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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평화협상

  • 기사입력 2024.03.22 17:36
  • 기자명 강병철 칼럼니스트
▲강병철한국평화협력연구원 부원장/국제정치학 박사
▲강병철한국평화협력연구원 부원장/국제정치학 박사

우크라이나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전쟁이었으며 잘못된 판단으로 시작된 전쟁이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여 러시아의 압박에서 벗어나서 안보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봤으며 푸틴은 단기간에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수 있을 것으로 오산하였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이러한 전쟁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쟁은 일어났고 전쟁은 일단 시작하면 멈추기가 매우 어렵다. 서로에 대한 적대감이 극도로 증폭되어 휴전이나 평화협상이 어렵기 때문이다. 

나토의 확장에 대한 안보적 우려로 러시아가 무력을 사용한 이후로 얼마나 많은 인명과 재산이 사라졌는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자산이 손실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하루라도 빨리 휴전할수록 더 많은 인명을 구하고 재산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백기(white flag)”를 들고 러시아와 합의에 나설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언급이 국제사회에 작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교황의 주장이 순수하게 현실주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고 친러시아적 발언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그러나 국제정치적 시각에서 본다면 우크라이나는 이길 수 없는 전쟁을 하는 것이다. 자국의 전력이 아니라 우방의 지원으로 전쟁을 지속한다는 것이 기형적인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전황은 대규모 병력 손실과 무기 고갈로 긴 교착 국면에 처해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침공했다는 부당한 무력사용은 정의롭지 않은 전쟁이라는 도덕적 비판을 받으면서 서방이 결집하여 우크라이나에 엄청난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지원이 줄어들고 있으며 장래는 더 암울하다. 교전국과 우방국 모두에게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모두 완전한 승리가 어렵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전쟁의 확대보다는 이미 시작된 물밑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고지전(高地戰) 성격의 전투를 치열하게 전개할 것으로 예측된다. 협상 중에도 쌍방이 더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하려고 할 것이며 최대한 많은 지역을 차지한 후에 협의하려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인명피해가 예상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본다면 교황의 충고대로 과감하고 신속하게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정권은 나토를 주도하는 미국의 지원에 의지하여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지키려고 하고 있으나 핵전쟁의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어느 지점에서 러시아를 저지하는 경계선을 긋고 정전하도록 젤렌스키 정권을 압박할 것이다. 희박한 일이지만 러시아의 전황이 나빠지면 세계는 진정한 공멸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국가 존망의 위협에 처한다면 러시아는 전술핵 사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전술핵 사용으로 공멸의 위기를 실감하고 평화협상이 시작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상황을 악화하여 강대국 간에 전략핵 공격을 촉발하게 되면 세계는 확실하게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이 러시아에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좌시할 수는 없지만 제3차 세계대전의 위기를 조장 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지난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해군함대에 기습 공격을 하려고 폭발물을 장착한 잠수함 드론을 출격시켰을 때, 일론 머스크는 스타링크 엔지니어들에게 크림반도 해안 일대의 스타링크 위성 통신망을 끄라고 비밀리에 지시했다. 통신이 끊기자 잠수함 드론은 지휘부와의 통신연결이 끊어져 목표 함대를 명중시키지 못하고 그대로 해변으로 떠내려갔다. 전쟁을 일으킨 푸틴을 증오하며 비난하는 일론 머스크가 왜 러시아 함대 공격을 두려워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일론 머스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후 우크라이나에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여 단기간에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려는 푸틴의 전략을 무너뜨린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그러한 일론 머스크가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토론에서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지속해야 할 압력을 받고 있다며 “만약 그가 뒤로 물러서면 암살당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푸틴이 패배할 리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그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추가지원 예산법안에 반대한다고 밝혔으며 “전쟁을 연장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자신의 관심사는 전쟁으로 인한 사람들의 죽음을 멈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의 축출을 추구하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 의심스럽다며 “러시아에서 정권 교체를 원하는 사람들은 푸틴을 제거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 사람이 평화주의자일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아마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 서열 1위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이 “우크라이나는 군사적으로 전쟁의 승리를 쟁취할 수 없다”라고 말했던 것, 일론 머스크 그리고 교황이 한 충고는 모두 신속하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평화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푸틴이지만 강대국 간 전략핵을 사용하는 공멸의 전쟁으로 세계가 빠져들지 않도록 지금까지는 위기관리를 잘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전쟁 상황은 공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예측이 정확하지 않다. 언제 어떤 계기로 핵을 사용하게 될지도 모르는 전쟁을 세계는 지켜보고 있다. 교황의 우려는 결코 지나친 것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은 전문가, 전략가와 교황의 충고를 새겨들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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