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의 살며 사랑하며

북유럽국가는 왜 행복지수가 높은 것일까

2025. 09. 23 by 강신영 굿네이버스 여행칼럼니스트
▲돈만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로서는 이해가 잘 안가는 ‘얀테의 법칙’이 있었다. 필자
▲돈만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로서는 이해가 잘 안가는 ‘얀테의 법칙’이 있었다. 필자

이번 북유럽국가 여행에서 가장 관심 가는 부문이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모두 세계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들이라는 점이었다. 우리나라는 행복지수가 52위인데 이들은 어떻게 살기에 세계 최상위권 행복지수에 속하는지 궁금했다.

우선 세 나라 모두 일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보다 2배 내지 3배까지 높다. “돈이 많으니 행복한 것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거리에는 우리나라처럼 명품차나 소위 비싼 고급 차종은 보기 힘들고 오히려 우리나라 자동차들을 포함, 그런 수준으로 일반인들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가 대부분이었다.

국민 절반 이상이 어릴 때부터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고 했다. 자전거도로가 인도 보다 넓게 차별화되어 있었다. 물론 국가가 돈이 많으니 각종 복지 혜택이 잘 되어 있다. 무상 교육에 의료보험까지 잘 되어 있고 수입도 대충 비슷하니 굳이 죽으라고 돈을 벌 필요도 없다.

가장 중요한 그들의 생활 방식 저변에 ‘얀테의 법칙’이라는 기본 철학이 깔려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덴마크와 노르웨이, 스웨덴을 비롯한 북부 노르딕 국가에 널리 통용되는 사회적 도덕이나 행동 규범으로 북유럽 사회의 십계명 같은 것이다.

얀테의 법칙 10가지 내용은,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남들만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남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남들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남들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남들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모든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남들을 비웃지 마라. 당신에게 남들이 관심 있을 거로 생각하지 마라.’로 요약된다.

우리나라 학교에서 자녀들에게 이렇게 가르친다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성인 사회에서도 그런 얘기를 하면 무슨 도인 같은 이야기냐며 받아들일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치열하게 경쟁하며 지향하는 방향과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행복지수가 한참 뒤쪽인 52위인 것은 이런 차이점 때문일지 모른다. 우리는 자녀들의 학업 성적은 물론 미래를 위해 조기 교육까지 시킨다. 어른들도 아파트, 고급 차, 명품으로 사회적 차별에 열을 올린다.

나는 당연히 특별한 사람이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똑똑하고 많이 안다고 말을 많이 하고 목청까지 높인다. 남들은 나보다 못하니 깔보고, 나보다 상위에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자기 알리기 바쁘다. SNS ‘좋아요’에 목을 맨다. 이런 것들이 마음대로 안 되고 남들은 나보다 우위에 있을 때, 비교 열위를 확인하면 열 받고 화가 난다. 이런 요소들이 행복지수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자원도 없고 인구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경쟁에 탈락한다. 우리가 짧은 기간이 이만큼 성장한 것도 치열한 교육열 덕분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렇게 학창 시절을 보냈고 직장생활까지 마친 세대도 여전히 그렇게 살아야 할 것인가는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더 이상 경쟁도 없고 편안한 노후를 보내면 된다. 그런데 여전히 아파트 평수로 남과 비교하고, 잘 난 척하는 사람 많고, 좀 떨어지면 비웃는다. 그래서 여전히 남들 눈치 봐가며 비교하면서 산다. 노인빈곤율도 높고 자살률도 세계 1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얀테의 법칙은 '겸손의 법칙'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이는 북유럽의 평등주의적 문화를 잘 나타내는 예시 중 하나이며, 간섭을 거부하는 개인주의를 위하여 우월감의 표출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적 태도를 가리킨다.

이제 우리도 먹고 살 만하니,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들은 어떻게 사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도 삶의 만족도 측면에서 행복이 뭘까 쪽으로 관심을 돌려야 할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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