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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경찰제, 혼선 없도록 면밀히 준비해야

  • 기사입력 2018.11.16 09:52
  • 기자명 발행인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자치경찰제 특별위원회가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을 내놨다. 이 방안에 따르면 각 시·도에는 현재 지방경찰청에 대응하는 자치경찰본부가, 시·군·구에는 경찰서에 대응하는 자치경찰대(단)가 신설된다. 기존 지방경찰청과 경찰서에서 맡고 있던 생활안전과 여성·청소년, 교통, 지역 경비 등 주민밀착형 사무는 각각 자치경찰본부와 자치경찰대(단)로 이관된다. 또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교통사고, 음주운전, 공무수행 방해 같은 민생치안 사건 수사권도 넘어간다.

기존 지구대·파출소 조직은 모두 자치경찰로 이관된다. 다만 국가경찰이 긴급하거나 중대한 사건·사고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지역순찰대' 인력과 거점시설은 그대로 남는다. 국가경찰은 정보·보안·외사·경비 등 업무와 광역범죄·국익범죄·일반 형사 사건 수사, 민생치안 사무 중 전국적 규모의 사무를 담당하게 된다. 이에 따라 내년 서울과 제주, 세종 등 5개 시범지역에서 7천∼8천명, 자치경찰사무 중 약 50%가 이관되는 것을 시작으로 2021년에는 전국에서 3만∼3만5천명, 자치경찰사무 약 70∼80%가 이관된다. 시범지역 중 나머지 2곳은 공모를 거쳐 광역시 1곳, 도 단위 1곳이 선정된다. 자치경찰에 모든 사무와 인력이 이관되는 2022년에는 현재 경찰 인력 중 36%인 4만3천명이 자치경찰로 전환된다.

1948년 정부수립 당시부터 지속적으로 논의돼 온 자치경찰제는 경찰공무원의 생활안전, 교통, 지역범죄 등 주민 밀착 서비스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국가가 아닌 자치단체장에게 부여하는 제도다. 세부적인 형태는 차이가 있지만 미국, 유럽 일부 등 주요 선진국에선 이미 시행중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유일하게 지난 2006년 7월 자치경찰제를 도입했지만 아직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자치경찰제 도입은 지방분권에 발맞춰 보다 안전하고 질 높은 맞춤형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럼에도 일선 경찰 등 현장에서는 여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선 수사 주체가 국가 경찰과 자치 경찰로 나뉘게 되면 효율적인 수사 체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제까지는 경찰청이 지방청을 진두지휘했기 때문에 사건 규모 및 성격에 따라 '관리'가 가능했다면, 자치 경찰 도입 이후에는 관리·감독 체계가 상대적으로 헐거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균일한 치안 서비스가 가능할까 하는 지적도 있다. 국가경찰제에서는 모든 지역이 차별 없이 균등하게 서비스가 이루어졌지만 지자체 재정자립도에 따라 치안서비스에 편차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과 지방 권력 간 유착 가능성도 자치 경찰제의 문제 중 하나로 오르내리고 있다. 정권 눈치를 보는 것과 동시에 지방 세력과 밀착해 정치적 중립성을 방기할 수 있다는 우려다.

자치경찰제 특위는 공론화를 거쳐 이달 말까지 정부안을 확정하고 내년 상반기에 자치경찰법을 신설하는 등 관련법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의 핵심적 내용 중 하나이며 문재인 정부가 힘써 추진하는 지방분권 강화 정책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무엇보다 지역별 특성과 주민요구를 반영한 주민 친화적이고 탄력적인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큰 장점이다. 어떤 제도든 장점과 단점이 혼재할 수밖에 없다. 정작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경찰의 소속 기관 변경이 아니라 공권력이 얼마나 국민의 인권과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켜 주느냐는 것이다. 입법과정에서 충분한 여론 수렴과정을 거쳐 면밀한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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