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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바위에 새겨진 옛 사람의 그림 ’암각화‘

  • 기사입력 2018.08.17 12:50
  • 기자명 정진해 문화재전문위원


문화재 : 경주 석장동 암각화 (慶州 錫杖洞 岩刻畵) 경북기념물 제98호
경북 경주시 석장동 산38-1번지
문화재 : 울주 천전리 각석 (蔚州 川前里 刻石) 국보 제147호
울산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 산210-2
문화재 :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蔚州 大谷里 盤龜臺 岩刻畵) 국보 제285호
울산 울주군 언양읍 반구대안길 285 (대곡리 991번지)



기억조차 할 수 없는 옛사람의 흔적에서 혼을 만난다는 기대감에 ‘석장동암각화(경북기념물 제98호)’를 찾았다. 깎아지른 수직 절벽 윗부분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을 금장대라고 부른다. 형산강 지류의 두 하천이 만나는 북쪽의 바위벽에 해당되는 곳이다. 수직 암벽에 얼굴 암각과 둘레에 방사상 단선을 돌려 새긴 삼각형 모양의 얼굴 암각 등이 새겨져 있다. 그림이 새겨진 암면은 남향과 동향으로 나뉘어져 있다. 남향한 암면에 대부분의 그림이 새겨져 있으며 동향한 암면에는 그림 숫자도 적고 현재 남아 있는 것도 풍화가 심하여 형태를 식별하기 어렵다. 남향의 암면은 왼쪽으로 가면서 몇 차례 꺾어지며, 꺾어진 암면마다 각각 그림들이 새겨져 있다. 이들 암면들은 모두 매끈한 수직면을 이루고 있으며, 부분적으로는 다듬은 흔적이 보인다. 다양한 그림들이 암면 가득히 새겨져 있다.

▲ 석장동 암각화


전체의 길이는 약 3m이며 높이는 1.6m이다. 남쪽 암면에 새겨진 그림은 얼굴 그림, 사람 발자국, 동물 발자국, 배 모양, 동물 등이다. 사람 얼굴에는 주변에 머리카락 같은 짧은 선이 없는 얼굴과, 전체 형태가 긴 삼각형으로 삼각형의 상부에 머리카락 같은 짧은 선을 돌리고 내부를 횡선으로 구분하여 원형 홈을 파 넣은 형태의 두 가지가 있다. 긴 삼각형 얼굴은 현재 석장동에서만 발견되고 있으며, 암면 최상단에 한 줄로 늘어서 있다. 사람 얼굴 외에 흥미 있는 것으로는 사람의 발자국을 새긴 것이다. 암면 전체에 세 개의 발자국이 있으며, 모두 상단의 얼굴 그림 바로 밑으로 역시 가로 한 줄로 늘어선 듯하다. 셋 다 오른발을 새겼다.

▲ 석장동 암각화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으로 표현된 그림은 창과 검, 발자국, 여성기, 배, 기타 동물 등이 있는가 하면 꽃과 방패, 도토리도 새겨져 있다. 전체적으로 무엇을 상징하고 있을까? 현실과의 생각에 접목을 시켜 보았으나 그 해답은 넓은 바다에 종이배 한 척이다. 그래 넓은 생각이라면 주변에 강이 있으니 고기가 있고, 고기를 잡으려면 사람이 있어야 하므로 발자국을 남기고 사람은 고기를 잡기 위해 검과 창이 필요했었던 것이다. 고기를 잡기 위해 배를 차고 이 강을 오르내리며 노를 저었을 것이다. 잡은 고기를 먹기 위한 요리는 여자가 했었기에 여성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여성기를 새겼을 것이며, 강 주변에는 꽃도 피고 열매도 열린다는 것, 즉 고기를 잡아먹을 수 있는 과정과 강과 강변의 풍경을 그린 것이라 생각된다. 정확한 해답은 얻을 수 없었지만, 이 그림에서 옛사람의 생활상을 어렴풋이 그릴 수 있다.

▲ 천진리 암각화


경주에서 울산 천전리 각석(국보 제147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여러 번 왔다 간 곳이지만 오늘 다시 찾아 새로움을 알고 싶다. 태화강 물줄기인 내곡천 중류의 기슭 암벽에 새겨진 그림과 글씨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 언제 누가 이곳에 그림을 새기고, 글씨를 새겨 놓았을까 알고 싶다. 해설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정답은 있을 수 없고 추상적인 해석으로 받아들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새겨진 그림을 보면서 상단과 하단으로 구분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태화강의 지류인 대곡천변의 동쪽으로 뻗어 내린 구릉의 끝자락에 있는 바위로, 앞면은 정면으로 15도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다. 대곡천 건너편에는 공룡발자국화석(울산광역시 문화재 자료 제6호)이 약 1,750㎡의 면적에 걸쳐서 발견되었으며, 반구대 암각화가 새겨진 위쪽 구릉에는 기와를 비롯해서 삼국시대 이래의 유물들이 채집되었다. 각석은 암질은 적색 셰일이고 너비 9.5m, 높이 2.7m의 크기로, 내용상 선사시대 점각 기하학적 문양(點刻幾何學的文樣)과 각종 동물상이 새겨진 상부와, 삼국 및 통일신라시대 선각화(線刻?)와 명문이 있는 하부로 나눌 수 있는 데, 바위그림의 상부의 문양은 주로 쪼기〔彫琢〕기법을 썼으며 하부는 긋기〔線刻〕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것은 제작시대 및 제작 집단이 달랐음을 뜻한다.

