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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의 육사이전 공약의 불가론

  • 기사입력 2022.02.03 11:45
  • 기자명 장순휘 객원 논실위원
▲장 순 휘(정치학박사, 육사총동창회 사업위원장,한국문화안보연구원 이사)  

 육군사관학교 이전‘설(說)’의 진원지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지난 2020년 7월 20일 그린벨트 해제 대신 다양한 국·공립 시설부지를 발굴하고 확보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국방부 소유 태릉골프장 부지활용을 직접 주문 한 것이 화근(禍根)이다.가용면적이 149만6979㎡(약 45만평)인데 아파트를 지으면 최대 1만 가구 공급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예비역 장성단체인 성우회(星友會)가 입장문을 내고 강력하게 반대를 했다. “태릉일대와 화랑대(육사)는 분리될 수 없는 한 몸과 같다.”며 “화랑대는 국군이 태동된 성지이며 군의 정신적 요람 그 자체”라고 했다. 이때부터 나온 얘기가 ‘육사 이전’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설이 나왔었고, 정부에서 급하게 태릉골프장으로 한정한다고 선을 긋고 지나갔던 일이 있었다. 일국의 대통령이 고작 1만 채 아파트 지으라는 구두지시를 직접 내리는 것도 문제가 있고, 그걸 근거로 ‘8.4부동산 대책’이라고 내놓는 국토교통부 장관이라는 자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 아니었던가?

‘태릉컨트리클럽’은 1966년 5월 4일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군부대가 투입돼 그해 11월 5일 9홀로 개장하여 56년의 역사를 지나고 있는 대한민국 제1호 골프장이다. 그후 1970년 9홀을 증설해 전장 6.355m, Par 72의 국제 규격 정규 18홀 골프장으로 조성됐다. 그렇다면 1966년도 보릿고개 시절에 골프(Golf)라는 사치스럽고 국민들에게 알려지지도 않은 운동을 위해 왜 만들었을까?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사관생도들이 국제적인 감각을 익혀야하고, 이를 위해 골프도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취지로 지시했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그 당시 경제개발 5개년계획 추진을 위해 해외순방 중 골프를 하면서 그 필요성을 직감하고 정부의 고위공무원들과 외교관들에게 외교적 매너를 위하여 만들라고 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런 역사 스토리를 가진 태릉골프장은 대한민국 제1호 골프장이라는 것만으로도 사적지(史蹟地)로 기념이 되는 곳으로 서울시에 위치한 유일한 골프장이다. 그런 곳에 고작 아파트 단지라니?

설상가상으로 지난 1일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뜬금없이 자신의 고향 안동(安東)으로 육군사관학교를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육사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대선후보라는 명분으로 일국의 사관학교를 고향으로 유치하겠다는 포퓰리즘공약을 하는 것은 경거망동(輕擧妄動)의 수준을 넘는 황당무계(荒唐無稽)라고 할 것이다.

그 논리로 제시한 설명에서 “공사는 충북 청주로, 수도권 국방대학원은 논산으로 이전한 바 있으니 육사가 서울에 있어야할 이유가 없다”는 궤변(詭辯)을 강조했다. ‘육사 이전’의 문제는 ‘옮긴다 못옮긴다’는 ‘이전’의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육사’의 역사적 · 국가안보적 · 시대적 정체성과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분석해야 하는 것이다. 육사를 이전 할 만큼 대한민국에서 아파트 지을 부지가 없느냐는 것부터 1만호 아파트로 서울시의 주택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냐? 왜 육사를 없애고 아파트를 지어야만 하는 것이냐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유별나게 좌파정권과 좌파정치인들이 육사 이전을 주장한다는 것이다. 서울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면 있으면 어떠냐고 되묻고 싶다. 그렇다면 숨겨진 정치적 의도나 정권차원의 정책적 저의가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아는 바와 같이 육군사관학교(KMA:Korea Military Academy)는 창군과 호국의 요람으로 호국영령의 성지(sacred place)이며, 대한민국 직업군인들의 상무정신의 본향(本鄕)이다. 그리고 화랑대(花郞臺)는 육군사관학교가 태릉지역에 들어서면서 이승만 대통령께서 하사한 특별지명이다. 이는 사관생도는 신라시대에 삼국통일의 주역이었던 ‘화랑의 후예’에 비유해 화랑대로 통용되고 있다. 1945년 해방 후 나라도 없고 군대도 없어서 해외 각지에서 광복군, 중국군, 일본군, 만주군에서 해매던 망국 조선의 군인청년들이 장교와 사병 및 육군·해군·공군·군속 등 다양한 신분과 병종으로 모였다. 해방직전에는 서로 적군(敵軍)이었지만 막상 해방이 된 조국에서는 창군에 참여하고자 모여들었다. 그곳이 바로 태릉(현, 육군사관학교)이었다. 당시 육사터에는 황량한 산기슭에 일본군이 쓰던 건물 두 채만 있었을 뿐이었다. 과거 식민시대의 적개심(敵愾心)보다 신생독립국 군대에서 건군(建軍)하자는 애국심으로 서로 조화를 이루고 하나가 되었던 조직이 바로 육사의 전신이었던 ‘군사영어학교’였다. 

