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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비참할 뿐이에요"...국제 의료팀도 경악한 가자지구 병원 실상

"10세 소년은 부모가 공습으로 사망했다는 사실도 모른 채 고통스러워 비명을 질렀다"

  • 기사입력 2024.03.29 08:43
  • 기자명 김다원 기자
▲ 가자지구 병원서 고통을 호소하는 소년 [사진=신화 연합뉴스]
▲ 가자지구 병원서 고통을 호소하는 소년 [사진=신화 연합뉴스]

가자 중심부에 있는 병원을 방문한 국제 의료팀은 마음 속으로 단단히 준비했다. 하지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에게 끼친 충격적인 장면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28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한 유아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두개골이 골절돼 뇌 손상으로 사망했다. 그의 어린 사촌은 같은 공격으로 얼굴 일부가 날아간 채 여전히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

또 다른 10세 소년은 부모가 공습으로 사망했다는 사실도 모른 채 고통스러워 비명을 질렀다. 그 옆에는 여동생이 있었는데, 그녀의 몸 전체가 거의 화상으로 덮여 있었기 때문에 그는 동생을 알아보지 못했다.

요르단 출신의 소아 집중 치료 의사인 타냐 하지-하산은 데이르 알 발라 마을에 있는 알아크사 순교자 병원에서 밤새 10시간 동안 근무한 후 AP통신에 이러한 끔찍한 사상자를 묘사했다.

가자지구에서 폭넓은 경험을 갖고 있고 정기적으로 전쟁의 파괴적인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하지-하산은 최근 2주간의 가자지구 활동을 마친 팀의 일원이었다.

▲ 가자지구 병원에 모여 있는 팔레스타인인들 [사진=EPA 연합뉴스]
▲ 가자지구 병원에 모여 있는 팔레스타인인들 [사진=EPA 연합뉴스]

약 6개월 간의 전쟁 끝에 가자지구의 의료 부문은 붕괴됐다. 가자 지구의 36개 병원 중 약 12개가 부분적으로만 기능하고 있을 뿐이다. 나머지 병원들은 연료와 의약품이 고갈되거나, 전쟁에서 피해를 입은 후 폐쇄되거나 기능을 거의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알아크사 순교자와 같은 병원에서는 제한된 공급품과 직원으로 압도적인 수의 환자를 돌보고 있다. 중환자실 병상 대부분은 붕대를 감고 산소마스크를 쓴 영유아 등 어린이들이 차지하고 있다.

국제구조위원회의 가자 지역 팀 리더인 아르빈드 다스는 환자 수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병원이 겪고 있는 부담을 국제 의료팀에 고통스러울 정도로 생생하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국제구조위원회와 영국의 팔레스타인을 위한 자선단체 '메디컬 에이드'는 하지-하산과 다른 의료진의 방문을 조직했다.

방문팀의 일원이자 요르단 출신의 간호사 무스타파 아부 카심은 과잉 수용 상황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를 돌보려해도 방이 없다"며 "그들은 복도의 침대, 매트리스, 바닥 담요 위에 있다"고 말했다.

▲ 병실 부족으로 병원 바닥에 누워 있는 가자지구 부상자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 병실 부족으로 병원 바닥에 누워 있는 가자지구 부상자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쟁 전 이 병원은 약 160개의 병상을 수용할 수 있었다. 현재 환자는 800여 명에 달하지만 병원 직원 120명 중 상당수가 더 이상 출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의료 종사자들은 가족을 위한 음식을 구하고 그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가자지구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매일 같은 투쟁에 직면해 있다. 어쩔 수 없이 자녀를 병원에 데려오는 경우가 많다.

아부 카심은 "그냥 비참할 뿐이에요"라고 말했다.

전쟁으로 인해 집에서 쫓겨난 수천 명의 사람들도 안전을 바라며 병원 부지에 살고 있다. 

하지-하산은 가자지구의 의료 위기를 종식시킬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라고 말했다.

"그들은 전쟁을 멈춰야 한다"라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한국NGO신문=김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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