▲ 천진리 암각화


상단에는 청동기시대에 그림을 새겼다는 추측과 하단에는 통일신라시대에 선각을 한 그림과 글씨가 새겨져 있다. 기하학무늬, 인물상, 동물상이 새겨져 있다. 기하학무늬인 마름모무늬, 둥근 무늬, 우렁이무늬, 물결무늬, 가지무늬 등 다양하게 서로 연결이 되는가 하면 독립으로 새겨진 것도 보인다. 또한 사슴, 호랑이, 두 마리의 동물이 서로 마주보는 그림도 있다. 이들 기하학적 문양은 대개 직선보다 곡선이 많고 상징성을 띠는 것이 많아 명확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가장 많이 새겨진 것은 마름모꼴무늬로 홑무늬·겹무늬 외에 연속문이 있다. 연속문에는 가로·세로로 겹친 것과 한 무늬 내부에 같은 무늬가 두 겹·세 겹 반복되거나 점이나 빗금이 있는 것도 있다. 굽은 무늬에는 가로 굽은 무늬와 세로 굽은 무늬가 있다. 원시문양에서 이들은 각기 물결과 뱀을 상징한다. 상부 오른쪽 끝의 열매를 꿴 화살모양의 무늬는 암수의 결합을 의미하는 문양으로 해석되기도 하나 확실하지는 않다. 상부의 이와 같은 문양들은 본질적으로 신석기시대 무늬 토기의 기하학문양과 연결된다. 표현이 단순, 소박하면서도 명쾌한 무늬 토기 문양양식을 이어받아 청동기시대에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적인 그림에는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생각해 보지만 해설사의 의견과 나의 생각은 달랐다. 경주 석장동암각화는 강에서 배를 타고 고기를 잡는데서 처리과정을 그린 그림이라고 생각했었고, 이곳 암각화는 산과 들에서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그려 놓은 것이라고 생각해 보았다. 마름모무늬는 산과 들, 둥근 무늬는 물이 모여 있는 저수지 또는 호수, 물결무늬는 물이 흘려가는 개천, 가지무늬는 들과 산의 나무, 동물과 인물상은 사람이 동물을 기르고 농사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으로 본다. 하단에는 신라시대의 선각그림과 명문이 새겨져 있고 기마행렬도, 동물, 용, 배 등을 그렸다. 경주 남산의 큰 바위에 새겨진 선각불상에서 보듯이 신라인들은 선으로 그림을 그려왔었다. 800여자나 되는 글은 왕과 왕비가 이곳에 다녀간 것을 기념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이곳은 산이 높고 계곡이 깊으며 많은 물이 흘러내리는 경관이 수려한 곳이어서 왕과 왕비는 기마병을 이끌고 경주에서 가까운 이곳에 산수를 즐기러 행차하였던 것으로 본다.

▲ 반구대 암각화


계곡을 따라 산길을 걸어 대곡리 반구대암각화로 향했다. 깊은 계곡을 내려다보며 산허리를 걸었다. 아름다운 봄을 찬미하는 야생화의 꽃 잔치가 벌어졌다. 문충공 정몽주 선생이 언양의 요도에 귀양살이를 할 때 경치가 수려한 반구대에 즐겨 찾았다고 하는 대곡리 마을에는 반계서원이 자리하고 있다. 깊은 계곡 넘어 높은 언덕 위에는 고종 8년에 서원 철폐령에 따라 문을 닫게 되자 유생들이 이를 만세에 기념하기 위하여 고종 광무 4년에 정몽주, 이언적, 정구 선생을 추모하는 유허비와 비각을 세웠다.

▲ 반구대 암각화


이 마을 끝자락에는 사연댐이 자리하고 있고, 댐의 위쪽 ‘ㄱ’자 모양으로 꺾인 절벽암반에 육지동물인 호랑이·멧돼지·사슴 등, 바다고기는 고래의 모습이 그려져 있으며, 고기를 잡는 어부의 모습도 그려져 있다고 한다. ‘울주 대곡리 반구대암각화는 국보 제285호로 지정되어 있는 문화재이다. 망원경을 통해 암각화를 확인하려 하였으나 보이질 않았다. 확인할 수 있도록 별도의 그림을 마련하여 볼 수 있도록 하였다. 해설을 통해 암각화에 새겨진 다양한 그림에 대해 그 위치와 각 그림에 대한 상징성을 들었다. 선사인들 자신의 바람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커다란 바위 등 성스러운 장소에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정말 성스러운 장소라고 생각하여 그림을 그렸을까? 해설은 추상으로 끝을 맺었다. 특히 바다의 동물은 고래와 거북이를 보여주고 있고, 배를 타고 고래를 잡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곳의 그림은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바다와 육지에서 사는 동물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3곳에 남겨진 옛 사람이 그려놓은 그림을 보면서 비교가 되었다. 석장동 암각화는 강에서 고기를 잡는 어로행위로 보았고, 천진리 각석은 물의 흐름과 들과 산을 주제로 한 농사와 관련된 그림이며, 반구대 암각화는 육지의 동물과 바다의 동물을 표현하였으며, 특히 울산은 오랜 세월동안 고래가 회유하는 곳이어서 옛 사람들은 그 모습을 이곳에 그림으로 표현했던 것으로 본다. 이 그림의 하나하나에 신앙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며, 나처럼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것을 연구하는 사람은 나름대로 현실 감각으로 접목시켜 해석을 내릴 것이다. 아무튼 3곳이 갖는 그림은 각기 다른 주제의 그림임에는 틀림이 없고, 하나 같이 자연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표현하였다는데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옛 사람들이 남겨 놓은 그림 하나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의미는 역사적으로나 고고학적 또는 미술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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