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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위안부 소송에서 주권면제·청구권협정·시효 등을 주장할 수 없다”

국제앰네스티, 서울중앙지법에 위안부 생존자 손해배상소송에 법률의견서 제출

  • 기사입력 2019.11.11 18:02
  • 기자명 은동기

[한국NGO신문] 은동기 기자 = 국제앰네스티는 12일 보도 자료를 통해 한국의 일본군 성 노예제 생존자들이 2016년 말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과 관련, 역사적 첫 변론기일 하루 전인 11월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률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번에 제출된 법률의견서에서 ‘집단 강간, 강제낙태, 수치, 신체 절단과 사망이나 궁극적으로 자살을 초래한 성폭력 등 잔학성과 규모 면에서 전례가 없는 20세기 최대 규모의 인신매매 사례 가운데 하나’인 일본군 성 노예제도가 당시 국제법상 노예제 및 노예무역 금지, 강제노동 금지,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 금지 위반이었으며, 반인도 범죄 및 전쟁범죄에 해당되는 중대 인권침해임을 밝혔다.

나아가 국제앰네스티는 일본군 성 노예제의 생존자들이 일반 국제법의 강행규범(jus cogens)인 국제인권법의 중대한 위반이자 국제인도법의 심각한 위반인 ‘반인도 범죄’와 ‘전쟁범죄’의 피해자이므로, 국제법상 한국 법원에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권리는 주권면제, 청구권협정, 시효 등의 절차적 이유로 제한될 수 없음을 강조하며 소송의 정당성을 옹호했다.

▲국제앰네스티가 12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법률의견서 표지 

지난 30년간 한국, 대만, 필리핀, 중국, 네덜란드의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 법원에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10건의 소를 제기했으나 모두 패소했다. 이에 한국 피해자들은 2016년 말 한국 법원에서 일본 정부를 제소하였으나 일본의 송달 거부로 올해 초까지 진행이 멈췄다. 현재는 국내 법원에서 외국 정부에 대한 제소를 막는 주권면제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작년 10월 대법원의 신일본제철 강제노동 피해자 승소 확정 판결에서도 일본 정부를 피고로 하는 소송이 가능한지는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소송의 귀추가 주목받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미 원고 중 다섯 분이 돌아가셨고, 생존자 모두가 고령이라는 사안의 시급성과 함께 한국 법정을 통해 일본군 성 노예제의 법적 성격을 규정하고 확립할 다시없는 기회라고 판단하여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는 법률의견서를 통해 국제조약과 관습법, 유엔 인권기구와 국제노동기구(ILO)의 권위 있는 해석, 국제법원과 외국 법원의 판례, 국제법 학자의 해설, 그리고 최근 대법원의 강제징용, 강제노동 판례를 비롯한 국내법원 판례와 국회에서 발의된 임시정부 건립 100주년 기념 결의안, 일제 식민지배 및 중대인권침해 진실규명 기본법안, 유엔 강제실종협약 이행법안 등을 인용했다.

이와 관련, 이경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70년이 넘도록 전 세계가 이 문제의 책임자를 재판에 회부하지 못하고, 여전히 생존자의 정의가 회복되지 못한 것은 무척이나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번 소송은 일본 정부에 책임을 물을 중요한 재판이자, 중대한 인권문제에 있어서 더 이상 ‘주권 면제’를 이유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인권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보낼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국제앰네스티가 2019년에 재 발간한 <60년이 넘도록 계속되는 기다림 : 일본군 성노예제 생존자들을 위한 정의> 보고서 표지    © 국제앰네스티

국제앰네스티는 일본군 성 노예제 생존자들이 겪고 있는 불의와 정의회복 노력에 대해 2005년 <60년이 넘도록 계속되는 기다림: 일본군 성 노예제 생존자들을 위한 정의>보고서를 발간하고 이 문제를 전 세계에 알렸다.

한국지부는 피해 생존자가 자국에서 재판을 통해 정의를 회복하고 배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내용이 담긴 14년 전 보고서의 내용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지난 8월 이 보고서를 재발간했고, 향후 관련 정부 부처 및 시민단체는 물론 대중에게 배포하며 성 노예제 생존자의 정의 회복 노력에 힘을 실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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