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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문서가 있어야만, 연희동에 살 수 있는 것 아닙니다”

청년단체들, “청년 공동주택 반대, 이제 그만해야”

  • 기사입력 2019.12.24 07:23
  • 기자명 은동기 기자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민달팽이유니온, 청년유니온 등 청년 주거권 보장을 위해 활동하는 청년단체들은 23일 오전 10시에 서대문구청 앞에서 청년공공주택 건축허가서 제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 공공주택 건립계획에 대한 연희동 주민들의 님비(Not In My Back Yard)현상을 지적하며, 지역공동체에서 청년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주민들의 이해와 구청의 적극적인 노력을 호소했다.

▲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민달팽이유니온, 청년유니온 등 청년 주거권 보장을 위해 활동하는 청년단체들이 23일 서대문구청 앞에서 청년 공공주택 건축허가서 제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더 이상 미래의 희망도 아닌 새로운 사회적 약자, 학력수준은 역사상 가장 높지만 부모 세대 보다 못사는 최초의 세대인 청년세대를 위한 정부의 주택정책이 곳곳에서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치며 파열음을 내고 있다.

단체들은 8월에 청년공공주택 신축계획이 결정되어 10월이면 연희동에 신축될 예정이었으나 집을 소유한 주민들의 빈대로 이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청년들은 단순히 살 집이 필요한 것뿐”이라며 연희동 주민들은 집문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청년공공주택을 계속 반대할 권리는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31일 공고된 서울시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사업에 지원, 연희동 사업지의 청년주택 사업자로 8월 7일 선정된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은 2014년 설립 이후 국토교통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어 서울, 경기, 전주에서 ‘달팽이집’ 10곳(55호, 160여명)을 시세의 50~80% 이하로 청년들에게 공급했으며, 입주자 자립과 커뮤니티 형성도 지원하고 있다.

 

국토교통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기업은 고용노동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재정지원 사업(일자리 창출사업 인건비, 전문인력 인건비, 사업개발비 지원) 참여자격이 부여되고 있다. 

해당 사업은 ‘세입자가 시민이 되는 집’이라는 컨셉으로 소득과 연령을 기준으로 하여 해당 기준을 만족시키면 누구나 입주할 수 있는 주택이다. 대상지가 연희동에 위치해 있고 신축하는 주택이라 임대료가 높다는 한계가 있어 입주자의 10%는 자체적인 주거비 지원을 통해 임대료가 부담스러운 청년도 입주할 수 있게 하는 사업이다.

청년 주택의 입주 기준에는 최소한의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 설정한 연령과 소득 상한을 제외하고는 특정 부류를 배제하는 조항이 없는데도 연희동 일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딛혀 지금까지도 해당 사업을 민원을 받아오고 있다.

주민들의 이기적 님비현상에 발목 잡힌 청년 공공주택 건립 사업 

단체들은 민원인들이 ‘해당 주택이 들어오면 연희동의 교육환경을 해친다’는 납득하기 어렵고,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주장으로 사업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는 것과 관련, 인근 지역 주민들을 만나고 민원인이라고 밝힌 주민들에게 연락을 취해 소통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기사에 따르면 연희동 청년주택 백지화를 주장하는 일부 주민들이 비상대책위를 꾸렸고. 1,0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함께한다고 밝혔다. 민원으로 인해 사업이 지체되거나 건축적 사항과 상관없이 반려되는 경우가 다수 있어 왔다는 것이다.

서울의 1인 가구 청년주거빈곤율은 2010년 36.3%에서 2015년 37.2%로 청년 1인 가구 3명 중 1명은 주거환경이 열악한 주거빈곤 상태에 있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1인 청년 가구는 소득의 절반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다. 부모에게 도움받지 못하는 다수의 청년은 자신의 삶을 터를 꾸리기 위해 끝없이 노력해도 감당할 수 없는 주거비로 인해 열약한 주거환경으로 밀려나고 있다.

 

단체들은 정책에 대한 찬/반 의견을 넘어서 ‘특정 사람이 동네에 들어오면 그 사람의 존재만으로 교육환경이 침해받는다’는 주장은 특정 시민을 공격하는 혐오 발언일 뿐이며,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힌 청년 공공주택 사업 사례>

▲     ©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그동안 우리 사회는 2013년 행복주택 반대, 연세대·이대·고려대·한양대·경북대 등 수없이 많은 대학교 기숙사 반대, 구의역 대학생 기숙사 반대, 영등포·강동 역세권 청년주택 반대, 성남시·부산시 행복주택 반대 등 수많은 지역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임대주택을 반대해왔으며,  그 과정에서 ‘청년이 들어오면 범죄를 일으킬 것이라거나 ‘집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청년의 존재 자체를 혐오하는 표현들이 표출되어 왔으며, 이러한 모습을 쉽게 용인해 왔다.

단체들은 “소유권을 가졌다고 해서 소유권을 가지지 않은 시민의 존재를 함부로 말하거나 소유권의 가치를 명분으로 특정 시민을 거부하는 것을 그만해야 한다”며 “우리는 소유권에 다른 시민을 거부할 권리, 다른 시민을 공격한 권리가 있다고 합의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청년 공공주택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 “연희동을 헤이트 플레이스로 만들 것”

<연대발언>에서 청년세대 노동조합 ‘청년 유니온’ 김영민 사무차장은 “청년 공공주택 건립에 대한 연희동 주민들의 반대는 청년을 ‘함쎄 사는 시민’으로 인식하기보다 ‘사회에서 동떨어진 다른 집단’으로 인식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며 “이는 한국사회의 근원적 문제인 집 값을 건드리기 때문이며, 우리사회가 한 단계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청년들이 살아야 할 단 5평짜리 좁은 공간에서만이라도 마음껏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청년유니온 김영민 사무차장  

역세권 청년주택 이슈 때 농성 진행했던 당사자인 우인철 우리미래당 대변인은 “청년 공공주택에 대한 연희동 주민들의 헤이트 스피치가 계속된다면 연희동은 더 이상 핫플레이스가 아니라 헤이트 플레이스가 될 것”이라며 청년들을 대상으로한 헤이트 스피치를 중단할 것을 호소했다.

