영 굿네이버스 여행칼럼니스트
▲결혼문화도 많이 변화를 거듭한다. 작은 결혼식이 현실적으로 다가 왔다. 사진=pixabay
▲결혼문화도 많이 변화를 거듭한다. 작은 결혼식이 현실적으로 다가 왔다. 사진=pixabay

절친이 장남 결혼한다는 소식을 문자로 알려 왔다. 39살 늦은 나이다. 그런데 결혼식 장소와 날짜가 안 나와 있었다. 축의금을 보낼 계좌번호도 없었다. 자세히 읽어 보니 그냥 가족들만의 조촐한 자리로 결혼식을 갈음하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그냥 지나갈 수는 없다며 친구에게 전화했다. 그의 설명은 아버지의 결정이 아니고 아들이 그렇게 결정했다는 것이었다. 몇천만 원 들여 구태의연한 형식을 거치는 것보다 결혼의 의미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방식으로는 번거롭게 외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보다는 가족들만의 행사가 더 좋고 충분하다는 주장이었다.

결혼식을 하지 않기로 한 결정의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부담이 컸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니고, 결혼식 자체가 본인들에게 의미 있는 행사인지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고 한다.

결혼식은 결국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바가지부터 시작해서 피로연 등, 웨딩업체만 배를 불리는 것이라며 자기는 보여주기식 문화를 좋아하지 않아서 결혼식이 허례허식처럼 느껴졌다는 생각이다. 사실 자녀들의 결혼식은 결혼 당사자를 내세운 부모의 잔치 자리이기도 하다. 결혼 당사자들의 하객보다 얼굴도 모르는 부모의 하객들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편이다.

부모 처지에서는 그간 퍼부은 축의금, 부의금을 회수할 기회라서 아쉬워할 수도 있지만, 자식이 결혼식장에서 결혼은 안 하겠다니 할 말이 없었다고 한다. 친구 부부도 자식의 의외 결정에 고민하다가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젊은 세대에서는 그런 방식의 결혼식에 대해 가장 어려운 최대의 난관이 '부모님 설득하기'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흔쾌히 승낙했다고 한다.

가까운 지인들에게 이렇게 알리다 보니 뒤에서 알게 모르게 축의금을 갹출해 준 일도 있기는 있었다고 한다. 동창회처럼 자주 정기적으로 만나는 모임이라면, 그 돈을 회식비로 갚으면 그만이고 더 이상의 대상은 의미 없는 일이라고 했다.

결혼 당사자들도 SNS 문화가 발달하면서, 요즘 결혼식은 예전보다 조금 더 허례허식이 짙어지고 보여주기식 문화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보통의 결혼식으로 결혼식장에서 축의금 내고 정작 결혼식은 보지도 않고 곧바로 피로연장으로 가서 먹고 가는 허례허식은 이제 깰 때가 됐다는 것이다. 친구도 이제 결혼식 문화가 바뀌어야 하는데 누군가 먼저 총대를 메는 역할을 하는 처지라고 했다.

결혼 문화가 많이 바뀌긴 했다. 당연하던 주례도 없애고 형식도 다양해졌다. 신랑이나 신부의 부모가 축사를 하기도 한다. 축가는 당연하고 신랑·신부 또는 하객이 춤을 추기도 한다. 비혼 부부도 많다. 하긴 형식보다는 실속이 낫다. 여러 어르신 앞에서 공식적으로, 부부로 혼인을 선언하면서 결혼식의 의미를 갖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랑 신부의 사랑이다.

우리 사회에 결혼식, 장례식 등 허례허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좋게 보면 상부상조지만, 결혼식 청첩장이나, 부고를 받으면 청구서 받는 기분이라서 사실 한편으로 부담감도 느끼게 되는 씁쓸한 면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나도 이미 신세진만큼 갚아야 한다. 그럴 때 지인들끼리 서로 얼굴 한 번 더 보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이제 노인이 되고 보니 굳이 결혼식, 장례식에 100% 참석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어지간한 혼례, 장례는 다 끝났으므로 상부상조의 대상도 아닌 경우가 더 많다. 굳이 정장 차려입고 나서는 일도 귀찮은 일이고 혹시 건강상 안 좋아 본인에게는 물론 타인에게 민폐라도 끼치면 안 가는 것만도 못할 수도 있다.

일본의 노인 전문 작가 소노 아야꼬 여사의 책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 계좌번호 나와 있으면 성의껏 성의를 표시하면 될 일이다. 요즘은 결혼식 피로연 식대도 비싸서, 참석하지 않고 돈만 보내는 것이 혼주에게 더 실속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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