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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미신고 아동 전수조사에 시민사회, "출생통보제·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 촉구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출생 미신고 아동 2000명 이상···전수조사로 소재와 안전 파악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 "국회와 정부 출생통보제 도입 위해 입법·행정 조치 다해야"

  • 기사입력 2023.06.23 13:05
  • 최종수정 2023.06.29 15:14
  • 기자명 정성민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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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미신고 아동의 사망 또는 유기 문제가 사회적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정부가 출생 미신고 아동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그러자 시민사회는 출생 미신고 아동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출생통보제와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을 주문하고 있다.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법센터 어필, 국제아동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변화된 미래를 만드는 미혼모협회 인트리, 브라더스키퍼, 뿌리의 집, 사단법인 두루, 사단법인 한국미혼모가족협회,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 안산시글로벌청소년센터, 유엔난민기구, 이주민센터 친구, 재단법인 동천, 플랜코리아,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는 23일 "더 이상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번 (국회) 회기 내에 출생통보제 도입을 비롯해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을 위한 노력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22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지난 3월부터 복지부 정기감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정기감사에서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 체계 허점을 점검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출생 미신고 아동은 2236명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약 1%(23명)를 표본조사 대상으로 선정, 지자체에 아동의 무사 여부 확인을 요청했다. 표본조사 결과 대부분 아동이 필수 예방 접종과 보육 지원 등 복지에서 소외되거나 범죄 등 위기상황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현재까지 최소 3명이 숨진 것이 확인됐고 1명은 유기된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사망 사례에는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도 포함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영아살해 혐의로 30대 여성 A씨를 긴급체포, 조사하고 있다. A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각각 아기를 출산했다. 하지만 곧바로 살해한 뒤 자신의 거주 아파트(수원시 장안구 소재) 세대 내 냉장고에 시신을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처럼 출생 미신고 아동의 문제가 불거지자 복지부는 질병청, 경찰, 지자체와 공동으로 출생 미신고 아동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전수조사는 먼저 지자체가 아동 보호자에게 연락, 아동의 안전상태를 확인하고 아동의 안전이 확인되지 않으면 경찰청 등 관련 기관과의 협력으로 조치를 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한 복지부는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의 조속 도입에도 노력할 방침이다. 출생통보제란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 사실을 국가에 통보하고, 기한 내 출생신고가 되지 않을 경우 지자체장이 직권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아동 출생 사실을 기록하는 제도다. 보호출산제는 산모의 익명 출산을 지원하는 제도다. 현재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 도입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상태다.

지난 3월 17일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는 출생 시 의료기관이 국가기관에 출생 사실을 알리는 '출생통보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지난 3월 17일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는 출생 시 의료기관이 국가기관에 출생 사실을 알리는 '출생통보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이에 대해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는 "아동의 출생사실과 출생신고 여부를 확인하고, 출생이 신고되지 않은 아동을 지자체 등이 직권으로 기록하는 출생통보제가 진작에 마련됐다면 5년 전 발생한 아동 살해 사건이 이제서야 밝혀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는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출생 미등록 아동 학대는 2018년 95건, 2019년 89건, 2020년 74건, 2021년 74건에 달한다"며 "그런데 학대 피해를 당한 이후에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아동이 지금도 2천여 명 가까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는 "여기에 더해 이번 감사 대상에서는 제외된 것으로 보이나 애초에 국내 출생신고가 불가능한 외국 국적 아동에 대해서는 추산치조차 없으니 출생 미등록 아동의 위기 가능성은 그 이상일 것"이라면서 "아동권리의 보장은 어떠한 조건도 요구되지 않으며, 그렇다면 지금의 충격도 반쪽짜리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는 "이 사안은 명백히 국가의 책무 위반이다. 이미 갖고 있는 통계만으로도 지켜낼 수 있는 아동을 수년간 놓쳤다"며 "그 사이에 수많은 아이들이 사망했고, 사라졌다. 왜 출생신고가 인권의 기초이며, 출생등록을 위한 사회 각계의 협력과 동참이 필요한지 시사하는 중대 사례"라고 설명했다.

다만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는 보호출산제의 경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표명했다.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는 "이 시점에서 보호출산 특별법안(익명출산제)을 말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다"면서 "오히려 부모가 자녀의 출생을 당연히 알리도록,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의 미비를 인정하고 개선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는 "어떤 임신과 출산은 은폐돼야 할 일로 전제한다는 점에서 여성에 대한 모욕과 차별이기도 하다"며 "익명출산제가 사실상 시행되는 국가에서도 영아 살해, 아동 유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경험적 증거다. 익명출산제가 아니라 보편적 출생등록제를 어떻게 완비할 것인지 논의해도 부족할 시간"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2천여 명의 출생 미등록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만시지탄의 우를 조금이나마 수습하기 바란다"면서 "전수조사에서 파악해야 할 실태는 '아동의 삶'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비난하기에 앞서,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못했던 아동과 그 가족을 지원해야 할 사회 공동의 책무를 떠올려야 할 것이다. 국회와 정부는 출생통보제의 도입을 위해 조속한 입법과 행정상 조치를 다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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