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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

[인터뷰] '장애인 복지 전문 실천 기관' 밀알복지재단 정형석 상임대표
"굿윌스토어,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는 최고의 사업···시민 기부는 큰 힘"

  • 기사입력 2024.03.26 11:50
  • 최종수정 2024.03.26 11:55
  • 기자명 정성민 기자
▲밀알복지재단 정형석 상임대표가 한국NGO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한국NGO신문 정성민 기자]
▲밀알복지재단 정형석 상임대표가 한국NGO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한국NGO신문 정성민 기자]

[한국NGO신문=정성민 기자] 밀알, ‘생명을 주는 씨앗’으로 불린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말도 있다. 국내 대표 NGO 밀알복지재단이 가는 길이다. 특히 밀알복지재단은 우리 사회의 최약자 장애인 복지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장애인의 동반자이자 지원군이다. 한국NGO신문이 밀알복지재단 정형석 상임대표를 만나 밀알복지재단의 활동과 성과, 사업계획 등을 들어봤다.  

-먼저 대표님 본인을 소개한다면.
“대학 시절 중도실명자인 동기생을 만나 그를 돕기 위해 자원봉사활동을 하다 그가 세운 한국밀알선교단에서 일한 것을 계기로 현재까지 밀알에서 40년 이상 사회복지사업을 실천하고 있다. 장애인을 섬기는 복지사업이 적성에도 잘 맞아 오랫동안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

단지 모금하는 일은 어렵고 힘들었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서 십이지장 천공 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고 뇌경색이 온 적도 있었다. 하지만 다행이 심하지 않아 곧 회복됐다.

혼자 모금을 계속해야 한다면 힘들어서 도망갈 수도 있었을 텐데 지금은 모금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고 있어서 괜찮다. 아내도 밀알에서 만나 결혼했다. 아들은 특수학교에서 특수교사로 일하고 있으니 온 가족이 밀알가족이라고 할 수 있다."

-밀알복지재단은 어떤 기관인가.
“1993년 7월에 설립됐다. 이제 30년이 조금 지나 성인기에 들어섰다. 밀알복지재단은 장애인 복지를 전문적으로 실천하는 기관이다.”

-대표사업은.
“발달장애아 특수학교 ‘밀알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200개 정도의 특수학교가 있는데 ‘밀알학교’는 명문특수학교로 소문이 날 정도로 시설도 좋고 운영도 잘하고 있다. 

다음으로 발달장애인 직업재활사업 ‘굿윌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굿윌스토어’는 가정과 직장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기부받아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이다. 현재 26개소 매장에 380명의 발달장애인을 고용, 최저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10여 년 동안 운영 노하우가 쌓이고, 물건을 기부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후원기업도 증가했다. 올해에만 13개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에 우리금융미래재단이 매년 30억 원씩 10년 동안 3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협약, 앞으로 굿윌스토어 100개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헬렌켈러센터와 밀알문화예술센터 등도 운영하고 있지 않나.
“헬렌켈러센터는 장애인 복지 사각지대의 시청각장애인을 지원하고 있으며 밀알문화예술센터는 음악과 미술을 통해 장애인이 자립하고 의미 있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장애인복지관, 장애인거주시설, 생계비·의료비·재활비·희귀질환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전체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국내 9개 지부, 57개 운영시설과 해외 11개국, 13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30주년을 맞이했다고 들었다. 그간의 활동성과가 궁금한데.
“30주년을 결산하면 우선 양적인 면에서 크게 성장했다. 매년 국세청에서 공익법인 결산서를 공개한다. 2023년 공시 기준으로 자선단체 모금 순위는 7위이고, 총수입 순위는 5위, 순자산 순위는 4위, 직원 숫자 순위는 4위다.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5대 자선단체가 됐으니 실로 놀라운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질적으로도 기획재정부의 성실공익법인, 서울시의 사회복지시설 운영 인증법인, 삼일회계법인의 투명경영대상 수상법인이다. 매년 한국가이드스타의 공익법인 평가에서는 운영 효율성, 책임성, 투명성 만점법인이다. 사업도 의미 있는 사업이 많고 대체적으로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4년 제6회 삼일투명경영대상 수상 당시 밀알복지재단 정형석 상임대표가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사진=밀알복지재단]
▲2014년 제6회 삼일투명경영대상 수상 당시 밀알복지재단 정형석 상임대표가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사진=밀알복지재단]

-30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업이라면.
“‘밀알학교’와 ‘굿윌스토어’다. ‘밀알학교’는 학교 건물을 건축할 때 지역주민의 반대로 구청장이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아 학교 개교가 무산될 뻔했다. 다행히 건축법이 변경, 학교의 건축허가권자가 시장·군수·구청장에서 시·도교육청의 교육감으로 변경됨에 따라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건축허가 후에도 지역주민이 물리적으로 반대, 공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지역주민을 상대로 ‘공사방해중지가처분’ 소송을 제기, 학교를 건축할 수 있었다. 건축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특별지원을 받아 개교할 수 있었다.