▲ 우인철 우리미래당 대변인    

이어 “대한민국에 사는 누구라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으며, 성별이나 피부색,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 받지 않을 권리가 있고, 누구나 주거권을 보장 받아야 한다. 누구도 함부로 남에게 상처를 줄 권리가 없고 또 누구라도 혐오와 차별로부터 보호 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서대문구청이 사업의 정상추진을 요구하는 청년들에게 연희동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고 오라는데 대해 “서대문 구청이 제정신인가. 이곳이 공공성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기관이 맞는가”라고 반문하고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인권 친화적’이라는 서대문구, 연희동 주민들의 청년 공공주택 반대에 나 몰라라

<당사자 발언>에서 전에 연희동에 거주했던 대학생 한선회씨는 “‘청년주택은 존재만으로 교육환경을 해친다 ‘ ‘청년들이 들어오면 동네가 모텔촌이 되어버린다’는 등의 핑계를 멈춰달라”고 요구하고, “집값이 떨어질까 두려운 마음을 ‘청년들’의 탓으로 돌리지 말아 달라. 청년주택은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고, 보다 좋은 주거환경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주택이지, 존재만으로 그 누구에게 해가 되는 존재가 아니며 청년 공공주택에는 성적 지향이나 장애여부 상관없이 평등하게 모두가 입주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 대학생 한선희씨    

이어 “‘인권도시 서대문구’를 내세우며 매년 구민의 인권보호를 위한 정책목표를 발표하고 있는 서대문구가 말하는 인권친화 도시가 이런 것이냐”며, “연희동에 살 수 있는 사람의 자격을 나누고, 소유권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며, 집 없는 사람들의 권리는 안중에도 없는, 그것이 바로 ‘인권친화적인 서대문구’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현재 청년공공주택에 거주하고 있다는 홍수경 대학생은 “지난여름,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이 연희동 사업지의 청년주택 사업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기뻤는데, 곧이어 연희동 주민들의 반대 민원에 부딪쳐 사업이 지체되고 있다”며 ‘해당 주택이 들어오면 연희동의 교육환경을 해친다’거나 ‘청년들이 들어오면 범죄율이 높아지고 문란해져 집값 떨어진다’는 등의 근거없는 얘기에 허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 대학생 홍수경씨     

연희동 주민으로 살며 연희동 청년공공주택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권지웅 전 서울시 청년 명예 부시장은 “존재만으로 사람을 해치는 사람은 없다. ‘청년들이 함께 살면 집값이 떨어진다’거나 ‘폭력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우범지역이 될 것’이라는 등의 특정 사람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무언가를 해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려운 억측일 뿐만 아니라 특정시민을 배제하고 모욕하는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 연희동 청년 공공주택 사업 총괄 권지웅 전 서울시 청년 명예부시장   

이어 그동안 각 지역에서 일어났던 청년 공공주택에 대한 주민들의 근거 없는 주장들을 사라례로 들고, “존재만으로 폭력을 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그렇게 함부로 할 수 있느냐”며 “우리는 소유권에 대해 그렇게 합의한 적 없다. 처분권과 개발권을 허락했을 뿐 토지 소유권을 존중한다는 것이 다른 시민의 존재를 부정하고 공격해도 되는 것이라 합의한 적 없다. 이제 그만하면 좋겠다. 소유권의 횡포를 멈추어야 한다. 소유권을 가진 사람과 소유권을 가지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다른 것이어야 한다. 소유권의 유무와 상관없이 우리는 같은 시민이다”라고 연희동 주민들을 향해 간절하게 호소했다. 

청년단체들은 “집문서가 있어야만, 연희동에 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하의 기자회견문을 통해 ▲근거 없는 편견과 부동산 가격을 명분으로 특정 시민을 공격하는 소유권의 횡포를 멈출 것, ▲서대문구는 연희동 청년주택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할 것, ▲공공주택을 비롯한 공공선을 위해 추진되는 사업이 더 넓게 토의되고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임대주택 등 건축허가 심의 기한을 지정하고, 세입자를 포함한 다양한 구성원의 참여를 보장하는 중재기구 설치 등을 포함하는 ‘(가칭)님비방지법’을 제정할 것을 요구했다.

단체들은 향후 ▲공공주택 반대 대상 지역(연희동 포함) 순회 1인 시위(12/24 ~1/11), ▲시민들의 지지를 통한 청년공공주택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텀블벅(Tumblbug) 지지활동(12/23 ~1/12), ▲1월 중, 청년공공주택 님비 방지를 위한 토론회 등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각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청년 공공주택에 대한 님비 현상을 금지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기자회견을 마친 청년단체들은 각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청년 공공주택 반대를 금지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도시재생사업 분야의 국토교통형 예비사회적기업의 성장을 통해 지역기반의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도시재생사업 효과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청년 공공주택 정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집 없는 청년들의 어려움을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주민들의 반대를 설득하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행정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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