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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영업제한조치 위헌성 판단 거부에 민변·참여연대, "헌재 결정 유감"

헌재, '손실보상 근거 부재는 위헌" 자영업자 헌법소원신청 각하
민변·참여연대, "법적 절차 통해 구제 불가능했던 당시 상황 무시"

  • 기사입력 2023.05.26 14:35
  • 기자명 정성민 기자
코로나19 유행 당시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들이 영업제한과 집합금지에 반발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한국NGO신문 자료 사진]
코로나19 유행 당시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들이 영업제한과 집합금지에 반발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한국NGO신문 자료 사진]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손실보상 없이 영업제한을 조치한 것이 위헌이라는 자영업자의 헌법소원신청을 각하했다. 이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이하 민변)과 참여연대가 헌재 결정에 유감을 표명하며, 정부에 손실 소급 보상과 부채청산 정책을 주문했다.

26일 헌재에 따르면 일반음식점 운영자 A씨와 피시게임방(이하 PC방) 운영자 B씨는 서울시 방역조치 고시가 영업을 제한하면서도 아무 보상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자신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2021년 1월 5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앞서 서울시는 2020년 10월 12일부터 2020년 12월 28일까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구 감염병예방법)' 제49조 제1항 제2호 등에 근거, 방역조치를 고시했다.

즉 서울시 소재 음식점 영업자에게 테이블 간격 유지와 21시부터 익일 5시까지 음식 포장·배달만 허용 등의 방역수칙 준수를 명하거나 서울시 소재 PC방 운영자에게 좌석 한 칸 띄어 앉기와 21시 이후부터 익일 5시까지 운영 중단 등의 방역수칙 준수를 명하도록 고시를 11차례에 걸쳐 발령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고시가 손실보상 없이 영업만 제한, 위헌 소지가 있다고 A씨와 B씨는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지난 25일 A씨와 B씨의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각하했다. 헌재는 "심판대상고시는 항고 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이에 대한 다툼은 우선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이라는 구제절차를 거쳤어야 함에도 이 사건 심판청구는 구제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제기된 것이므로 보충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민변과 참여연대는 26일 "헌재의 각하 사유는 보충성의 원칙 위배, 즉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등 구제절차를 먼저 거친 사건이어야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면서 "그러나 이는 헌법소원을 제기한 자영업자들이 다른 법적 절차를 통해 구제를 받기가 거의 불가능했던 당시의 제반 상황을 무시한 결정이다. 상식적인 법 감정으로 이해할 수 없는 헌재의 갑갑한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헌재의 각하 사유와 달리 자영업자가 행정심판이나 소송을 제기할 수 없었던 것은 손실보상을 청구할 적절한 법 근거가 부재했기 때문"이라며 "영업제한조치 행정명령의 근거가 된 개별법이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제한과 그에 대한 보상을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헌법 제23조의 원칙을 충족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헌재는 각하 사유에서 '헌법소원 청구인들이 코로나19 유행 당시 영업제한조치 명령에 대해 취소를 요구하는 구제절차를 거칠 수 있었음에도 그리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면서 "그러나 이는 합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헌재에 되묻는다. 과연 코로나19 유행의 광풍이 불던 2020년 당시 정녕 자영업자들이 정부의 영업제한조치에 반기를 들고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는가"라며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공포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방역지침 준수와 관련해 조금이라도 엄격한 모습을 보이지 않거나 감염자가 발생한 곳에 대해서는 집단적인 비난까지 들어야만 하는 시기였으며, 정부의 영업제한조치가 공공필요에 부합한다는 국민적 합의도 형성됐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두 청구인들 역시  방역당국의 코로나19 확산 방지 노력과 코로나19 조기 종식이 필요하다는 공공의 필요에 동의했기에 협조했다"면서 "하지만 본인과 가족의 재산권, 나아가 생존권도 위협받는 상황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영업제한조치로 고통받는 자영업자에 대해  공공의 필요에 따른 국가의 재산권 제한에 왜 반기를 들지 않았냐고 묻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의 조치에 협조한 국민에게 법률로써 적당한 보상이 이뤄졌는지 따지는 것이 헌재의 역할이 돼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비록 헌재가 손실보상 규정이 부재한 영업제한조치 근거 법률(감염병예방법, 서울시 고시)에 대해 위헌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각하했지만 이것이 곧 국가와 지자체가 적절한 손실보상을 취하지 않은 것에 면죄부를 준 것으로 보아서는 곤란하다"며 "헌재의 각하 결정은 단지 보충성의 원칙에 위배됐다는 이유에서이지, 해당 법률이 합헌이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가가 감염병 예방을 이유로 영업금지·제한조치를 취한 것은 경우에 따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취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피해와 손실을 온전히 특정 경제주체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고 단언했다.

특히 민변과 참여연대는 코로나19 유행 당시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손실보상이 턱없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코로나19가 가장 크게 유행, 사회적 거리두기가 절정에 달한 2020년초부터 2021년 상반기에 이르는 동안 정부는 개인당 수백만원 정도의 단편적인 재난지원금을 몇차례 지원했을 뿐 국가 재정지출을 통한 손실보상에 나서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변과 참여연대에 따르면 해당 시기 주요 선진국은 코로나19 유행에 대응, 재정적 지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18%를 지출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재정적 지원으로 GDP의 6.4%만 지출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나머지는 모두 자영업자의 빚으로 전가했다"며 "그에 따라 현재 자영업자 부채는 1020조원에 이르러 올 하반기 경제·민생위기의 뇌관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민변과 참여연대는 정부에 손실 소급 보상과 부채청산 정책을 주문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정부는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 2021년 상반기 이전의 손실에 대한 소급 보상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하며, 코로나19로 증가한 자영업 취약차주를 구제하기 위해 새출발기금 신청 자격을 대폭 완화하는 등 적극적인 부채청산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각하 결정된 헌법소원 청구와 별개로 서울행정법원이 2021년 7월 7일 이전 코로나19 방역정책 피해에 대해 손실보상이 실시되지 않은 소상공인법 부칙규정에 대해 위헌심판제청한 사건 역시 헌재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헌재가 원칙적이고 공정하게 판단해주기를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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