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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 부리다 결국 유명무실하게 된 검수완박법

  • 기사입력 2022.08.13 00:54
  • 기자명 김승동 대표기자
▲ 김승동 대표기자/정치학 박사  

"약은 고양이 밤눈 어둡다"는 속담과 "장군에 멍군이요"가 이런 일을 두고 하는 말인거 같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가 다들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힘으로 밀어부쳤던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관련 법이 하루 아침에 허수아비와 종이 호랑이 꼴이 됐기 때문이다.    

이는 법무부가 11일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을 입법했기 때문이다. 이 시행령 개정안의 핵심은 검수완박법 시행 후에도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2대 범죄의 범위를 대폭 확대한 것이다. 지난 4월 민주당의 독주로 국회를 통과한 검수완박 법안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개이던 검사의 수사 범위를 2개로 줄여 '부패·경제범죄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로 정해 검찰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대못을 군데군데 철저히 박아둔 상태였다.

그러나 여야 협상을 거치면서 본회의에는 부패·경제 범죄 ‘등’으로 바뀐 법안이 올라가면서 허점을 안고 있었는데 한동훈 법무부가 이 법안의 허점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뒤집기에 성공한 것이다. 해당 조문에‘ ~ 중’이 아니라 '∼ 등'의 표현이 사용됐다는 점을 파고 들어가 부패·경제범죄는 예시일 뿐이며 중요범죄의 구체적 범위를 설정할 재량권은 정부에 위임된 것이라고 유권해석하면서 검수완박법을 꼼짝 못하도록 포박(捕縛)한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원래 공직자 범죄로 돼 있던 직무 유기, 직권 남용, 허위 공문서 작성 등과 선거 범죄에 속하던 정치자금법 위반, 선거 매수 등을 부패 범죄로 포함시켰다. 또 마약류 유통 관련 범죄, 서민 상대 폭력조직·기업형 조폭·보이스피싱 등은 경제범죄에 편입했고, 무고·위증죄와 같이 사법 질서를 저해하는 범죄는 중요범죄로 분류했다. 법무부의 이 같은 내용의 시행령으로 4월 한 달간 야단법석(野壇法席)을 떨며 국회를 통과했던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소위 검수완박 관련 법안은  사실상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 이것은 민심을 외면하는 검수완박법 통과 후 쾌재(快哉)를 부르던 170명의 민주당 의원들을 소위 한큐에 다 바보로 만들었다. 콜롬부스의 달걀이고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와 버금가는 업적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시행령 개정 이유로 다음달 9월 10일 검수완박법 시행에 따른 범죄 대응의 공백을 막고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확장 해석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법 문언의 해석을 넘어서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사실 법률가가 아니어도 상식있는 사람이나 국어학자가 해당 조문을 자구적으로 해석하더라도 한 장관 주장의 흠결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한동훈 장관이 또 한껏 한 것이다. 역시 한동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용장 밑에 약졸이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은 즉시 발끈했다. "국회와의 전면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법률이 시행령에 범죄 범위 설정을 위임하기는 했지만, '검찰의 수사 총량 축소'라는 국회의 입법 취지를 무시하고 검찰의 수사 영역을 사실상 복원한 것은 대의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시행령 정치' '시행령 쿠데타' '법 기술자들의 꼼수'라는 등의 격한 표현도 민주당내에서 동원되고 있다. 늦게라도 자기네들의 오만과 무능을 탓하는 자성의 소리는 안들리는 것 같다.    

사실 어떻게 보면, 윤석열 법무부가 하위규정인 시행령을 통해 우회한 ‘꼼수’로도 보이나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민주당 역시 이 법안 처리를 위해 '위장 탈당'이라는 더 비열하고 편법을 넘어 불법으로도 여겨지는 ‘꼼수’를 먼저 썼기 때문에 입은 있어도 말을 해선 안 된다. 따라서 민주당은 ‘꼼수’ ‘시행령 정치’ 등 정치적, 감정적 단어로 더 이상 억지 부리지 말고 이번 시행령의 어느 부분이 해당 법률의 위임에서 벗어난 것인지 구체적으로 적시해야 주장의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더 이상 ‘아전인수격’ 해석이나 ‘내로남불’ 주장을 해서는 안된다. 

이번 시행령 입법예고를 둘러싸고 곧 국회에서 격랑이 일 것이나 윤석열 법무부는 국민만 믿고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또한 어쨌든 검찰 수사권 기능을 회복한 만큼 이제 모든 역량을 모아 국민들이 원하는 권력형 부정 부패와 대형 경제사범을 하루빨리 척결하고, 일부 우려되고 있는 ‘검찰공화국’이 되지 않도록 검찰권력을 남용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깨어있는 국민들은 다 안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의도는 수사를 저지하는 것이라고. 그 처럼 법까지 만들어 가면서 까지 범죄 수사를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속내는 뭘까? 누구를 보호하려는 것일까? 과연 그게 성공할까? 한 여름 불면의 밤을 보내는 사람들이 아주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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