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의 살며 사랑하며

장애인댄스에서의 추억

2025. 08. 27 by 강신영 굿네이버스 여행칼럼니스트
▲시각장애인은 시력 차이의 공평함을 위해 안대를 하고 경기에 임한다. 필자 제공
▲시각장애인은 시력 차이의 공평함을 위해 안대를 하고 경기에 임한다. 필자 제공

내가 한창 댄스동호회 활동할 때 장애인댄스스포츠연맹이 있었다. 휠체어 탄 지체 장애인들 중심이었다. 일반인들도 춤을 제대로 추기 어려운데 장애인들이 어떻게 춤을 출까 궁금하기도 했다. 1990년대 후반 당시 장애인댄스연맹 회장을 맡고 있던 분에게 물으니 “일반인과 똑같습니다.”라고 답하여 다소 멋쩍었었다.

휠체어댄스는 이미 오랜 역사가 있는 분야다. 두 차례 세계 대전을 겪으며 하반신을 못 쓰는 지체 장애인들의 재활에 댄스가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하여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1968년 스웨덴에서 재활 프로그램의 하나로 시작되었다. 1977년 첫 대회가 열리고 1980~1990년대에는 유럽 전역으로 확산하였다. 1998년, 국제 패럴림픽(IPC) 산하에 공식 종목으로 편입되어 국제대회가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장애인댄스에 대한 이해는, 장애인이 있고 파트너로 비장애인이 한 커플이 되어 댄스하는 것이다. ‘콤비(Combi)’라고 한다. 휠체어댄스는 장애인끼리 커플을 만드는 예도 있기는 하다. ‘듀오(Duo)’라고 한다.

종목은 댄스스포츠와 같게 10종목이다. 그러므로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휠체어가 하반신을 대신하는 것이다. 휠체어의 구동력을 이용하면 비장애인들의 춤보다 더 박진감 있고 기동력 있는 동작을 할 수도 있다. 그 당시 이미 세계대회에서 입상한 국내 전문 선수도 나왔다.

동호회 시절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댄스를 가르치고 파트너로 같이 춤을 추기도 했던 인연으로 서울시장애인댄스스포츠연맹에서 활동했다. 휠체어댄스부터 배우기는 했으나 그 분야는 여성 휠체어 선수가 귀해서 내가 낄 자리는 없었다.

다음으로 시각장애인들도 장애인댄스에 정식으로 범위가 확대되면서 나도 서울시연맹 요청으로 들어왔다. 행정을 위한 이사 직함과 코치 겸 비장애인 선수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초기에는 시각장애인 선수 확보를 위하여 서울시 관계 기관을 찾아다니며 댄스스포츠에 입문하라고 다니기도 했다. 마침, 복지관에서 댄스를 배우던 시각장애인들이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연습에 들어갔다.

전국 대회에도 선수로 출전했다. 이때 활동했던 시각장애인들은 연로해서 오래 못하고 다음 세대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사지 등 현업을 가지고 있는 40~50대로 훨씬 젊었다. 이때부터 17개 시도가 경쟁하는 장애인댄스대회에 본격적으로 출전하기 시작했다. 서울시가 우승하면 지원금이 늘어나므로 좋은 성적을 독려하기도 했다. 전국체전에는 서울시가 각종 의상 등을 지원해 줬고 수상자에게는 상금도 주어졌다.

장애인댄스스포츠가 활성화되자 비장애인 전문 선수들도 참여가 늘어났다. 원래 비장애인 고등부, 대학부에 출전하는 엘리트 선수들이다. 전국체전에서 수상하게 되면 대학 진학이나 자신의 프로필에 도움이 되므로 경쟁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초창기에는 장애인들과 같이 뛸 비장애인을 구하기 어려웠다. 남자의 경우 젊고 예쁘고 춤 잘 추는 비장애인 파트너 여자에게만 눈독을 들이지 장애인들에게는 눈도 안 돌렸다. 그러나 상황이 바뀐 것이다. 시각장애인 선수들도 자신의 힘으로 돈도 벌고 있으므로 당당했다.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댄스드레스도 거침없이 샀다.

내 나이가 많다 보니 젊은 비장애인 선수들에게 기회를 양보할 때가 온 것이다. 장애인 선수들도 나이 많은 비장애인 파트너보다 젊고 어린 비장애인 파트너를 선호했다.

한때 청각장애인 선수들도 왔었으나 정착하지 못했다. 청각장애인들은 잘 듣지 못할 뿐이지 외모로는 구분이 안 된다. 그들 중에는 비장애인들의 일반대회에도 출전하여 우수한 성적을 나타낸 선수도 있다.

전국적으로 몇 명 안 되는 장애인댄스 선수들과 어울리면서 코치로서, 선수 파트너로서 전국을 누비고 다니며 댄스 대회에 출전했던 추억은 남다른 경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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