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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이 찾아간 광화문 주민들 "광장 확장 결사반대"

'직접 소통' 선언 뒤 첫 주민 접촉…반응은 '싸늘'

  • 기사입력 2019.11.01 21:58
  • 기자명 고현석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위한 소통에 직접 나서겠다고 천명한 뒤 1일 처음 거리로 나섰으나 주민들의 반응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을 찾아 '광화문광장 조성사업 결사반대'라고 적힌 현수막 앞을 겸연쩍게 웃고 지나고 있다.

 

간담회가 열린 사직동의 풍림 스페이스본 아파트 북카페에는 스페이스본을 포함해 경희궁의아침, 파크팰리스 등 인근 단지 주민이 50명 넘게 몰려들었다.

 

주민들의 목소리는 서울시의 방안대로 광화문광장을 넓히면 시위가 늘어나고, 차량 정체가 더 심해지며, 공기 질은 악화할 것이라는 세 가지 우려로 요약.전달됐다.

      

사회자인 스페이스본 입주민 대표가 "시장님이 온 목적은 반대 목소리와 그 이유를 듣고 타당성을 분석하려는 것이니 (재구조화) 찬성 발언은 되도록 자제해달라"고 한데 힘입은 듯 주민 대부분은 비판을 쏟아냈다. 공무원이나 전문가들의 회의에서 쉽게 나오지 않을 생생한 발언이었다.

 

파크팰리스 입주자 대표는 "교통 대책 없이 광화문광장 사업을 한다는 것을 저희 주민들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세종문화회관 뒤 광화문아파트 거주자는 지난해 여름 박 시장의 강북구 삼양동 '한 달살이'를 언급하며 "광화문에 토·일요일 사시면서 피부로 (시위를) 느껴보라"고 제안했다.

 

스페이스본 주민은 "(재구조화로) 광장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데, 시위하는 시민한테 돌려주는 것 아니냐. 거기서 여가를 즐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 풍림스페이스본 북카페 주민 간담회    

 

한 경희궁의아침 거주자는 "광화문광장 확장은 결사반대한다. 그러지 말고 나무를 심어서 공원으로 만들라"고 말해 호응을 끌어냈다.

 

한 참가자는 "저는 세월호 사건에 누구보다 분개했고 촛불집회에도 거의 개근했다"면서도 "세월호 추모 시설이 광화문광장에 지금까지 있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스페이스본의 한 주민은 "서울시 방안대로 율곡로와 사직로를 막으면 강북권은 강남과 달리 우회로가 마땅치 않다"며 "율곡로마저 숨통을 조이면 시장님의 역점 사업인 강남·북 격차 해소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박 시장은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으러 왔다"고 했지만, 한 주민은 "주민 입장에서는 오히려 시장의 의견을 듣고 싶다"고 촉구했다.

    

1시간 넘게 이야기를 들은 뒤 마이크를 잡은 박 시장은 "저는 늘 주민 의견을 들어서 최상의 방법으로 (일을) 성공시켜 왔다"며 "저도 시위가 너무 많다고 느끼고, 교통은 전 세계가 보행친화도시로 간다. 여러분과 제 생각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고통을 받고 계시지 않나. 제가 이걸 그냥 가만두고 있을까요"라고 묻자 토론회장의 주민들은 큰 소리로 "네"라고 답하며 환호하고 손뼉을 쳤다.

    

박 시장은 사직동을 찾기에 앞서 삼청동을 방문해 한 식당에서 지역주민 10여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곳 주민들은 주로 광화문광장 시위 때문에 삼청동 교통이 막혀 상권이 죽었다며 시위 대책을 마련할 것과 동네 주차난 해결을 호소했다.

 

박 시장은 오는 3일 청운효자동, 평창동, 부암동을 돌며 비슷한 자리를 가진 다음 같은 날 오후 종로소방서의 강당에서 주민들과 집중 토론회에 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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