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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지휘, 군 통수권자 중심의 통제형에서 벗어나 임무형 지휘체계로 가야"

  • 기사입력 2022.04.09 11:58
  • 기자명 김영교 예비역 준장
▲ 김영교 예비역 육군준장, 공학박사  

헌팅턴의 "군과 국가"에서 민군관계의 유형에는 몇 개의 분류가 있다. 그 중 최하위의 분류가 "군부 통치형모델 (Praetorianism)"이다. "프레토리아니즘은 군인을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하고 반응하게 함으로써 군대로 하여금 전투력을 배양하지 못하게 하거나, 전쟁을 못하는 정치군인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와 같은 민군관계는 군사쿠데타가 빈번히 일어났었던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의 개발도상국에서 볼 수 있는 모델이다. 그러나 경제대국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의 문턱에 있는 우리에게는 이것이 아직도 현실인가?

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군 통수권자로서의 어떠한 지휘형태를 가져야 하는지 살펴 보자. 군의 지휘형태는 크게 임무형 지휘와 통제형 지휘 두가지 유형으로 나눌수 있다. 이것은 전시에 주로 적용되나 평시에도 다를 바가 없다. 임무형 지휘는 불확실한 전장상황에서 지휘관에게 수단을 위임하고 행동의 자율권을 부여함으로써 자유롭고 창의적인 행동을 보장하는 지휘철학사상을 일컫는다. 이와 대비해 통제형 지휘는 주로 사회주의국가에서 운용되는 지휘개념으로 세세한 사항을 지시하거나 구속하는 지휘개념이다.

걸프전과 최근 진행되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 또한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례를 통해 더 구체적으로 살펴 보자. 1970년대 미군이 월남전 패망이후 가장 큰 전쟁을 치런 것이 걸프전이다. 1990년 8월의 걸프전은 쿠웨이트를 점령한 이라크군에 대한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과의 전쟁이었다. 당시 미 대통령인 죠지 부시는 "쿠웨이트에서 이라크군을 축출하라"는 미션을 주었다. 우리가 TV에서 보고 전장상황실에서 실시간 중계되어 알려진 것은 거구의 미 중부사령관 슈워츠코프 대장이 전황을 브리핑하는 모습이 거의 전부였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보이지 않았다. 현지에서 임무수행에 필요한 기갑사단 등의 병력이나 물자를 요구한 대로 전개시켜 준 것이 전부였다. 전쟁 당시에는 세계 4위의 생화학무기로 무장한 이라크군을 격멸하는데 미군이 만명 단위의 시체주머니를 준비했다는 것에서 전장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오직 통합군 사령관 슈워츠코프 대장에게 전권을 위임하여 39일간의 항공작전, 100시간의 지상작전으로 임무를 달성했다. 이것이 바로 임무형 지휘의 한 사례이다

반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의 푸틴은 1999년부터 대통령, 총리, 대통령직을 연임하는 파쇼 독재자와 같은 인물이다. 20여년 이상을 통치한 대통령으로서 군에 대한 영향력은 지대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비무장, 돈바스 지역 내 러시아인 보호, 우크라이나의 NATO, EU 가입 저지 및 중립 유지"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2~3일 안에 수도 키이우를 점령할 것으로 판단하고 2월 24일 군사작전을 선언했다. 이후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전역에 미사일을 발사했고, 북부 키이우, 동남부 돈바스 및 크림반도 등을 통해 전 전선에서 지상작전을 실시하고 있으나 최초의 목표는 실패하고 전 전선에서 전면전을 하는 형태가 되었다.

특히, 전쟁중에 러시아는 총사령관이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보이지 않았다. 푸틴대통령이 직접 전황을 보고받고 지시하는 형태이며 제49 연합군사령관 레잔체프 중장 등 7명이 전사했고, 8명 이상의 장군과 FSB 국장과 부국장이 경질되는 판국이다. 바로 이러한 푸틴대통령의 지휘개념이 통제형 지휘이다. 러시아군의 총사령관은 보이지 않고 오직 분노하는 푸틴만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면 우리의 안보현실은 어떤가. 정권이 교체될 때 마다 군인들이 학연, 지연, 출신 등으로 정치권에 메이는 모습이 헌팅턴의 민군관계의 유형 분류에서 최하위의 프레토리아니즘을 상기케 한다. 정치에 관심을 갖게하여 전투력이 아닌 전쟁을 못하게 하는 정치군인을 배양하지 않았던가? 조만간 합참과 연합사간 한미연합훈련이 있다. 한민연합훈련은 2018년 이후 실기동 훈련은 생략됐고 컴퓨터에 의한 지휘소 위주의 훈련만 되고 말았다. 북한이 그토록 요구하고 외치던 한미연합훈련의 중요한 부분이 중단됨과 유사하다. 또 항간에는 공격훈련은 하지말고 방어훈련만 하려는 해프닝도 있다고 한다. 최근 우리의 정치상황에서 안보, 안보의 중요성을 연일 외치면서 "합참 사무실은 손도 대지말라"가 전부였다. 군의 총사령관격인 국방부장관이나 합참의장은 보이지 않고 있다. 어쩌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의 지휘체계와 유사함도 느낀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손자 오기열전(孫子吳起列傳)에 '장수가 군을 지휘할 때는 왕의 명령이라도 받들지 못할 수가 있다.'(將在軍 君命有所不受),라고 했다. 손무가 궁려들을 단시간에 훈련시켜 군율(軍律)을 세운 일화에서 유래되었다. 오왕 합려는 손무를 상장(上將)으로 삼은 뒤 군사(軍師)로 예우하고, 오군의 지휘체계와 훈련기강을 정비토록 하였다. 열악했던 오나라는 인접한 대국인 초, 제, 진, 월나라의 위협을 제거하고 세상을 평정하게 되었다. 이는 장수의 입장보다 장수에게 권한을 위임하여 군을 잘 훈련시키고 지휘통제하도록 한 임금, 군 통수권자의 임무형지휘에서 오는 아량과 포용력이 더 빚나는 것이다.

곧 출범할 윤석열 정부에서는 선진민주국가들의 효율적인 군 지휘로 군은 오직 "국가 안전"라는 군 본연의 기능만을 수행하고, 군인들도 직업주의 윤리의식에 따라 오직 전장에서 이길 수 있는 강군 육성만을 생각하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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