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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반도의 기마민족 역사 이야기

[연재41회]

  • 기사입력 2022.04.16 01:01
  • 기자명 김석동
▲ 필자 김석동

발칸반도는 14세기 중엽~15세기 중엽 이후 근세에 이르기까지 기마군단 오스만 제국의 영역이었다. 필자는 발칸 동부의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그리고 남부 그리스 남동쪽의 터키 영역 등을 여행했으며 동부의 루마니아, 불가리아도 탐방할 예정이다. 발칸반도는 유럽 대륙의 남쪽, 지중해 동부에 위치하여 유럽·아시아를 연결하는 요충지이다. 이 반도는 도나우강, 사바강, 흑해, 에게해, 지중해, 아드리아해 등으로 둘러싸인 산악이 많은 지역으로 동서 1300 km, 남북 1000 km, 면적은 50만 5000 km2에 약 5700만 명이 살고 있다. 자연환경이 어려운 만큼 지역들이 고립되고 민족적인 전통과 정서도 강한 곳이다. 유사 이래 수많은 세력이 쟁패하던 땅이었지만 지금은 루마니아, 불가리아, 세르비아, 마케도니아, 그리스,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 비나, 몬테니그로, 알바니아 등의 국가가 자리 잡고 있다. 남동쪽 끝 부분이 터키 영토로, 면적이 23,764 km2(우리나라 전라남도와 경상남도를 합한 면적 정도), 인구 1062만 명으로 터키 전체의 면적 3%, 인구의 14%가 사는 작은 지역이지만 터키 전체 GDP의 50%가 넘는 곳이다.

▲ 발칸반도 지도 

발칸 지역에는 선사 시대부터 일리리안족을 비롯한 여러 민족이 옮겨와 정착했으나, 그리스 시대에 와서야 국가들이 성립되었고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발칸반도 대부분의 영역을 지배했다. 알렉산드로스 사후 기원전 3세기에는 로마가 점령하였고 이후 오랫동안 동로마 제국의 땅이었다. 한편 4세기 후반 아시아 기마군단 훈족이 서방으로 침공해오자 이 지역 슬라브인들이 다수 발칸반도로 이주해왔다. 5~9세기 경에는 아시아계 유목민 아바르족이 중앙유럽과 동유럽에서 활약하면서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했고 돌궐 시대에는 일부 서돌궐 세력이 발칸 지역까지 진출했던 것으로 추정되며 13세기에는 몽골의 타타르족이 점령하기도 했다. 이후 14~15세기부터 오스만 제국이 약 400년간 발 칸반도를 지배하였고 19세기에 와서 오스만 제국이 러시아에 패퇴하면서 그리스, 세르비아 등의 독립국가가 성립되었다. 이렇게 유럽의 땅인 발칸반도에서도 오랫동안 아시아 기마유목민족의 역사가 전개되었다. 근세에 들어서도 발칸 지역은 열강이 쟁패하는 지역이었다. 1912년 1차 발칸 전쟁에서는 오스만 제국이 불가리아, 세르비아, 그리스 등 발칸동맹국에 패해 유럽 영토를 잃었다. 그리고 이 땅의 분할을 두고 1913년 제2차 발칸 전쟁이 일어나 불가리아가 세르비아, 그리스, 루마니아 동맹군에 패했다. 이후 1914년 6월 세르비아의 사라예보에서 일어났던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처 암살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제1차 세 계대전이 시작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발칸반도에는 유고슬라비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알바니아 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탄생하였고 그 중 유고슬라비아가 20세기 말에 벌어진 발칸 사태의 진원지이다. 유고슬라비아는 6~7세기에 남슬라브족이 세운 국가로 1878년 오스만 제국에서 독립했다가 오스트리아-헝가리 왕국의 지배를 거쳐 1945년 공산당 주도로 사회주의 유고연방공화국을 수립했다. ‘요시프 티토 Josip Broz Tito(1892~1980년)’가 강력한 지도력으로 통치했다. 특히, 인도의 네루, 이집트의 나세르와 함께 미·소의 냉전 시대에 제3세계라는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하면서 그 능력을 세계에 떨쳤다. 그러나 1980년 티토 사후 종교·민족간 갈등이 표면화되고 소련·동구권 붕괴를 거치면서 유고는 1991~2006년 동안 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보스니아·마케도니아·세 르비아·몬테네그로의 6개 국가로 분열되었다.

