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의 살며 사랑하며

'소음 민폐 공화국' 오명을 벗자

2025. 09. 05 by 강신영 굿네이버스 여행칼럼니스트
▲민폐는 폭력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남에 대한 배려가 우선이다. 필자
▲민폐는 폭력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남에 대한 배려가 우선이다. 필자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려면 가장 먼저 고쳐야 할 점이 소음 민폐라고 생각한다. 이거야 원, 시끄러워서 스트레스가 엄청나게 쌓이고 살 수가 없다. 조용한 산속에 들어가서 혼자 살 수도 없고 남들과 어울려서 도시 생활을 하자니 죽을 맛이다.

위층에 어떤 사람들이 새로 이사 온 뒤로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졌다. 층간소음으로 머리통을 계속 두들겨 맞는 것 같은 괴로움이었다. 남자는 야간 일을 한다고 새벽에 나간다며 발걸음 소리가 요란하고, 아들은 게임을 한다고 발을 굴러대니 밤낮이 따로 없었다. 견디다 못해 층간소음으로 너무 괴로우니 쿠션 슬리퍼를 신어달라고 요청했으나 슬리퍼 체질이 아니라 못 신는다고 답변이 왔다.

바닥에 쿠션 매트라도 깔라고 했더니 내 집에서 내 마음대로 걷지도 못하느냐며 발끈했다. 여기저기 알아봤으나 방법이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올라가서 대판 싸우거나 보복의 방법을 검색해 봤으나 그래 봤자, 나만 범죄자로 몰리게 되어 있었다. 관청에 알아봤으나, 대단지 아파트가 아니면 해당 사항이 없다. 된다고 해도 소음측정기를 빌려 주거나 권유 정도에서 끝난다. 그래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폭행, 살인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층간소음은 본인들은 아래층 사람이 얼마나 고통을 겪는지 모른다. 안다고 해도 협조할 생각을 안 하는 것이 더 문제다.

음식점이나 술집, 당구장에서의 지나친 소음, 전철 안이나, 버스, 장거리 기차 안에서의 휴대폰 통화 소리도 엄청난 스트레스다. 조용히 해달라고 하면 미안하다고 나와야 하는데 곧바로 싸움이라도 할 듯이 험악한 반발이 나온다.

공유사무실에서도 통화 소리에 더해 스피커 폰으로 해 놓아 더 신경 쓰이게 만드는 사람, 유튜브 방송을 소리가 나게 틀어 놓는 사람 등, 민도를 의심해 보지 않을 수 없는 작태들을 벌인다.

그게 싫으면 술집도 고급 술집에 다니면 되고, 자가용을 타고 다니면 된다. 그러나 소음 유발과 스트레스의 상관관계는 나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전 국민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다.

거리에서는 수시로 자동차 경적이 들리고, 요란한 굉음을 내는 오토바이는 왜 소음 규제를 안 하는지 모르겠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자신의 목소리가 남들에게 얼마나 크게 들리는지 잘 모른다. 둘이 하는 이야기를 둘만 들리도록 해야 하는데, 근처 사람들이 다 들리도록 음량 조절이 안 되거나 다 들리는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술집에서 단체 손님들이 들어와 마구 떠들면서 박장대소까지 하면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

조용히 해달라고 하면 수긍해야 하는데 일단 반발부터 나온다. 왜 간섭하느냐는 것이다. 자칫하면 싸움으로 번진다.

선진국 해외여행을 다녀 보면, 어딜 가나 조용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배려도 있고, 일본 같은 나라는 민폐를 부끄럽게 생각하는 국민 교육이 잘 되어 있다.

길거리에서 자동차 경적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술집도 창문 구조나 높은 천장 등, 인테리어 자체가 흡음 설계 방식으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자영업체들이 영세하다 보니 흡음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고 낮은 천장, 평면 벽에 흰 페인트만 칠해 놓으면 깨끗한 줄 안다. 소리가 난반사되어 시끄러운 팀 하나만 들어와도 다른 손님들이 다 도망갈 판이다.

목소리 큰 사람이 출세하던 시절은 지났다. 조용히 이야기를 나눠도 되는 시대다. 남들도 배려하는 문화가 번지기 시작해야 진정한 선진국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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