그래서 1946년 5월 1일 ‘남조선경비학교’ 1기생 80여명으로 개교한 곳도 태릉이었다. 입교식에서 “우리는 장차 수립될 우리 조국과 정부에 충성을 다한다”는 ‘애국선서(愛國宣誓)’를 했던 것으로 초라한 육사가 탄생했다. 이날은 1909년 대한제국무관학교가 일제에 해산 당한지 37년 만에 개교되는 날로 우리 군복도 없고 군화도 없이 일본군복과 미군군화를 신고 했었다. 정식으로 육군사관학교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으로 건국(建國)이 선포된 후였다. 그후 대한민국의 발전과 함께 성장한 육사는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세 분 대통령과 수많은 장.차관과 장군 및 박사들을 배출했다.

육사는 우수한 국가간성을 임관시켜서 국방안보를 책임지게 했고, 나라의 엘리트 인력 공급의 주요 원천이 되었다. 그러한 이곳 육사를 이전 한다는 것은 그 역사와 전통의 맥을 끊는 매우 저열한 정책적 판단으로 문재인 정권과 이재명 후보는 ‘육사 이전 공약’을 즉시 파기해야 한다.

현재의 한반도 안보상황은 남북의 첨예한 군사적 대립이 지속되는 시대로써 국방안보에 최선봉에 서야할 육사가 후방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자칫 국민적 패배주의 여파가 우려된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역사의 교훈에는 화랑관창의 전사가 있다. 백제의 결전이었던 황산벌 전투(660년)에서 계백장군의 5,000명 결사대는 신라군 5만을 상대로 연전 연승을 거두고 있었다. 이에 신라 품일장군은 자신의 아들 관창이 불과 16세였지만 적진으로 필마단기로 보내 싸우게 했다. 잡혀온 관창은 계백장군앞에서 비굴함이 없이 죽기를 무릅쓰고 공격하니 목을 참하여 신라진영으로 보냈다. 이에 신라군이 격분해 총공격을 하여 백제군을 격파했다. 마침내 신라는 그 여세로 고구려도 격파하여 668년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하였던 역사가 있다.

현대의 화랑이라고 일컫는 육군사관생도들의 문무겸전(文武兼全)의 도장 화랑대를 후방 안동으로 옮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잘못이다. 공사는 전투기와 수송기 등 공군전력을 적의 미사일 사정거리로부터 초기 기습도발에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이전한 것이다. 결코 지방경제 활성화나 공공기관의 분산을 목적으로 지방이전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상식이다.

그리고 국방대학교도 유사시 안정적인 전략전술과 군사정책의 연구보장을 위해 이전한 것이다. 이재명 후보가 “안동의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정도의 이전 필요성 설명은 국가지도자로서 황당무계한 무지의 발상이다. 1980년대 육사발전계획에서 통일 후 육사이전 부지는 대한민국의 중심인 개성(開城)이 고려되어 있다. 이처럼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가장 최선봉에서 달성해야 할 군의 중추인 육사를 안동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북한에게 패배주의적 시그널을 보내는 것으로서 부적절하다. 

결론적으로, 이재명 후보는 군(軍)에 대해 헌법 제7조 “②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를 유념하여 선거기간 중 일체의 군의 정치적 중립을 흔드는 언행을 자제하라. 육사 이전을 일개 정부기관 이전 정도로 생각하는 발상자체가 문제라는 점에서 재고를 권고한다.

육사는 정치적 인기몰이의 이용대상이 아닌 자유민주국가의 정치적 중립의 상징이며, ‘정권 차원’이 아닌 ‘국가의 존망과 자유민주주의 체제수호’를 함의하는 국가안보전문 교육기관으로 ‘중립성’과 ‘계속성’ 그리고 ‘전문성’을 담보하는 국가안보의 중추기관이다.

이재명 후보의 육사이전 공약은 육사출신 예비역들의 거대한 저항에 부딪치는 정치적 악수가 되기 전에 백지화하는 것이 사회적 혼란을 막는 길이다. 그리고 최근 태동되고 있는 육사출신 예비역단체의 ‘육사이전 백지화 특별 대책위원회(TF)’ 설치 움직임을 주목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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