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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리포트] "제주 남부 서귀포시 권역 해조류 회복력 상실"

녹색연합, 제주 연안 조간대 43곳 갯녹음 조사 결과 발표

  • 기사입력 2022.04.20 15:27
  • 기자명 정성민 기자
▲ 갯녹음이 진행되고 있는 제주 신흥리[녹색연합 제공]

제주 남부 서귀포시 권역의 해조류가 갯녹음으로 회복력을 상실했다는 환경단체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에 환경단체는 서귀포시 권역을 특별관리해역으로 지정, 갯녹음 원인을 규명하고 관리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제주 연안 조간대 43곳의 갯녹음 조사 결과를 20일 공개했다. 갯녹음이란 연안 암반 지역에서 해조류가 사라지고 흰색의 석회 조류가 달라붙어 암반 지역이 흰색으로 변하는 것이다.

  

현재 정부와 기관의 갯녹음 조사는 조간대[간조(해수면이 하루 중에서 가장 낮아졌을 때) 시 노출되고 만조(해수면이 하루 중에서 가장 높아졌을 때) 잠기는 연안의 일부 지역]보다 조하대(연안의 저조선 아래 쪽으로서 항상 물에 덮여 있는 지역) 중심의 연구에 집중된다. 조간대 갯녹음 조사의 경우 물때와 기상 등 안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조하대 조사보다 까다롭고 인력이 많이 투입된다.

이에 녹색연합은 제주 연안 조간대 갯녹음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2021년 9월부터 10월까지 제주 연안 조간대 전체(97개 해안마을, 200개 정점)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97개 해안 마을에서 갯녹음 현상이 확인됐다. 18개 마을(18.5%)에서만 조간대 해조류가 확인됐다. 이어 이번에 2021년 조사 지역에서 추가 모니터링이 필요한 주요 지역(관광지·해양경관우수 지역 및 해조류 발견 지역 등) 43곳을 선정, 조사를 실시했다.

"제주 남부는 겨울에도 해조류 자라지 않고 갯녹음 회복 임계점 넘어"

조사 결과 제주 남부 서귀포시 권역 조간대가 제주 북부 제주시 권역에 비해 갯녹음이 심각하게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 북부 제주시 권역의 19개 정점은 2021년 조사에서 갯녹음-심각 단계였다. 하지만 19개 정점 가운데 12곳에서는 계절 변화에 따라 수온이 낮아지며, 해조류가 성장하고, 갯녹음 진행 단계가 확인됐다. 반면 제주 남부 서귀포시 권역은 뚜렷한 변화를 보이지 못하고 24곳 조사지역이 갯녹음-심각 단계로 파악됐다.

제주 남부 바다는 쿠로시오 해류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이에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 영향이 더욱 크다. 따라서 녹색연합은 제주 남부의 '갯녹음-심각' 원인이 육상오염원만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상승 영향으로도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2021년 조사에서 제주 북부 제주시 권역 19곳 가운데 단 10곳에서 해조류가 발견됐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19곳 모두에서 해조류가 확인됐다. 그러나 제주 남부 서귀포시 권역의 경우 24곳 가운데 14곳(조사 지역의 58%)에서만 해조류가 확인됐다. 이마저도 생육 상태가 매우 빈약하고 작은 개체들로 소량 발견, 조간대 해조류는 거의 전멸에 가까운 상태였다.  

국립수산과학원 제주 해양생태 전문가는 "제주바다는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면서 "제주바다 조간대를 보면 '생태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힘'을 완전히 상실했으며 생태적 임계점을 넘어선 상황이라 발상의 전환 없이 현재 바다 상황을 바꾸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43곳 조사지점 전체, 정상적인 해조류 분포 찾기 어려워"

 제주 연안 조간대 조사 결과 권역별로 해조류 분포 양상이 달랐다. 

먼저 제주 북서부(한경면, 한림읍, 애월읍) 조사 지역 10곳에서 모두 해조류가 확인됐다. 여름-가을 고수온에 쇠퇴했던 다년생 해조류가 다시 성장한 것이 확인됐다. 대체적으로 생물량은 많았으나 다양성은 떨어졌다. 지역별로 톳, 지충이, 마디잘록이 등 한두 우세종이 인근 연안생태계를 장악한 모습을 보였다. 

제주 북동부(제주시, 조천읍, 구좌읍) 조사 지역에도 9곳 모두 해조류가 확인됐으나 함덕리, 김녕리, 하도리를 제외하고 5곳에서는 빈약 개체들이 관찰됐다. 단 함덕리, 김녕리, 하도리의 해조류 생물량은 제주 북서부보다 적으나 톳, 패, 바위수염, 지충이, 우뭇가사리, 감태 등이 함께 관찰됨에 따라 생물다양성 면에서는 더 욱 뛰어났다. 

제주 남서부(대정읍, 안덕읍, 서귀권)는 작년 조사와 비교했을 때 계절에 따른 변화가 없었다. 조사지점 8곳에서 해조류가 확인됐지만 극히 빈약한 해조류 개체들이 일부 발견될 뿐 석회조류로 피복, 황량한 조간대 모습을 유지했다. 서귀포 권역에서는 계절성 떼조류(turf algae, 사상체 혹은 단순형 대형 조류로서 보통 잠긴 기질 표면에서 털 매트 모양으로 자라는 형태) 불등풀가사리만이 3지점에서 발견됐다. 나머지 지점은 매우 빈약하거나 아예 해조류가 발견되지 않았다. 반면 유절, 무절 석회조류로 바위 전체가 두텁게 피복됐다.

제주 남동부(남원읍, 표선읍, 성산읍) 또한 작년 조사와 비교했을 때 계절에 따른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성산일출봉 인근을 제외하고 제주 남동부 전반적으로 조간대 상부에서 극히 빈약한 해조류 개체가 소량 발견됐다. 대신 조간대가 유절, 무절 석회조류로 두텁게 피복된 채 해안을 따라 넓게 펼쳐져 있었다. 물빛은 에메랄드색으로 보일 정도로 최장 영역에 걸쳐 갯녹음이 확산됐음이 확인됐다.

녹색연합은 "제주 연안 조간대 계절 변화상 조사 결과 해조류가 자라나는 겨울을 지난 후에도 갯녹음이 여전히 심각 단계에 있을 뿐만 아니라 제주 남부 서귀포시 권역은 갯녹음 회복 가능 임계점을 넘어버린 심각한 단계에 직면했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마주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주 연안 해역의 갯녹음 심각 지역(특히 제주 서귀포 권역)을 갯녹음 회복 특별관리해역으로 우선 지정할 것 ▲특별관리지역 내 갯녹음 피해 현황, 수온 상승과 해양오염 등 갯녹음 발생 원인을 정밀 조사할 것 ▲갯녹음의 근원 해결과 조간대 생태계 복원을 위해 '제주 바다 살리기 계획'을 수립할 것을 제주도청과 도의회에 그리고 ▲제주도의 대규모 개발 계획을 철회하고 갯녹음 확산 방지, 해양생태계 보호 지원 방안을 수립할 것을 해양수산부, 문화재청, 환경부 등 중앙 행정부처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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