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지 모를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우리 국민의 표정이 정상이 아니다. 모두가 화난 사람의 표정이고 누가 자신에게 피해를 주거나 건드리면 가만히 안 있을 것 같이 싸울 태세의 표정이다. 우리는 늘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보니 잘 모를 뿐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 자주 나가 보면 확연히 차이 나는 점이다.
길거리에서 길을 물어보려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둘러보면 만만하게 부탁할 만한 사람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표정을 보면 감히 말을 붙이기 어려울 것처럼 심각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젊은 여성들은 표정이 밝고 친절하게 응해 준다.
출근길 전철을 타고 사람들 표정을 보면 모두 전투태세의 얼굴이다. 표정이 굳어있고 잠시 빈틈도 없어 보인다.
아침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동네에 나가도 마찬가지다. 엘리베이터에 같이 타도 인사 한마디 없다. 나가서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감시의 눈이나 자기에게 해를 끼치거나 귀찮은 접근을 할까 봐 조심하는 분위기다.
음식점에 혼자 들어가면 주인 미간이 찌푸려지는 것이 보인다.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는데 혼자 오는 손님은 매출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표정이다. 기본 반찬 내려놓는 손매에서도 불친절함이 보인다.
외국에 나가보면,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는 물론이고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 사람들도 표정이 밝고, 친절한 편이다. 우리나라에 많이 와 있는 다국적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베트남, 미얀마,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온 종업원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데 모두 표정이 밝고 친절하다.
왜 우리는 그럴까, 생각해 볼 때가 많다. 어렸을 때부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항상 긴장해야 했고 웃을 틈이 없었다. 요즘은 고층 아파트에 살며 핵가족화되어, 사생활이 존중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 알아도 인사도 안 한다. 일단 인사를 해 놓으면 귀찮게 계속 인사해야 하고 내 쪽이 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른다.
자동차 운전을 해보면 이런 현상이 더 뚜렷하다. 양보란 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끼어들기 할 때 보면 덩치 큰 차를 모는 사람은 큰 덩치를 무기로 더 질서를 안 지킨다. 불법으로 끼어들려는 자와 안 끼워주려는 자가 머리싸움을 하다가 이긴 사람은 승자의 미소를 짓고, 진 사람은 패자의 분노를 쌓는다.
우리 세대만 해도 전쟁의 폐해 속에서 가난했고 그 때문에 너무 어렵다 보니 웃을 일이 별로 없었다. 남자라면 군대에 입대해서 3년이나 엄격한 규율 속에 생활하다 보니 이때 표정이 많이 굳어졌다. 실없이 웃거나 하면 질책의 사유가 되던 시절이다.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다. 표정이 비장해 보이고 진지해 보여야 능력이 있어 보이지, 웃는 얼굴이라면 어딘지 나약하거나 빈틈이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상사로서의 리더십도 근엄한 표정이 편했다. 그래야 알아서 말을 잘 듣기 때문이다.
사회생활도 마찬가지다. 낙엽이 굴러가는 것만 봐도 까르르 웃던 여고생들도 나이가 들면서 이기적인 아줌마로 변한다. 나와 내 주변만 생각해서 전투적으로 행동하니 남에 대한 배려는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우리 표정이 굳어졌던 것 같다.
우리는 얼굴 사진 찍을 때 ‘웃는 표정’을 강요당한다. 화난 표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표정은 실제로도 생리적으로, 심리적으로도 영향을 준다고 한다. 심박, 스트레스 지수, 호르몬 변화 등이다. 모두가 그렇게 하고 있으면 살얼음판을 걷는 듯이 긴장감이 팽배해진다.
반면, 미소는 호수의 파장이나 전염병처럼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준다. 사회적으로도 당연히 효과가 있다. 어떤 세상이 더 행복을 줄 것인지 답은 나와 있다. 다만, 실행이 어려운 것이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