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스스로 호랑이임을 밝히지 않고 단지 덮칠 뿐이다(A tiger doesn't proclaim his tigritude, he pounces)." 이 말은 나이지리아 대문호 월레 소잉카가 1964년 베를린에서 했다. 아프리카인들의 문화적 정체성과 자부심을 강조하는 말이나 선언보다는, 그것들을 실제로 행동과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대구의 한 호텔에서 자신의 회고록 출간을 기념해 열린 북콘서트에서 이 호랑이에 대한 표현을 인용했다. 이는 다분히 중의적이다. 탄핵되고 수감
2007년,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연구교수로 김현수 박사(현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와 함께 연구 조사차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 한인 식당에서 만난 한 10대 러시아 여직원은 서툰 한국어로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고, 한국어 학당에 다니며, 한국 사람들과 한식당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우즈베키스탄이 중앙아시아 내륙에 위치해 한국과 크게 인연이 없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한류에 빠진 그녀를 보며 한류가 단순히 일시적이거나 한정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하고 전 세계적인 현상임을 확신했다. 이 경험은 나로
1453년(단종 1년) 10월 10일, 압구(狎鷗) 한명회의 손에는 살생부(殺生簿)가 들려 있었다. 살생부에 적힌대로 황보인, 조극관, 이양 등의 반대파 대신들은 입궐 명령을 받고 궁으로 들어서자마자 무사들에 의해 살해당했다. 김종서 등 나머지 반대파들은 한명회가 보낸 자객들에 의해 모두 숙청되었다. 천하가 한명회 손 안에 있었고, 조선 왕조의 역사가 그의 인해 새로 쓰여졌다.2024년, ‘조선제일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손에는 ‘운동권 특권 세력의 청산’이라는 살생부가 들려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를 필두로
유튜브 채널 '예상치 못한 필름(예필, 감독 이창수)'은 B급 유머와 '병맛'을 준다. 특히 최근 'MZ 오디션' 영상은 정말 '예상치 못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또 다른 유튜브 채널 스케치 코미디 '딥(Deep, 김규남, 윤태용, 윤혁준)'의 '여름' 영상도 미소를 자아낸다. 웃음은 복잡한 인간의 감정 반응 중 하나로, 예측 불가능성, 놀라움, 그리고 상황의 전환 같은 요소들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이 만드는 웃음은 우리에게 즐거움을 제공하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며,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는 역할을
얼마 전, 이라는 칼럼을 언론사에 기고했다. 이 글은 진보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많은 사람들이 내 글에 분노하며 조롱과 욕설을 퍼부었다. 이를 통해 나를 향한 ‘지치득거(?痔得車, 권력자에게 아첨하여 큰 이득을 얻음)'라는 한자를 배우게 되었다.특히,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의 변상욱 대기자가 내 칼럼을 조롱하며 김어준씨와 백만 명이 넘는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또 다른 유튜브 채널 '이동형TV'에서는 방송인 강성범씨가 내 칼럼을 비아냥거리며
어릴 적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나에게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초등학생 때 아버지 무릎에 앉아 마치 ‘백마를 탄 초인’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연설을 한 번 들으면 반대 진영의 사람이라도 설득되어 같은 편이 된다고 했다. 그는 어린 나에게 영웅이었고, 경외와 존경의 대상이었다.서슬 퍼런 유신 체제에서 특히 ‘김대중 납치사건’은 믿기 어려운 신화와도 같은 이야기였다. 일본에서 망명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납치해 바다에 수장하려다 미국과 일본의 반대로 무산되었다는 이야기는 어린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1987년 6월, 나는 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