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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 “경찰·군인·선생님 진급에 조선일보가 간섭한다니...”

각종 상(賞)을 매개로 공무원 인사에 영향력을 미치는 언론사들

  • 기사입력 2019.05.21 21:13
  • 기자명 은동기 기자

“조선일보로부터 큰 은혜를 입은 경찰이 조선일보에게 수사의 칼날을 제대로 겨눌 수가 있겠으며, 승진 권한을 틀어쥐고 있는 조선일보에게 일선 경찰들이 충성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국NGO신문] 은동기 기자 = 언론사들이 각종 상(賞)을 매개로 공무원 인사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으며, 대다수의 상이 1계급 특진을 특전으로 내세우고 있는 등의 행태가 드러났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로고

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정연우, 전미희, 한상혁. 이하 민언련)은 5월 15일 <신문 모니터>를 통해 국내 주요 언론, 방송사들이 경찰, 공무원, 교사들을 대상으로 시상하는 과정에서 진급혜택 등을 통해 인사에 개입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이 같은 유착 관행을 차단할 것을 촉구했다.

민언련에 따르면, 조선일보의 경우, 1967년부터 경찰청과 함께 ‘청룡봉사상’ 수상자를 매년 선정해 오고 있으며, 심사위원으로 조선일보 편집국장과 사회부장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까지 200명이 넘는 현직 경찰이 국방부·조선일보가 주는 상을 받았다. 수상자는 1계급 특진 혜택을 받게 된다.

민언련은 “동아일보·채널A가 주최하는 ‘영예로운 제복상’ 역시 마찬가지”라며, “경찰 인사권을 조선·동아가 나눠가진 셈”이라고 비판하고 “일개 언론사가 공무원 인사에 개입하는 것은 권언유착의 단초가 되는 후진적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월 3일자 논평 <조선·동아에서 주는 경찰 1계급 특진상, 권언유착 도구일 뿐이다>에서 민언련은 이 같은 언론과의 유착 관행을 경찰청 스스로 차단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조선일보가 경찰청 뿐 아니라, 군인과 교사를 대상으로 비슷한 시상도 하고 있고, 이를 자매사인 TV조선을 통해 ‘홍보’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조선일보

군인도 선생님도 조선일보가 평가한다?

민언련은 2010년 제정된 후, 작년까지 아홉 차례에 걸쳐 조선일보와 국방부가 현직 군인에게 시상하고 있는 ‘위국헌신상’과 관련, “위국헌신상에는 청룡봉사상처럼 명시된 특진 혜택은 없지만 모든 군인들의 직속상관인 국방부 장관 명의로 상이 나가고, 시상식에는 국방부장관이 직접 참석해 상을 수여한다”며 “군인은 진급에 사활을 거는 조직 중 하나로 특히 장성 인사를 앞두고는 군 전체가 긴장하기 때문에 이만한 상이 진급에 ‘큰 스펙’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며, 이 상은 군 진급에 간접적으로나마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또 “TV조선은 저녁종합뉴스 <마린온 순직자 등 위국헌신상 수상>(2018/11/13)에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수상자에게 상을 주는 모습을 보도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가 교육부와 함께 시상하고 있는 ‘올해의 스승상’에 대해서도 민언련은 “이 상은 현직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하며, 수상자는 연구평정점수 1.5점을 받는다”며, “평정점수는 교육공무원 승진규정에 따라 승진과 임용에 영향을 미치는데, 1.5점은 전국단위 대회에 나가 최우수 성적을 거둬야 받을 수 있는 점수이며, 직무 관련 석사학위 혹은 직무와 관련 없는 박사학위를 땄을 때도 1.5점을 받는다. 이 또한 분명한 승진 효과가 있는 상”이라고지적했다.

권언유착의 썩은 열매가 열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 자사 기자를 배석한 상태로 경찰조사를 받았다는 한겨레 보도 <단독/‘장자연 사건 피의자’ 조선일보 방상훈, 기자 배석 ‘황제조사’ 받았다>(4/2 최우리 정환봉 기자)가 나왔다. 이어서 청룡봉사상을 수상한 경찰이 장자연 사건 조사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CBS·노컷뉴스 보도 <단독/장자연 수사 관여 경찰, 조선일보 사장이 준 '특진상' 받았다>(5/2 김태헌 기자)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 민언련은 “이를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라며, “권언유착의 고리가 수십 년간 유지된 결과 공직사회가 기어이 언론의 입김을 받은 정황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하고, “조선일보로부터 큰 은혜를 입은 경찰이 조선일보에게 수사의 칼날을 제대로 겨눌 수가 있겠으며, 승진 권한을 틀어쥐고 있는 조선일보에게 일선 경찰들이 충성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상(賞)’으로 유착된 언론과 공직사회

<언론사가 공무원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시상 목록>

▲언론사가 공무원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시상 목록 ⓒ민주언론시민연합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조선일보뿐일까. 민언련은 조선일보가 가장 많아 대표사례로 언급했을 뿐, 유사한 사례는 많았다며, 지난 언론보도들을 중심으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언론사 주최 시상식들의 목록을 조사해 정리했다. 정부가 주는 상을 공영방송인 KBS나 준공영 언론인 서울신문이 심사하고 시상하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없을 수 없다.

정부는 공무원 시상식에서 언론 배제시켜야

민언련은 “이번 조사 결과, 정부가 언론사들에 생각보다 많이 ‘곁을 내주고 있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며 “국방부·교육부·행정안전부·법무부 등 정부 핵심 부처부터 경찰청·소방청 등 일선행정부처까지 고저(高低)를 가리지 않았고, 이들은 모두 언론사 후원으로 시상식을 열거나 언론사 주관 시상식에 공적 권위를 더했으며, 일개 언론사 사주나 편집국장이 수상자 선정에 깊게 관여하거나 ‘조선일보 사장상’ 처럼 전적으로 권한을 위임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언론사들은 각종 상(賞)을 매개로 공무원 인사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다. 대다수의 상이 1계급 특진을 특전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진급 특전이 명시돼있지 않더라도 국방부장관상, 교육부장관상 등 최고 수준의 공적 권위를 담은 상들이 대부분으로 수상자가 각종 인사와 선발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는 사실은 쉽게 예상된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PD저널 칼럼에서 “일개 민간 신문사의 상을 국가승진제도의 참고용이 아닌 즉각 승진제도로 시스템화 한 것 자체가 권언유착의 잔재”라고 지적한 사실을 들어 “언론사가 주관하는 시상식에 공적 권위를 모두 배제해야 하고, 정부 주관 행사에는 언론사들이 후원을 빌미로 시상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진정 국민을 위해 힘써 일한 공직자들을 치하하고자 한다면 정부 단독으로 상을 주면 될 일이고, 나아가, 언론사 문화사업의 경계 기준을 새롭게 정하고 엄격히 지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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