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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에 가장 중요한 것은

  • 기사입력 2018.10.26 09:39
  • 기자명 김해빈

▲ 김해빈 시인/칼럼니스트

65세 이상 노령 인구가 25%를 넘는 노령화 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노인들은 노령사회에 접어든 현실을 얼마나 실감하고 있을까. 어느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러 경로우대증을 받아 전철을 공짜로 타고 공원이나 그 밖의 대상 지역을 무료로 입장했을 때 비로소 실감하지만 자신의 여정을 돌이켜보면 실감 나지 않을 것이다.

세월은 흔적을 남기지 않아도 개인마다 정신 깊숙이 간직한 지난날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려 이렇게 시간이 흘러버렸나 하는 무상함에 사람들은 나약해지고 만다. 대부분 노년에 접어들어 공통으로 느끼는 것이 아닐까. 삶은 누구나 평등하고 일정한 수명을 다하면 죽음을 맞기 때문이다. 부자라고 더 살고 가난하다고 짧게 사는 것이 아니며 똑같이 먹고 밤이 되면 누구나 잠들고 하늘의 별을 헤아리는 자유와 남을 비방하거나 칭찬하는 일도 자유다. 다만 남을 의식하고 자신을 드러내거나 남위에 군림하여 호령하는 것은 개개인의 능력과 여건에 맞춰 다르지만 주어진 삶은 자연에서는 평등하다.

이런 과정에 비관적이거나 호전적인 사람, 또는 이기심과 편파적인 사람, 그리고 박애와 희생을 감수하는 사람 등 많은 분류로 나뉘어 각자 주어진 여건에 맞춰 살아간다. 그러나 노년에 접어들면 지나온 것은 아쉽고 얼마 남지 않은 미래는 두렵다. 죽음의 그림자를 주위 사람을 통해서 보고 듣고 경험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지나버린 것은 빠르다고 느끼지만 늙었을 경우에는 남은 생이 더 빠르다고 느낀다. 이때부터 노년의 삶을 걱정하고 대처하려고 노력하지만 이미 늦다.

우리 국민도 이제는 철저하게 노후대비책을 만들어야 한다. 6~7십 년대는 65세를 넘기기란 쉽지 않았다. 만 60세에 맞는 환갑을 잔치로 즐기는 사람은 동네에서 그리 많지 않았고 무슨 병인지도 모르고 그저 노환으로 운명하는 이들이 많았다. 경제가 발전하고 사람들의 인식이 커지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나마 노령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으니 실로 다행일 수밖에 없다. 그 시기를 직접 겪어온 현재의 노인들은 누가 남은 생을 보살펴야 하는가.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부모세대가 어떤 경로로 살아온 것인지 직접 보고 살았다. 하지만 너무 치열한 경쟁 사회에 밀려 부모를 공양할 여유가 없어졌다. 마음은 있지만 현실이 따라주지 않는 것이다. 부모를 모시는 집보다 분가하여 사는 것이 당연하고 그것은 심각한 주택 부족 사태를 몰고 와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고, 이제는 노인 스스로가 현실을 직시하고 견뎌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렇다면 노후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건강이다. 여론조사의 통계에 의하면 현재 노인 중 40%가 경제적인 여유보다 건강을 우선한다는 조사가 있었다. 과거에는 세대 간의 부양은 자연스럽게 자자손손으로 이어지는 의무적인 풍속이 있었지만 그것이 무너진 현재는 개인이 개인을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자식을 가르치고 정착할 때까지 도와야 한다는 의식이 남아 있어 일부 문제가 되지만 자신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질 때가 되었다. 그것의 1순위가 건강이라고 나타난 것을 보면 어느 정도의 의식이 바뀌는 것으로 보인다.

삶의 과정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가족이고 가족을 중심으로 사회가 발전하는 것은 원칙이지만 그런 의식이 무너지고 있는 마당에 개인의 건강은 제일 중요할 것이다. 자식도 중요하고 친구도 중요하지만 건강을 잃고 나면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건강을 잃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러나 건강하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도 아니다. 삶이 유지되는 순간까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는가. 일터에서 나온다. 개인의 건강이 최고로 우선되지만 늙어서도 할 수 있는 일터가 있어야 한다. 노인들 대부분이 73세 즉 70대 중반까지 일하기를 원한다. 정부는 저 출산 대책에만 고심할 게 아니라 노인 문제 해결을 위하여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 앞으로 노령화 시대를 넘어 고령화 시대가 코앞에 닥쳐있다. 이것을 대비하지 않는다면 국가의 안위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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