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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올림픽 보다가 분통터지게 될 줄 몰랐었나?

해외여론 무시하고 편파판정 거듭하는 건 내부에 원인이 있다

  • 기사입력 2022.02.09 12:07
  • 기자명 장경순 대기자
▲ [연합뉴스]

지금 베이징에서 진행 중인 동계올림픽의 편파판정에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냉정한 한 마디를 할 수밖에 없다.

“괜히 이런 올림픽 보다가 분통 터지는 일이 없을 줄 알았나?”

국내스포츠는 이 계절에 인기가 크게 높아진 여자배구도 있고 심야에는 해외프로축구에서 맹활약하는 우리 선수들 모습도 볼 수 있다. 또 10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확정한 국가대표 축구팀도 갈수록 팀 체제가 막강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저것 볼 것 많은 이 계절에 격분할 일만 가득할 것이 확실했던 베이징 올림픽을 꼭 봐야만 할 이유도 없었다.

2002년 미국의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때 한국인들의 격분을 사는 안톤 오노의 금메달 도둑질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의 배경으로는 미국이 9.11 테러의 충격을 벗어나는 계기로 올림픽 애국주의를 조장한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 이런 분석이 한국인들을 더욱 격분시켰다. 왜냐하면 한국은 미국이 9.11 테러를 응징하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파병했으며 베트남 전쟁에는 전투부대까지 보내 5000 명의 전사자를 낸 혈맹 중의 혈맹인데, 이런 나라가 올림픽에서 응징의 대상처럼 취급됐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이는 그해 겨울 미군장갑차 사고로 숨진 여학생들 추모시위가 더욱 거세진 이유 가운데로 해석되고 있다.

금메달 하나로 인해 벌어진 일이 이와 같은데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아예 차원이 다르다. 그냥 올림픽 와서 출전만 하고 성적은 내지 말라는 식의 판정이 끝없이 이어진다. 한국뿐만 아니다. 출전종목마다 세계적인 상위랭커들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사라진다는 비난은 여러 나라 언론을 통해 쏟아지고 있다. 가뜩이나 미국 등 국가들이 정치 외교적 보이콧을 하는 이번 대회다.

여기서 잠시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돌아볼 것이 있다. 올림픽에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금메달을 마구 몰아가진들 세월이 지나면 별 것 아니라는 점이다.

억울하게 금메달을 빼앗기거나 세계의 손가락질 속에서도 ‘국뽕’의 기질로 메달을 빼앗아오거나 1년만 지나도 사람들 뇌리 속에는 거의 남지도 않는다. 2년마다 하계, 동계올림픽을 보는 모든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런 진리를 세계 1, 2위를 다투는 강대국 중국의 위정자들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이들은 올림픽을 지금 이렇게 추한 모습으로 치르고 있다.

외부에서 보기에 잘못된 게 뻔한 데도 억지를 지속할 때는 그만한 내부적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과정이야 어찌됐든 많은 금메달로 자기나라 국기가 올라가고 국가가 연주되는 장면이 필요하다.

자국 국민들은 그 장면에 열광하겠지만 아직 채널을 돌리지 않은 다른 나라 사람들은 중국에 대해 좀체 씻어 내리기 힘든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된다. 제일 당혹스러운 것은 보편적 기준을 잃지 않고 있는 중국인들이다.

만약 정권이 해외 이미지 따위는 지금 따질 겨를이 아니고 내부 결속만 중요하다고 본다면 올림픽같이 효과가 큰 행사에서 무엇이든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앞으로 30년 동안 부정적 국가 이미지가 생겨나고 외국에서 친중세력들이 점차 소멸된다 하더라도 내부만 따지는 정권은 이런 것을 돌아볼 겨를이 없다.

중국이 2018년 개헌을 통해 시진핑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철폐한 것을 두고 대단한 정치적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란 얘기가 있지만, 이번 올림픽을 봐서는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2018년 개헌 당시 한 전문가는 이에 대해 시진핑 정권의 안정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고 해석했다. 자전거 바퀴가 멈추면 안되는 이치처럼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내서 지지세력을 결집시키는 시도라고 그는 밝혔다.

시진핑 주석 집권 후 이전의 집권세력과의 갈등은 늘 분석가들의 관심사였다. 주요 행사 때마다 장쩌민, 후진타오 전 주석이 어떻게 모습을 드러내느냐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이 나왔다.

이유야 어떻든 내부 사정이 복잡해서 올림픽까지 이렇게 치를 정도면 당분간은 중국과 상식에 기초한 우호증진은 쉽지 않은 일이다.

중국은 학문적 검증을 마친 인류 역사에서 5000년 동안 국체를 계속 이어온 유일한 국가다. 철학이나 문물 등 선린우호를 통해 배울 것이 많았고 본연의 ‘대인풍’을 되찾는다면 언제든 그런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 분명한 나라다. 하지만 그런 유익한 외교는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설 때 가능한 것이다. 아무리 수 천 년 동안 훌륭한 친구였다 해도 지금은 너무나 자신들의 사정이 복잡해 전혀 우정을 나눌 형편이 못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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