한 가지 감사한 것은 당대 최고 도예가 중국의 주락경 경덕진대 교수가 재능기부로 ‘밀알학교’ 음악당(세라믹팔레스홀) 벽면에 도자기를 구워 붙여 예술혼이 담긴 아름다운 건축물이 탄생했다. 건축도 잘해 건축 대상을 받았고 우리나라 대표 10대 건축물로 선정, 독일에서 열린 한국 건축전시회에 출품되기도 했다. 

▲밀알학교 세라믹팔레스홀[사진=밀알복지재단]
▲밀알학교 세라믹팔레스홀[사진=밀알복지재단]

‘굿윌스토어’는 밀알학교 졸업생들이 갈 곳이 없어 애를 태우던 중에 미국의 ‘굿윌스토어’를 소개받고 벤치마킹, 발달장애인 고용 사업장으로 적용·시작한 것이 성공하면서 열매를 맺었다.

우리 친구들이 직장을 다니면서 자존감이 높아지고, 사회성이 좋아지고, 말도 잘하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월급을 받아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을 보면 대견스럽다. 어떤 친구는 아버지 승용차를 선물하고, 부모님 용돈도 드리고, 생활비도 보태고 있어 부모님도 좋아하신다.”

▲2023년 10월 문을 연 굿윌스토어 밀알금천점 앞에서 장애인 직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밀알복지재단]
▲2023년 10월 문을 연 굿윌스토어 밀알금천점 앞에서 장애인 직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밀알복지재단]

-말씀을 들으니 밀알복지재단은 장애인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사회정의를 실천하기 위한 것이다. 정의란 원래 모든 사람이 평등한 것이다. 현실 세계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 이익을 주는 것을 사회정의라고 할 수 있다. 존 롤즈 전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론이다. 장애인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차별받고,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장애사업을 우선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 사업이 있나.
“장애노인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시골교회와 상생하기 위해 장애노인 요양공동생활가정을 시골교회와 함께 준비하고 있다. 토지는 시골교회가 제공하고 건축비는 우리 재단이 제공, 건축한 다음 공동 운영하는 구조다.

시골에는 노인이 많다. 특히 요양등급을 받으면 지역에서 살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고향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으면 제일 좋다. 그래서 시골교회의 자원을 활용, 공동운영하는 것으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첫 번째 지역은 경남 하동의 고남교회로 선정, 준비하고 있다. 

현재 우리 재단이 노인복지주택 ‘생명의빛홈타운’을 운영하고 있는데 36가구만 운영하다 보니 효율성이 낮다. 이에 몇 년 안에 추가공사를 계획하고 있다. 타운 안에 요양시설까지 만들어 연계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에 관심 있는 후원자, 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장애인은 선천적 장애인은 거의 없고 90% 정도가 후천적 장애인이다. 사고, 질병, 공해 등 사회 환경으로 장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교통사고와 산업재해 등으로 매년 수만 명의 장애인이 생기고 있다. 

따라서 장애인의 책임을 개인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되고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 국가와 사회의 책임으로 장애인 복지를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국가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각지대가 많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재단과 같이 전문성을 갖고 장애인의 복지를 알뜰히 챙기는 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 협력해 주시는 후원자, 봉사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우리가 일을 잘하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여러분의 은혜라고 생각한다. 시민 여러분들도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시고 따뜻한 마음으로 지지해 주시면 우리 장애인들이 더욱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밀알복지재단 정형석 상임대표[사진=밀알복지재단]
▲밀알복지재단 정형석 상임대표[사진=밀알복지재단]

-마지막으로 인터뷰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세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장애인은 우리 사회의 최약자다. 그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이고, 우리 사회를 안전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다. 굿윌스토어는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는 최고의 사업이다.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기부해 주시면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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