▲ 터키 역사 교과서의 18세기 오스만 제국 영역

발칸 국가들은 종교와 인종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는 ‘가톨릭 국가’, 세르비아-몬테네그로-루마니아-불가리아-마 케도니아는 ‘정교 국가’, 알바니아는 ‘이슬람 국가’, 보스니아는 ‘가톨릭-정교-이슬람 공존 국가’이다. 이렇게 다원화된 것은 395년 로마가 동·서로 분리될 당시 발칸반도가 그 경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서부는 ‘서로마의 가톨릭’, 동부는 ‘동로마의 정교’ 영향권에 들게 되었고 두 세력의 완충 지대에 있는 보스니아는 후에 오스만 제국의 영향을 받아 여러 종교가 공존하게 되었다. 한편, 민족적으로도 슬라브인, 그리스인 외 슬로베니아인, 크로아티아인, 세르비아인 등 많은 소수민족이 혼재되어 있다. 이런 연고로 발칸은 기독교-정교-이슬람 문명이 부딪치는 ‘문명 충돌의 화약고’라고 불린다. 특히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세르비아 등 은 민족과 종교가 얽혀 갈등의 진앙이 되고 있다.

유고연방의 분리와 해체 과정에서 1991년 6월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가 독립을 선언하자 ‘슬로베니아 내전’, ‘크로아티아 내전’이 이어졌다. 이후 보스니아도 연방 탈퇴를 선언하면서 처참한 ‘보스니아 내전’ 이 전개되었다. 유고연방의 맹주를 자처하던 세르비아는 연방 해체를 막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하여 보스니아에 침공했고 보스니아의 세르비아계 반군이 무장투쟁에 참여하면서 크로아티아까지 개입하게 되었다. 1992년 4월부터 1995년 12월까지 3년 8개월에 걸친 전쟁에서 11만 명이 대학살 등으로 사망하고 220만 명의 난민을 발생시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치명적인 전쟁으로 기록되었다. 발칸 사태는 ‘데이턴 협정’ 으로 마무리되고 유고연방은 해체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  

한편 1998년에는 ‘정교·슬라브계 국가’인 세르비아에서 인구 200만 명 중 이슬람·알바니아계가 80%를 차지하는 코소보 자치주가 분리 독립을 요구했다. 코소보는 약 500년간 오스만 제국이 지배했으나 이후 세 르비아가 합병한 지역이다. 세르비아가 반군 및 알바니아계 주민을 대량 학살하는 잔혹한 인종 청소를 자행한 ‘코소보 내전’이 발발하자 NATO가 무력 개입하여 밀로셰비치가 통치하는 세르비아에 대한 공습을 감행하고, 세르비아가 굴복하여 사태가 마무리되었다.

▲ 슬로베니아의 블레드섬 

발칸반도는 아름다운 해안선과 자연환경을 볼 수 있지만 도시 곳곳에 남은 포탄과 총탄의 흔적, 수많은 묘지는 아픈 역사를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한반도와 역사적·정치적·지리적으로 공통분모가 있다. 두 지 역은 유라시아 기마유목민이 활약했었던 광활한 유라시아 대초원이 끝나는 동부와 서부 양단의 지역이며 또 근세사에서 강대국들의 국제적인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세계의 화약고’이다. 발칸반도는 오스트리아·오스만 제국·러시아·독일·영국·프랑스 등의 이해관계가 얽혀 제 1·2차 세계대전을 겪고 민족과 종교가 뒤섞인 국가가 형성되었다. 유사하게 한반도는 일본·청나라·러시아·미국 등이 각축하는 무대였고 제 2차 세계대전 후 분단국가라는 멍에를 지게 되었다. 그리고 각각 20세기에 가장 참혹한 내전을 겪었으며 지금도 분쟁 지역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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