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찝찝함만 남긴 이대호 판공비 해명...판공비 '셀프 인상' 논란에 "회장 될 줄 몰랐다"

개인 계좌로 입금된 판공비엔 "관행이었다"

  • 기사입력 2020.12.03 06:28
  • 기자명 이창준 기자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인 이대호(38·롯데 자이언츠)의 판공비 논란과 관련한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 고개 숙인 이대호  

이대호가 회장을 맡은 이후 판공비가 기존의 2배 이상인 6천만원으로 증액된 것이 이른바 '셀프 인상'이었느냐는 점과 왜 투명하게 써야 할 판공비를 법인 카드가 아닌 개인 계좌로 받아서 썼느냐는 점이다.

이대호는 논란이 확산하자 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의문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적지 않았다.

먼저 이대호는 판공비 인상을 요구한 것은 사실이지만 누가 회장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의견을 낸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대호는 "선수들 모두 회장을 맡으려고 하지 않기에 고참 입장에서 여러 의견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결정된 것이 6천만원"이라며 "솔직히 난 회장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내가 될 줄도 몰랐다. 한 표씩 투표하기 때문에 내가 된다는 보장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판공비가 기존 연 2천400만원에서 연 6천만원으로 증액된 2019년 3월 18일 임시 이사회는 사실상 이대호를 추대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이대호는 판공비를 올려달라고 요구했고, 처음에는 1억원을 언급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대호는 이에 대해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고참 입장에서 여러 의견을 제시했고,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얘기하는 과정이었다"고 에둘러 말했다. 그는 "나를 위해서 판공비를 올리자고 했다면 내게 손해인 일"이라며 "조금도 그런 생각한 적 없다. 회장직을 안 맡으려는 후배들이 나설 수 있게 하려면 액수를 올려야 한다는 제안을 한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연봉 25억원으로 KBO리그 '연봉킹'인 이대호는 "롯데에서 고액 연봉을 받기에 팀을 위해서라도 회장직을 안 맡으려고 했다"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하려고 했지, 그때는 내가 고사하던 자리였다"고 사익을 위해 판공비 인상을 요구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대호는 다만 당시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할 수 있느냐는 요구에는 변호사를 통해 내부 검토를 거쳐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을 시 공개하겠다고 했다.

이대호는 법인 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판공비를 사용한 점과 증빙 서류를 따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판공비는 관례상 회장 연봉 개념으로 지급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선수협회에서는 역대 회장 및 이사진에게 지급되는 비용을 판공비로 명명하기는 했으나 보수 및 급여로 분류해 세금 공제 후 지급되고 있다"며 "판공비 이외에 별도로 지급되는 수당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관례라고 주장했지만 선수협회에선 2012년 1월 '판공비는 반드시 카드로 결제하고, 증빙이 없는 판공비는 부인한다'고 사무총장과 회장의 자금 관련 권한을 규제한 바 있다.

이대호는 "판공비 외에 어떤 것도 받지 않았다. 법인카드도 안 받았다. 판공비를 받으면 회의 참석차 경비, 선수들과 식비, 선수협 미팅 경비 등으로 사용했다"라고 투명성 논란에 반박했다.

▲ 판공비 인상 문제로 비판을 받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 이대호(롯데 자이언츠)가 2일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논란에 대해 해명한 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이대호는 마지막으로 자신이 데려온 김태현 사무총장의 판공비 현금 지급과 법인카드 개인 사용 의혹에 대해서는 "미리 알았더라면 못 하게 했을 것"이라며 "꼼꼼하게 점검했어야 하는데 마음이 아프다. 선수협회가 잘되기 위해서 데려온 사람인데, 내가 실수를 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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