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인간은 각종 창작물에서 등장하는 것이 투명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을 말한다.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비롯하여 여러 작가가 투명 인간을 작품에 등장시켰다.
보잘것없는 노인인 내가 길에 나서면 내게 눈길을 주는 사람은 없다. 기대도 안 하지만, 당연한 일로 알고 있다. 투명 인간 취급을 하는 것이다. 만약, 거리에서 대단한 젊은 미녀가 걸어 오면 자연스럽게 사람들 눈길이 갈 것이다. 그 차이다.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주인이나 종업원이 손님인 내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면 기분이 나빠져 뭐라고 하든지. 다른 음식점으로 갈 것이다. 당연히 손님으로서 대우받아야 할 인격체이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 손님 대접도 제대로 못 받는 것이다.
서울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살다 보니 남에 대한 배려를 기대하기 어려운 도시다. 복잡한 전철을 탔는데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고 움직이는 그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내리고 탈 때 팔이나 어깨 정도 밀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비켜달라”, “좀 나갑시다” 등 입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가장 당황스러운 것이 바로 그런 행동이라고 한다. 최소한 “미안합니다”라도 말하면서 양해를 구해야 한다.
외국 여행할 때 비행기가 착륙하자, 사람들이 우르르 일어나 통로에 비좁게 줄지어 서 있었다. 문이 열리려면 아직 시간이 좀 있는데. 한국 사람들은 자리에 못 버티고 있는 편이다. 외국인들도 이미 통로에 서 있으니 그렇다 쳐도, 한 한국 남자가 선반의 짐부터 가방의 내용물을 정리하면서 앞에 선 외국 여자를 여러 번 건드렸던 모양이다. 그 여성이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면서 그 남자를 흘겨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남자 본인은 자신이 그랬는 줄도 모르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서처럼 하다 보니 무감각해져서 그랬다. 자기 행동으로 접촉이 일어나면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본다는 것을 못 느낀 것이다.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길을 걷다 보면 앞에서 오는 사람과 마주치는 경우가 많다. 내 쪽으로 오던 사람이 알아서 비켜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내가 투명 인간처럼 안 보이는 모양이다. 내가 알아서 비켜 가야 한다. 비 오는 날, 우산을 펴는데 우산이 펴지면 어느 정도의 공간을 차지하게 되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펴고 보는 사람도 있다. 우산이 탄성으로 펴지는 과정에서 지나가던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젖은 우산은 물기가 다른 사람에게 닿는 일도 있다. 우산을 접고 걸어갈 때도 우산을 앞뒤로 내저으며 걸어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계단을 올라갈 때 그러면 뾰족한 우산 꼭지로 뒤따라 올라가는 사람의 얼굴에 상해를 입힐 수도 있는 일이다. 전철에서 서 있는 사람이 우산을 들고 있으면 흔들릴 때마다 위협을 느낀다.
전철 역사 안에서는 손으로 방향을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 많다. 밖에 나가면 지형지물이 있어 방향 잡기가 쉽지만, 지하에서는 안 보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런데 옆에 지나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않고 손이 크게 움직이는 것이다. 얼굴 높이이기 때문에 자칫 손가락이 얼굴에 닿을 수 있다.
음식점이나 술집, 당구장에서 마구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도 다른 사람은 투명 인간처럼 안 보이기 때문이다. 보인다면 그렇게 큰 소리로 민폐를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공장소에서의 전화 통화도 마찬가지다. 남들이 항상 주변에 있으며, 그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