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반도체 업계의 걱정은?...“자나깨나 물 걱정” 

”전세계 반도체 제조업체들, 인구 750만명의 홍콩의 물소비량만큼 많은 물 쓰고 있어“
 SK실트론과 한성크린텍의 초순수 생산기술 국산화 성공 여부에 관심 주목   

  • 기사입력 2024.03.06 14:20
  • 최종수정 2024.03.06 17:47
  • 기자명 설동본 기자
▲반도체 웨이퍼[EPA/연합뉴스]
▲반도체 웨이퍼[EPA/연합뉴스]

[한국NGO신문=설동본 기자] 반도체 업계의 가장 큰 걱정이 무엇일까? 제조업체니까 판매난이나 경제불황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나 아니다. 물 걱정이란다.

국제신용평가사 S&P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 등 반도체 업체들이 물 부족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제품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와 관측을 제기해 초순수 국산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SK실트론과 한성크린텍이 주목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레이팅스는 지난 2월 28일 보고서에서 TSMC 등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공정 기술 발전에 따라 물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물 부족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S&P는 “각 공정에서 웨이퍼를 세척하는데 극한의 순도로 가공된 담수인 초순수(ultrapure water)를 사용하기 때문"이며 "반도체가 고도화되고, 제조공정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물을 소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S&P는 반도체 산업의 물 소비가 생산 규모 확장과 첨단공정 기술 발전으로 인해 매년 5∼10% 정도 증가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현재 인구 750만명이 사는 홍콩의 물소비량만큼의 물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S&P는 특히, TSMC의 제조공정 기술이 16nm(나노미터·10억분의 1m)급으로 발전한 후 물소비량이 35% 이상 증가했는데 "첨단 반도체 업계에서 TSMC가 지닌 지배력을 감안할 때 물 부족으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이 글로벌 첨단 기술 공급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도 물 부족 걱정은 마찬가지다. 국내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를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늘 긴장하고 있다. 대규모 산업용수가 필요한 반도체공장 특성상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용수 재활용 등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반도체(DS)부문 취수량 증가 제로화를 목표로 수원·용인·화성·오산시 하수처리수 재이용을 통해 공업용수 확보에 나서 이를 통해 하루 47만4000t의 물을 공급받을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국내 반도체사업장 물 사용량이 하루 평균 31만t인 점을 고려하면 충족하고도 남는 양이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공장 냉각시스템의 냉각수를 재활용하는 '워터 프리 스크러버'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는 하루에 7만9000t의 방류수를 절약하는 등 반도체 업체들이 ‘물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세계 반도체 업계의 이 같은 물 부족 위험과 우려 속에 풍부한 수자원 확보도 중요하지만 반도체 제조공정의 핵심인 ‘초순수(ultrapure water)’생산기술의 국산화가 절실한데 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SK그룹의 웨이퍼 제조 회사인 SK실트론과 한성크린텍이 큰 관심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관심 아래 경북 구미에 있는 SK실트론 2공장에 초순수 ‘실증플랜트’ 시설이 이미 2022년 11월 착공되는 등 기술 자립 작업에 나서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증플랜트란 어떤 기술의 실용성을 실제와 유사한 조건에서 시험하기 위한 실험 장비나 시설을 말한다.

SK실트론은 초순수 실증플랜트 착공에 걸맞게 2024년까지 1조495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경북 구미 국가3산업 단지 내 4만2,716㎡ 부지에 300㎜ 실리콘웨이퍼 제조설비를 증설해 1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2월 1일 경북 구미시 SK 실트론을 방문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실리콘 웨이퍼 생산시설을 돌아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2월 1일 경북 구미시 SK 실트론을 방문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실리콘 웨이퍼 생산시설을 돌아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2023년 2월 1일 경북 구미 SK실트론에서 열린 투자 협약식 격려사 참석해 투자 협약식 이후 SK실트론 주요 생산시설을 시찰했으며 특히 그동안 일본에 의존하던 반도체용 초순수의 국산화를 위해 시운전 중인 R&D 실증플랜트를 찾아 기술 독립과 해외 수출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SK실트론 관계자에 따르면, 실증플랜트는 현재 1차로 한성크린텍 주도로 완성 단계에 있으며(장비는 외국산) 시운전 등을 거쳐 늦어도 2024년 4~5월 경에는 마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관계자는 “이후 2차로 2025년 12월까지 국내업체가 국내산 장비로 모든 설계·시공을 맡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성크린텍은 수처리 종합솔루션 기업으로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웨이퍼 세정과 절단에 사용되는 초순수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선 기술력을 갖춘 곳이 없어 국내 반도체 회사들은 일본과 프랑스 업체로부터 초순수를 전량 수입해 사용해 오고 있다. 한성크린텍은 이렇게 해외에 의존하던 초순수를 기술 자립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려 일본 기업과 경쟁해 2022년 11월 SK실트론에 800여 억원 상당의 초순수 설계·시공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SK실트론과 한성크린텍 등은 2025년까지 초순순 국산화를 달성해 하루 2천400톤의 초순수를 생산하는 실증플랜트를 설치‧운영하고 관련 생산공정의 설계‧운영 기술 100%, 시공 기술 및 핵심 기자재 60% 국산화 목표를 이룬다는 방침이다.

한성크린텍은 세계 반도체 업계의 물부족 우려와 국산화율 부각 등으로 지난 4일 장중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으로 최근 주식 시장에서 유의미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사회
경제정의
정치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