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요

연재 18회

이철원 전 아라우 부대장 | 기사입력 2022/01/23 [01:01]
> 아라우(태양)의 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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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요
연재 18회
 
이철원 전 아라우 부대장   기사입력  2022/01/23 [01:01]

 

재해복구 현장으로 이동을 하다보면 길가에 있는 집들의 대문이나 창가에 ‘I love Korea’,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요!’라고 쓴 현수막 뿐만 아니라 군데군데 현지인들이 직접 그린 태극기들도 볼 수 있었다. 그 래서 4월 경 주민들의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부대활 동에 접목한 것이 한국어 교실이었다. 

 

최초의 한국어교실은 주둔지와 근접한 파윙 초등학교를 복구하면서 이들의 요청에 의해 통역장교를 교사로 시작하였다. 학생들은 한국 의 문화와 한글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로 교사들의 추천을 받았는데 대부분 공부를 잘하는 인원들이었다. 5월 경, 한국 MBC 방송국에서‘진짜 사나이’ 촬영을 하러 왔을 때 출연진들이 잠시 한국어를 현지 아이들에게 가르친 것을 시점으로 한글학교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 기 시작했다.대학생과 성인들도 한국에서 공부하거나 취업을 위해 한글을 가르쳐 달라며 부대를 찾아왔다.

 

그래서 이들을 위한 한국어 교실을 아라우 중장비 직업학교에 추가 개설하였고 직장생활과 대 학교 수업시간 등을 고려하여 18:00~20:00시에 운용하였다. 또한 타 클로반에 위치한 ‘노멀 대학교’에서도 방송을 본 이후 한국어 과목을 개설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이에 매주 수요일, 토요일에 필리핀 어를 잘하는 통역장교가 ‘노멀 대학교’에서 한국어 강의를 했으며 우 리가 철수 후에도 한국어 교실이 계속될 수 있도록 한국 국제협력단 (KOICA)을 연결해 주었다. 

 

많은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목적은 한국에서 취업이나 한국 대 학교의 교환 학생으로 선발되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서는 대한민 국 정부에서 공인하는 한국어능력 평가시험[TOPIK]을 응시하여 최 소 TOPIK1 수준을 통과해야 자격이 주어진다. 한국어능력 평가시험 은 전 세계에서 평가기관이 정한 지정된 장소에서만 동일한 날에 치 러지는 시험으로서 필리핀에서는 마닐라에서만 시험을 볼 수가 있 었다.

 

그러나 당시 총 200여 명의 한글학교의 학생들을 마닐라로 이 동시켜 시험을 보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으며, 이곳 레이테 에서부터 마닐라를 가려면 차량으로 21시간의 기나긴 여정을 필요 로 하였다. 그리고 태풍 피해자인 이 학생들 중 모든 여정의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학생들 또한 몇 명 없었다. 따라서 한국 어능력 평가시험[TOPIK]을 주최하는 마닐라의 한국문화원을 방문하여 레이테주에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협조했다. 

 

다행히 한국문화원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레이테 노멀 대학교’에서 한국어능력 평가시험[TOPIK]을 응시할 수 있게 되어 10월 첫 시험 을 실시, 총 136명의 응시자[초등학생은 대상에서 제외] 중 18명이 합격하여 한국어능력(TOPIK LEVEL1)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한글 에 대한 아무런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3개월을 준비해 시험을 보았 기 때문에 습득이 빠른 상위 5명 정도의 합격률을 예상하고 있었으 나 뜻하지 않게 18명이 합격하는 좋은 결과를 얻었다. 

 

한글학교에 나오는 학생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K-POP이나 한국드라마를 통해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해 관 심을 갖게 되어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다. 한국과 한국문화 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수업 내용들을 빠르게 습득하고 집중도도 굉장히 높다. 이들은 한국군을 보면 일부러 대화를 해보려 시도하며 수업내용 외의 많은 질문을 던지는 학생들이다.

 

두 번째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태풍으로 인해 생긴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한글학 교에 오는 사람들이 있다.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한 한글학교에 나옴 으로써 다른 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자신의 상처를 위로받으 려 하는 것이었다. 한글학교 성인반에 항상 말없이 앉아서 늘 피곤해 하는 18살의 한 여자 학생이 있었다. 그녀는 태풍으로 모든 가족을 잃었으며, 그 가족이 죽어가던 모습을 지켜만 봐야했다. 자신이 잡고 있던 손을 놓쳐 물속으로 사라진 여동생과 그 동생을 구하려다 함께 죽은 오빠에 대한 죄책감으로 혼자 살게 된 자신을 미워하며 매일 익사하는 악몽을 꾸고 있어 괴로워했다. 한글학교에는 이와 같이 남편, 부모, 자식을 잃은 아픔을 겪은 학생들이 많았다. 한글학교에서 자신 과 비슷한 경험을 가진 이들과 함께하고 위로받으며 트라우마를 서 서히 극복해 가고 있는 것이었다. 

 

마지막은 한국에 가서 일을 하거나 한국기업과 관련된 일을 하고자 찾아오는 학생들이었다. 자신보다 가족을 위해 현재 보다 더 많은 돈 을 벌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한국을 찾고 싶은 것이었다. 이들은 학 습에 대한 분명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매우 열정적이나 학습수준은 떨어지는 편이었다. 이곳에서 보면 대한민국이 얼마나 많은 기회와 꿈을 주는 나라인지 다시금 느끼게 된다.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지속되기를 바라며 시작한 한글학교는 한국의 문화를 전 파하고 태풍으로 인해 입은 현지주민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꿈을 갖게 하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가져왔다. 어떤 이유로 아라우부 대 한글학교를 찾았던 간에 이들이 한글을 통해 꿈을 꼭 이루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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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1/23 [01:01]   ⓒ 한국NGO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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